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서로를 돌보는 뉴욕의 캠페인
작성일:
2024-02-28
작성자:
박은영
조회수:
333

[기획]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위한 커뮤니티케어 디자인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40호(2024.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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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돌보는 뉴욕의 캠페인

뉴욕시의 비영리단체 오픈 플랜(Open Plans)은 “개개인이 동네 거리에서 즐겁게 놀 수 있을 때 이웃끼리 뭉칠 수 있고 사회도 더 단단해진다”고 말한다. 이들은 공동체, 안전, 기쁨, 접근성을 우선시하는 거리 문화를 장려하고자 뉴욕시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캠페인을 선보이고 있다. 오픈 플랜의 디렉터 잭슨 챗봇(Jackson Chabot)에게 동네 커뮤니티를 만드는 방법과 돌봄과의 관계성에 대해 물었다.  

 

뉴욕시에서 동네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는 오픈 플랜. 사진 출처: 오픈 플랜 홈페이지


오픈 플랜의 지지와 조직화 담당 이사(Director of Advocacy & Organizing)로서 어떤 일을 하나요?

예를 들어 하루는 시청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해 조사하고, 다음날은 커뮤니티 회의에 참석해 선출직 공무원과 논의합니다. 매일 다른 일을 맡으며 무언가를 펼쳐 보이는 일을 하는 것이 우리 일의 매력이죠. 최근 우리 팀은 학교 옆 도로를 학교의 교육 활동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뉴욕시 주민이 지역 정부의 일종인 커뮤니티 보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업무의 핵심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을 알아가고, 시너지를 찾고,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는 부분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 일에 매료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공동체의 힘을 직접 경험해 본 적 있나요? 

이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다양한 답변이 떠올랐습니다. 그중에서도 2020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가 경찰에게 살해된 후 있었던 거리 행진을 말해야겠더라고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란 구호가 뉴욕 거리에 울릴 때 수천 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경외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평범한 일상 속 뉴욕의 거리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사람들이 야외에서 식사를 하고, 광장에서 음악을 듣는 모든 순간들에서도 공동체와 공공공간의 힘을 느낍니다. 

 

흑인 인권운동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모든 사회 집단 구성원을 결집시키며 인종차별에 맞서는 전 세계적인 운동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1년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추천되었다. 사진 출처: 위키백과


산업화 시대에 몸집을 불리는 데 치중했던 도시들이 이제 작은 집단, 개별 지역 단위에서의 삶의 질을 우선시하며 지역 구성원 사이의 돌봄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뉴욕에도 이런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체감하기로는 뉴욕 시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자전거 도로와 같은 지역 공공공간과 인프라에 지자체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요. 뉴욕시 전역에서 주민들이 커뮤니티 회의에 참석하고, 스스로 조직을 구성하고, 투표를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어떠한 공간이 필요한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팬데믹 이후 급진전된 변화입니다. 그밖에 고독사 증가,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심화 등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변화 지점으로 다양한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공공공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양질의 공공공간이 이웃을 위한 돌봄으로도 이어진다고 생각하나요?

물론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을 적극 모아야 합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연령별로 그룹을 분절해 왔어요. 서로 만나야 해요. 이어져야 합니다. 나아가 공공공간의 질이 높아지면 지역 시민들의 삶도 좋아질 수밖에 없고, 개개인의 외로움 또한 줄일 수 있습니다. 질이 좋아야 한다고 해서 지나치게 형식적인 프로그램일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활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픈 플랜이 추진한 지역 차원의 돌봄 프로젝트가 눈에 띕니다. 먼저 스트리토피아UWS(StreetopiaUWS)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우리는 '동네'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힘을 합쳐 영감을 주는 무언가를 함께 만들기를 요청한다"고 프로젝트 미션을 정의했습니다.

프로젝트 총괄자 칼(Carl)을 대신해 답변을 드리자면, 이웃이란 단어를 공간적, 지리적 개념이 아닌 주민의 입장에서 바라본 시도였습니다. 예를 들어 칼은 지난봄 어퍼웨스트사이드에서 자전거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파악하기 위해 보고서 게팅 데어(Getting There)*를 작성했습니다. 이때 혼자서 모든 작업을 수행하는 대신 이웃 주민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들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니게 했으며, 그동안 어떤 상황을 만났는지, 그곳에서 얼마나 편안함을 느꼈는지 물었고 기록했습니다(‘게팅 데어’ 홈페이지 첫 화면도 가슴에 카메라를 단 사람이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타고 도시를 누빈 영상이다). 이는 힘을 합쳐 비전을 만들어나가고,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독려하려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게팅 데어 보고서 자세히 보기 


설문조사 결과, 여성과 노년층은 다른 인구 집단에 비해 자전거 이용 횟수가 적고 취약함을 더 많이 느낀다고 답했다. 또한 인프라가 뒷받침된다면 모든 인구 집단에서 자전거를 더 자주 사용할 것이라는 답을 얻었다. 이미지 출처: 게팅 데어


게팅 데어 홈페이지에서는 설문조사 결과 공유뿐 아니라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이상적 환경을 만들고자 뉴욕시에 필요한 변화와 시민이 할 일, 정책가가 할 일, 운동가가 할 일 등을 공유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 공동체의 인식 기반을 다지고 있다. 사진 출처: 게팅 데어


도로를 학생들의 놀이터로 바꾸는 스쿨 스트리트(School Streets)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차량 통행이 제한된 도로는 학생들의 놀이터이자 배움터로 제공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도로의 주인은 자동차가 아니라 자신과 이웃이란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학교 주변에 안전하고 즐거운 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입니다. 먼저 파리와 런던에서 이러한 실험이 있었고, 우리 또한 뉴욕에서 이 실험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린이와 보호자가 걸어서 또는 자전거로 통학할 수 있는 안전한 동네, 자동차 배기가스가 없거나 제한적인 동네, 아이들이 밖에서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동네를 상상하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면 아이들이 더 건강해집니다. 천식과 같은 만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낮아지고 사회 정서적 안정감이 향상됩니다. 또한 부모들이 서로를 알고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스쿨 스트리트 조성을 지원한 학교 중 한 곳에서는 매일 아침 학부모들이 모여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대화를 나눈다고 합니다.  

 

스쿨 스트리트 프로젝트는 일정 시간 도로의 차량 통행을 막는 것이기에 이동에 영향을 받는 개인, 단체, 또는 조직의 지지 편지 3통을 받아야 시작될 수 있다는 조건이 있다. 학교 내외의 다양한 잠재적 이해관계자들의 상황을 고려하며 커뮤니티의 지지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구도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사진 출처: 오픈 플랜  


오픈 플랜은 공공공간 어워드*를 주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가 커뮤니티케어와 어떠한 관계가 있나요? 

공공공간 어워드를 통해 멋진 장소를 만들고자 시도하는 사람들을 조명할 수 있고, 나아가 우리 플랫폼을 통해 공무원과 교통부가 공공공간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하게 할 수도 있으며,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공공공간 활성화에 기여하자고 촉구할 수 있습니다. 양질의 공공공간이 늘수록 자신이 사는 도시에 관심 갖는 시민이 늘어날 것이고, 그 수가 많아질수록 공존을 위한 연료가 쌓이게 됩니다. 

*오픈 플랜 공공공간 어워드 자세히 보기


플랫부시 노스트랜드 교차로 BID는 2024년 공공공간 어워드 중 네이버후드 챔피언 어워드(Neighborhood Champion Award) 수상작이다. 가로수를 관리하고 전시, 박람회 등을 열어 지역 구성원의 관계 형성, 보행성을 촉진했다고 평가 받았다. 사진 출처: 오픈 플랜


소통 구도를 만든다는 건 다양한 주체와의 긴 논의 과정을 동반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잘 이끄는 오픈 플랜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문제에 대한 책임감이 우리 업무의 근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수를 하더라도 상황을 바로잡고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이는 아버지에게 배운 건데, “내가 일하는 데 있어 원칙이 의심스럽고 궁금한 점이 있다면 폰을 들고 일단 전화하라”는 것입니다.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나요? 

아직 가 본 적 없지만, 방문해보고 싶습니다. 서울의 청계천 프로젝트는 내게 영감을 준 사례 중 하나예요. 개인적으로 수공간을 좋아하는 터라 고속도로를 허물고 물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공공간을 만든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뉴욕시는 커뮤니티케어 디자인에 있어 어떤 사안에 중점을 두고 있나요?

거리는 커뮤니티를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장소입니다. 작년에 교통부는 몇몇 오픈 스트리트를 진정한 광장으로 업그레이드하고 거리를 개선했습니다. 현재 초점은 휴먼스케일과 지역성에 초점을 맞춘 택티컬 어바니즘(tactical urbanism)*과 영구성에 있다고 봅니다. 뉴욕시의 공간은 한정적인데, 차량의 이동과 보관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시민에게 더 많은 공간을 돌려줘야 합니다. 이에 오픈 플랜에서는 '운전 줄이기(reducing driving)’ 캠페인을 준비 중입니다. 올해는 뉴욕을 보다 지속 가능한 보행자 중심의 도시로 만드는 동시에 운전자에게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더 많은 옵션을 제공하는 정책을 만들고자 합니다.

*택티컬 어바니즘 자세히 보기 


오픈 플랜은 도로변을 주차장 대신 공공을 위한 쉼터로 만들어 더 많은 시민이 서로 만나고 교류하는 장소로 바꾸자는 연석 재구성(Curbside Reform)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미지 출처: 오픈 플랜


글: 윤솔희, 담당: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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