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역사와 유산을 활용한 디자인
작성일:
2024-02-01
작성자:
박은영
조회수:
299

[기획] 지역을 살리는 콘텐츠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39호(2024.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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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유일의 색을 만드는 법

역사와 유산을 활용한 디자인 

고품질 올리브로 유명한 이탈리아 토스카나는 올리브 나무 사이를 산책하고 수확하는 관광을, 사과 요리가 유명한 프랑스 노르망디는 사과나무 아래에서 빈둥대기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이렇듯 지역 고유의 역사와 유산에 뿌리를 둔 도시들은 자신들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다른 곳과 차별화를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적극 활용한다. 이번 기사에서 소개하는 도시는 기존의 유무형 자원을 새롭게 해석해 지역을 알린 사례다. 

  

지역의 역사와 유산은 오늘날 도시 브랜딩의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왼)노르망디시, (오)위하이크


울주군 언양읍성을 모티프로 한 범죄예방 디자인

울주군 언양읍성과 그 이미지를 모티프로 디자인한 안내판. 이미지 출처: 울주군


울산광역시 울주군은 1500년경에 세워져 오늘날에도 든든히 지역을 지키고 있는 성 울주 언양읍성에서 오늘의 브랜딩 단서를 찾았다. 보호·안전에 관한 디자인론, 즉 범죄예방 환경설계(일명 셉테드,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CPTED)를 연결하기로 한 것이다. 이름하여 ‘언양을 지키고 보호하는 수호성’ 프로젝트다. 셉테드는 군 내에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구역과 유독 어두운 가로 환경이 많다는 문제인식과 도시 미관 개선의 필요, 지역 브랜딩 효과 등을 엮기에 충분한 바탕이 돼주었다.

2019년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 만들기’ 일환으로 추진된 본 사업의 핵심은 생활 안전을 더하는 공공디자인에 있다. 이에 범죄 발생 데이터에 기반한 공간 분석과 집단 인터뷰,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언양읍성 주변으로 CCTV, 가로등, 보안등을 신설했다. 또한 읍성 경관 조명 계획을 더해 한층 밝은 도심 야경을 만들었으며, 언양읍성을 비주얼 아이덴티티 삼은 가로등, 안전펜스, 안내판 디자인을 새롭게 선보였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만든 고창군의 시각 이미지 

고창군 중앙로 로터리 공·행·공 사업 전과 후. 사진 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재)고창문화관광재단


전라북도 고창군은 세계유산 6관왕에 빛나는 도시다. 죽림리 고인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2000), 행정구역 전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재(2013), 고창 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2021), 선운산 등 세계지질공원 등재(2023),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판소리와 농악의 고장 등 그 항목만 나열해도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 그러니 새 이야기를 발굴하는 대신 이들의 숙제는 이 가치를 오롯이 발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좁혀졌다. 

그런 의미에서 2021년 ‘공공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 만들기’(이하 공행공) 사업은 생활 품격을 높이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먼저 군청 앞 전경부터 정리되었다. 이름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한 고창군청·고창군의회 기념비와 군민의 발길을 잡으려던 하트 모양 포토존 대신 정갈하게 쓴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 고창’ 안내판을 배치했다. 표준화한 디자인의 버스정류장을 새로 만들고, 주차장 안내판과 공중전화 부스를 제작해 도시 이미지의 일관성을 만들어 갔다. 덕분에 본 사업으로 바뀐 건 공공시설물과 안내판 디자인뿐 아니라 군민의 자부심도 올라갈 수 있었다.

*고창군 문화자원 지역 브랜딩 자세히 보기


제주다움을 강화한 공공공간

‘우수 디자인’으로 선정된 제주도 공공시설물 표준디자인. 사진 출처: 제주특별자지도


제주특별자치도는 공공디자인 시범거리 조성사업과 공공시설물 표준디자인 실증사업으로 제주다움을 강화하고 관광객 유치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공디자인 시범거리 조성사업 대상지는 한라수목원길로 정하고, 보행로 정비와 안내 표지판 설치, 안전 난간 및 의자 등 편의시설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시설물 표준디자인 실증사업은 ‘제주형’ 디자인을 만들고 배포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현무암으로 조각한 음수대와 주상절리를 모티프로 한 연립통합 안내표지판을 선보였고, 이 디자인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2020 우수디자인’ 국가기술표준원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민을 비롯한 이용객의 편의를 고려하는 데에서 지자체의 역할을 알리고 지역의 품격을 쌓고 있다.


순천만의 유니버설디자인 여행지 만들기

순천만국가정원은 완만한 경사로, 충분한 쉼터 등이 잘 갖춰져 ‘무장애 여행지’로도 소문나 있다. 사진 출처: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은 세계적으로 유일한 염전 습지로서, 다양한 조류의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습지이자 조류 동태 관찰과 연구에 유용한 탁월한 환경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이들의 과제는 이 소문난 명성을 굳건히 하고 내실을 다지는 것이다. 2023년 순천시가 제1호 유니버설디자인 시설물로 순천만국가정원을 선포한 배경이다. 순천시의 이러한 행보는 공공디자인 저변을 넓히고 기초를 탄탄히 하면서 도시 가치를 높이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제1호 유니버설디자인 시설물 발표는 유니버설디자인 인증마크 개발, 유니버설디자인 조례 및 시행규칙 제정, 유니버설디자인 공모전 개최 등 다양한 교육 및 참여 확대의 연장선에 있다. 순천시는 앞으로 순천만국가정원 내 유휴부지에 시민 대상 ‘유니버설디자인 정원’ 조성 프로젝트를 개최하고 새로운 순천을 만들어가는 데 상징적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군산시의 인공 문화 자산을 활용한 브랜딩

군산시는 자연과 문화 자산을 공공디자인으로 연계하며 도시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 출처: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군산시의 근대문화도시조성 사업이 어느덧 15년째를 바라보고 있다. 2009년부터 군산시 장미동 일원을 중심으로 한 근대문화벨트화지역 조성, 군산시 월명동 일원을 중심으로 한 근대역사경관지역 조성 등이 주요 골자다. 사업 목록만 해도 13가지가 넘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생활 품격을 높이는 공공디자인. 사업 면면을 보면 공공디자인적 관점이 도시 이미지 개선과 생활 여건 개선에 필요함을 느낄 수 있다. 

조선은행 군산지점, 군산세관 본관건물을 감싸고 있는 근대문화벨트지역에서는 안내 체계와 개별건물 디자인에 있어 동네의 분위기를 자연스레 흡수하는 맞춤형 디자인을 엿볼 수 있고, 주거 지역과 상권이 혼재된 근대역사경관지역에서는 틈새 공간을 활성화하기 위한 도보여행 코스 조성, 자전거 순환도로 개설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자연 유산뿐만 아니라 인공의 문화 자산 또한 사회가 더불어 공유하는 자원인 만큼 해석 관점에 따라 브랜딩 요소로 충분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공공디자인은 기존의 자원을 새롭게 해석하는 단서로 유용하다. 공공디자인 추진 전략 다섯 가지를 도시 브랜딩의 힌트로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생활 안전을 더하는 공공디자인, 모든 이를 위한 공공디자인, 생활 편의를 더하는 공공디자인, 생활 품격을 높이는 공공디자인, 기초가 튼튼한 공공디자인. 이중 우리의 자연 또는 문화 자산을 어떤 시선으로 읽느냐에 따라 새로운 활력, 나아가 삶의 질을 바꾸고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는 내일의 보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글: 윤솔희, 담당: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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