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작성일:
- 2023-10-31
- 작성자:
- 박은영
- 조회수:
- 1926
[기획] 우리 모두가 가꿔나가는 디자인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36호(202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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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름의 장벽을 만남의 장소로,
<2023 공공디자인 토론회> 리뷰
<2023 공공디자인 토론회>가 10월 24일 아스티호텔부산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의 중요 행사가 열렸다는 신선함과 반가움에 토론회 연사도, 관객도 사뭇 뜨거운 반응이었다. 장동광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은 “서울을 벗어나 부산에서, 또 3년 만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에 개최하는 제17회 공공디자인 토론회는 통섭의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공공디자인의 현실적인 문제를 공유하고, 그 해결책과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기회”라고 말하며 “도시 문화부터 해양 산업까지 공공디자인 관점을 더하고 있는 부산에 주목한다”라고 화답했다.
<2023 공공디자인 토론회>의 주제는 ‘장벽이 없는 삶, 모두를 위한 디자인’으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 주제와 평행하게 달렸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말하는 이 ‘모두’를 어떻게 인식하고 ‘디자인’할 수 있을지를 여러 도시의, 사업의, 정책의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줬다. 그중에서도 기획 의도가 강조하는 바는 ‘사회적 약자를 향한 배려를 넘어 당사자성을 강조하고 디자인 사용자의 의견에 더 귀 기울이며 발전해 온 사례들’이란 점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사례들이 단상 위에 올랐는지 함께 살펴보자. 총 3개의 세션은 삶의 환경, 보편적 복지, 지역과 문화라는 키워드 아래 펼쳐졌다.
공공디자인 토론회는 백진경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 조직위원장의 주제 발제로 막이 올랐다. 사진 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세션 1. 더불어 행복한 삶의 환경
“모든 디자인 작업에서 사안별 특수성과 사용자, 장소, 기능 등을 고려해 장애 요인을 제거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사용자별 특성과 요구를 반영하는 동시에 많은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백진경, 주제 발제 ‘모두를 배려하는 사인 디자인’ 중
백진경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 조직위원장의 주제 발제로 막이 오른 ‘더불어 행복한 삶의 환경’은 유니버설디자인의 다원적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흔히 유니버설디자인을 장애인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디자인 방법론으로 오인하는 현상을 바로 잡는 의도로,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을 포함한 ‘모두를 위한 것’이 유니버설디자인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어 한주성 스튜디오 엠엑스디 대표의 발표가 이어졌다. 서울시의 ‘공공공간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사업’을 추진하면서 배운 현장의 생각과 이용자의 피드백이 소개되었고, 여러 대목 중에서도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에서 흔히 발생하는 인지 오류, 낮은 정보 접근성 등을 지목하고 이를 해소하려는 접근이 눈길을 끌었다. 다음으로는 산림청이 ‘산림청 숲길 안내 체계 디자인’ 사업을 통해 전국민 43.8%가 즐기는 여가 활동인 산책과 걷기를 위한 장소, 숲길의 안내 체계 매뉴얼을 수립한 노력을 말했다. 이들은 숲길의 90%가 지자체 소관으로 관리 주체가 분산되어 있는 만큼 체계적인 안내 체계가 이용자 편의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숲길 관리법도 표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유지 관리를 위한 디자인 적용 소재 가이드라인뿐만 아니라 시민의 안전성을 높이는 숲길 이용등급(5등급) 체계화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했음을 알렸다. 다음으로는 오뚜기의 ‘오뚜기 점자 패키지’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용기면 안쪽 물 붓는 선을 인식하기 어렵다는 시각장애인 사용자의 피드백을 시작으로 모두에게 동등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의에 따라 용기면 바깥쪽에도 제품명, 조리법 등을 담은 점자 디자인을 모색했음을 말했다. 덕분에 용기 소재의 환경성 개선, 사용성 개선까지 이뤘다고도 말해 좌중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삼화페인트의 ‘컬러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 개발과 적용 사례 발표는 공동주택, 상가, 사무실 등의 색채 디자인이 개개인의 인지 건강 차원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점인지를 보여줬다.
세션 2. 포용적 사회의 보편적 복지
“진정한 포용적 사회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측면의 유니버설디자인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포함한 여러 시민과 설계자, 행정 등의 대화를 통한 관계자의 의식 변혁, 유니버설디자인을 구현한 이후의 지속적인 운용이 중요합니다.” - 다카하시 기헤이, 주제 발제 ‘일본의 유니버설디자인 정책 전개와 최신 사례’
주제 발제를 맡은 다카하시 기헤이 도요대학 인간환경디자인학과 명예교수는 일본에서 유니버설디자인 정책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그리고 최신 사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했다. 특히 2020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대회 개최를 계기로, 국제 패럴림픽 위원회(IPC)가 채택한 <접근성 가이드(Accessibility Guide)>*를 적극 활용했고, 이 내용이 일본 배리어 프리화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생활 환경 개선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인권 증진과도 연결된다고 말하며 현재 호텔, 소규모 점포 등에도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가 거듭 강조한 메시지는 개선하려는 의지와 교육이었다. 도쿄에 위치한 신국립 경기장의 경우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3년 동안 21번의 워크숍을 개최할 정도로 여러 관계자가 참여했고 의견을 모았음을, 2014년 UN의 장애인권리협약(2006)을 비준하며 2022년 6월 심사를 받았지만 여전히 UN 가이드라인에 미치지 못함을 알고 더 많이 개선해야 함을 배웠음을 말했다. 마지막으로 다카하시 기헤이 명예교수는 “어릴 때부터 학교와 일상에서 형성되는 만남과 관계는 다양하다. (이러한 경험은) 매력 넘치는 사회 환경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을 추진하는 동력이 된다.”며 경험의 축적과 그를 통한 이해력을 강조했다.
다음으로 등장한 사례는 실로 삶의 행복도를 높이는 시도들이었다. 우리에게 이제는 익숙해진 횡단보도 옆 장수의자의 개발기부터 독거 어르신의 외로움을 달래는 SKT의 AI 돌봄 서비스 등이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공공디자인이 되어준다는 걸 보여줬다. 임진이 한경국립대학교 디자인건축융합학부 교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3D 교재 제작기를 소개하며 소개하며 배움의 동등함을 만드는 공공디자인을 보여줬다. 네이버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로 AI 대체 텍스트 제공 기능을 개발했지만, 현재 대사 번역, 작품 속 대사 검색 기능 등과 연계해 결과적으로 모두를 위한 정보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졌음을 말했다.
*IPC가 발간한 <접근성 가이드(Accessibility Guide)>는 올림픽·패럴림픽 대회 개최를 목적으로 한 경기장 안팎의 일반 정보, 실내 인테리어, 접근로, 샤워실 등의 디자인을 비롯해 도시의 교통, 주차, 공항, 공공시설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SKT AI 돌봄 서비스. 사진 출처: 텔레콤
3D프린트 사물, 묵자(저시력 학생용), 점자(전맹 학생용)로 구성된 3D 프린트 교재. 사진 출처: 임진이
세션 3. 모두의 지역, 지속 가능한 문화
“(스케치는) 자신이 사는 도시와 공간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계기로, 그 아름다움을 즐기는 방법인 동시에 도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찾고 해결책을 함께 생각하고 토론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 이창훈, 주제 발제 ‘스케치를 통한 공공디자인 가치 전달의 극대화’
이창훈 어반스케쳐스서울 운영자의 발표로 마지막 세션 3 ‘모두의 지역, 지속 가능한 문화’의 막이 올랐다. 그는 개인과 도시의 연결성이 끈끈해질수록 개인이 도시 공간의 긍정적인 변화를 지원한다고 소개하며 어반스케쳐스서울의 활동상을 보여줬다. 이어 이어지는 사례 발제 또한 그의 말에 힘을 싣는 듯했다. 홍순연 로컬바이로컬 대표는 지역의 청년 매니저와 주민 주도로 진행하고 있는 각종 커뮤니티형 프로그램을 말하면서 이 시간이 지역의 인적 인프라를 키우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는 노하우까지 들려줬다. 최민준 (재)부산디자인진흥원 도시공공디자인팀 팀장은 부산 관광 안내 표지판의 여섯 가지 디자인 원칙을 소개해 기초자치단체에서 유니버설 디자인 운영 및 관리법에 대한 한 방향성을 보여줬으며, 최성호 한양사이버대학교 건축공간디자인학과 교수는 ‘연안사고 안전관리 시설물 가이드라인’을 통해 지리적 특징을 이해하고 작성한 가이드라인의 중요성과 역할을 말했다. 임철희 인천광역시 도시디자인과 공공디자인팀 팀장은 지역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시민들이 제안하고 직접 참여하는 인천형 공공디자인 사업을 소개했다. 사례들은 제각각 모습은 달랐지만 모두 안정감과 안전함을 독려하는 공공디자인의 역할을 가리키고 있었다.
(왼쪽) 부산 관광 안내 표지판 디자인. 이미지 출처: 부산시, (오른쪽) 인천 원도심 디자인 사업 예시. 사진 출처: 인천시
마지막으로 ‘유니버설디자인과 포용의 가치’란 주제 아래 종합 토론이 이어졌고 좌장 이종혁 광운대학교 교수의 진행에 따라 앞서 등장한 사례를 중심으로 행정상 또는 실무상 개선할 점, 미래를 위한 보안책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백진경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 조직위원장은 “공공디자인 논의가 국내에 뿌리를 내린 때가 2007년”이라며 “각계·각지에서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이제 필요한 일은 기존의 우수한 안을 토대로 각자의 상황에 맞춰 변형하는 등 활용 저변을 넓혀갈 때”라고 민관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한주성 스튜디오 엠엑스디 대표는 “내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공공디자인 방향을 거시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 시선을 더해 균형을 맞춘다면 더 합리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더했다. 김동길 디마이너스원 공동대표는 “논의의 초석에 공감과 깊은 이해가 반드시 있어야 현장에서 통하는 디자인이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공공과 민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 공공디자인 도입 주체와 환경은 저마다 달라도 그 결과를 누리는 주체는 ‘우리 모두’라는 사실에 참여자들은 공감했고, AI 등 디지털 기술의 도입과 전 영역의 꾸준한 관심과 도전이 끝내 포용의 가치를 만들 것이라 보았다.
좌장 이종혁 광운대학교 교수의 진행에 따라 앞서 등장한 사례를 중심으로 종합 토론이 열렸다. 사진 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세션2의 주제 발제를 맡은 다카하시 기헤이 도요대학 인간환경디자인학과 명예교수도 종합 토론에 질문과 생각을 더하며 논의를 풍성하게 했다.
사진 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약 4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본행사는 ‘유니버설디자인은 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모색하고, 공공디자인으로 개인과 사회, 도시를 연결할 방법은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자리였다. 그중에서도 모든 연사가 입을 모아 강조한 말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 모두 함께 상상하고 같이 나아가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토론회는 단순하게 사례를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 앞으로 당신은 어떤 사례를 만들 수 있는지를 묻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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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솔희, 담당: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