기획특집

[기획] 채철균 교수의 건강한 공동체와 커뮤니티케어 디자인
작성일:
2024-02-28
작성자:
박은영
조회수:
252

[기획]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위한 커뮤니티케어 디자인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40호(2024.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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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철균 광운대학교 건축학과 교수가 전하는

건강한 공동체와 커뮤니티케어 디자인

커뮤니티케어는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돌봄 수요의 증가와 더불어 질환, 장애 등으로 의료 및 사회복지부문의 지원이 필요한 그룹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지역사회 내 이웃관계망 구축과 함께 거주, 돌봄, 의료, 복지 환경을 종합적이고 지속적으로 제공해 지역사회 구성원의 일환으로 일상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적 돌봄시스템 중 하나다. 채철균 광운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커뮤니티케어는 대상자 자신이 거주하는 정주환경과 지역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안정감과 자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의료 및 복지서비스와 더불어 지역사회의 관계망을 기반으로 구성원 간에 서로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경험 기억이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건강한 사회와 공동체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보았다.


환경적 특성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커뮤니티케어는 정주환경을 공유하는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한다. 우리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정주환경은 인위적 환경요소와 자연적 환경요소로 구성된다. 정주환경은 지역구성원들과 함께한 시간적, 공간적 경험축적을 통해 인지되고 기억되며, 이는 곧 지역공동체 형성을 위한 정신적 토양이 된다. 공동체 기반의 정주환경을 형성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는 그곳에 머무를 수 있는 거주공간(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주공간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알아가고, 주변 공간들과 이웃맺기를 통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영역매김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주거공간(집)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매스컴에서도 주요 주제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주환경의 거주인이라기 보다는 부동산 유목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제적 관점에서의 이동이 가벼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도시환경은 과거의 기억을 지우고 매일 낯선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로 인하여 모두 새로이 조성된 정주환경에서 모두 새로운 정주인들과 이웃맺기를 시작해야 한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필수 항목인 '함께하는 경험과 기억'의 축적을 돕기 위해 머무름을 위한 건축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는 곧 정주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사회 관계망 구축과 커뮤니티케어 환경 형성을 위한 건축적 시도이며, 아주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동네에 정착하려면

커뮤니티케어는 일상의 삶을 영위하는 동네의 다양한 현상에 대한 집단적 논의를 토대로 개별적 문제를 하나둘 해결해 나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집단적 논의의 기본은 구성원들 하나하나의 다양한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며, 이를 토대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때 가능하다. 그러나 개인과 집단이 모두 동일한 방향으로 향할 경우에는 맹목적 결정에 따른 순위만 존재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수직적 순위매김으로 인해 공동체 사회는 탈색되어 가고 있으며,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백화사회로 변해 가고 있다. 개개인은 구성원으로서 자존감을 상실하고 집단적 맹목적성을 추구함으로서 결국 개별적 존재, 즉 돌봄의 주체와 객체인 지역사회 구성원의 부재현상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동네에는 남녀노소 그리고 장단기적인 병마와 급격한 정주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일상을 함께하고 있다. 커뮤니티케어는 이러한 구성원 각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한, 지역사회에 구축되고 있는 사회적 상호지원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커뮤니티케어의 지역사회 안착을 위해서는 우리가 사는 동네 구성원 간의 이타적 관계 속에서 교집합을 찾아가는 건강한 공동체 형성을 위한 여정으로 시작해야 한다.


건강한 환경과 공동체 사회

모든 사람들은 건강하기를 바란다. 모든 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측면에서의 크고 작은 상처가 생기고 없어지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 흔적이 남아 흉터가 되고 이와 더불어 살아간다. 우리는 일상의 환경 그리고 공동체 사회 속 삶의 과정에서 지금 각자가 직면한 과정과 상황의 다름 그리고 개별적 개체로서 동일한 삶의 선상에 있는 인간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헌법에 명시된 바와 같이 우리는 건강한 환경 속에서 삶을 영위하며, 개인의 존엄과 가치 즉 자존감과 더불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인자와의 교감을 바탕으로 지역사회를 형성해 나간다. 또한 끊임없이 그 관계를 형성해 가고 있는 우리는 개체성과 집단성 그리고 더 나아가 지역성을 토대로 사회적 자본의 핵심인자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건강한 지역사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강과 질환의 관계는 더 이상 개별적 문제가 아닌 집단적 환경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또한 인간의 삶을 담고 있는 환경은 은신처를 제공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과 이를 통해 형성된 결과로서의 근본 속성 뿐 아니라 건강과 행복의 주체인 자아를 지원하는 치유적 의미를 내포해야 한다. 

치유적 의미를 포함하는 건강한 환경을 공동체 사회로 형성하고 제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항목이 기본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우선 어떠한 일상 환경 속에 머무르고 있을 경우에도 은신처로서의 가장 중요한 개념인 내외부 요인으로부터 개인과 집단의 안전한 보호 그리고 신체적, 정신적 상황과 무관하게 접근참여가 용이해야 하며, 목적 공간 내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일상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상호 편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일상 환경 속에서 개인과 집단이 안정감을 느끼고 자유의지에 의한 자의적 결정에 따라 쾌적한 물리적, 사회적 환경에서 일상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개별 주체인자의 정체성 확립을 바탕으로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축적된 기억과 경험 지식의 공유를 통해 공동체 사회내의 개인 또는 집단을 위한 건강한 장소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자아 형성 과정과 앞에서 기술한 기본 조건이 충족된 물리적, 사회적 환경의 축조과정이 함께 공존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이 건강한 삶을 유지해주는 지원체라면, 자아는 건강과 행복을 영위하는 주체이다. 건강한 환경은 건강한 자아와 공동체 형성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 즉, 기단의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또한 신체적, 정신적 측면에서의 결함이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보완적 역할 수행, 주체와 공동체의 공존이 가능한 장소임과 동시에 상호소통을 통한 건강한 관계 형성을 위한 장소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개인 그리고 집단의 건강한 삶에 대한 통합적 상을 구축할 수 있는 환경 개념에 대한 제고가 요구된다. 개인, 집단, 지역 등의 물리적 환경 단위를 기반으로 사회적 요인을 포함하는 건강한 환경과 이를 토대로 하는 공동체 사회 구축을 위해서는 의학, 사회학, 심리학, 행정학, 사회복지학, 건축학, 도시학, 정보학 등의 학문적 융합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환경특성에 대한 통합적 분석 및 이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적인 대안제시 등이 이루어질 때, 일상 속에서 건강한 우리네 삶의 공간을 형성할 수 있으며, 비로소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 추구하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함을 우리들 스스로 생산하고 영위할 수 있는 건강한 환경과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구성원들 하나하나의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한 대표 사례로 오스트리아 빈에 세워진 건축가 훈더트바서의 집합 주택을 들 수 있다. 사진 출처: www.pixabay.com 



인터뷰이: 채철균 광운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구술 정리: 박은영 

전문가 칼럼 인터뷰이로 참여한 채철균 교수는 보건환경연구소, 정신건강과 지역사회 연구센터(http://cmc.kw.ac.kr/)를 운영하며 건강한 환경과 공동체 사회 구현 및 지속적 유지를 위한 융합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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