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일상의 것들을 새롭게 보게 한 행사
작성일:
2023-10-31
작성자:
박은영
조회수:
925

[기획]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 리뷰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36호(202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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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것들을 새롭게 보게 한 행사


2023년 10월 20일에 개막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이 10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란 이름의 유니버설디자인을 알리고 우리 주변의 사례를 통해 공동의 이해를 다지려는 기획 의도가 돋보였다. 공공부터 민간까지, 집부터 동네까지, 도시문화부터 해양문화까지 다양한 주제의 공공디자인이 등장했다. 그중 주목해야 할 거점의 이야기를 옮긴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란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 주제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사례를 분야별로 다채롭게 펼친 주제전 전경. 

사진 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주제전은 각 공공디자인이 탄생한 배경과 디자인 의도, 그리고 사회적 순기능을 글과 사진, 실제 모델로 소개했다. 사진 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부산 F1963에서 열린 주제전 

<모두를 위한 디자인: 우리가 꿈꾸는 보통의 일상>

관람객은 올해 주제 전시를 부산 공공디자인 특구 속 F1963에서 만났다. F1963은 과거 와이어 제조 공장을 리모델링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쓰는 곳이다. 주제전의 기획을 맡은 권정민·한정희 공동 큐레이터는 기자간담회에서 “오늘날 공공디자인은 일상 속 사물의 쓰임과 역할을 새롭게 이해하고 개인과 공동체, 나아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매개체다”라고 말문을 열며 공공디자인의 역할과 중요성을 드러냈다.

전시 섹션은 유니버설디자인의 일곱 가지 원칙에 따라 6개의 일상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인지 다양성을 고려한 집과 커뮤니티’, ‘모두에게 포용적이고 아름다운 동네의 품격’, ‘차별 없이 미래를 꿈꾸는 안전하고 세련된 교육 환경’, ‘누구에게나 공평한 이상적인 업무 공간’, ‘모두를 위한 보통의 가게’, ‘접근성과 이동 편의성을 갖춘 대중교통과 귀갓길’ 순으로 일상의 모습이 차례로 그려졌다. 주거 환경 맞춤형 컬러유니버설디자인부터 모든 세대가 이용할 수 있는 초세대 놀이터와 동네, 산책로 등에서 볼 수 있는 안내판·시설물 공공디자인, 교실 그리고 더 넓게는 학교가 변해가는 현장을 조망했다. 공공(정부 부처,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등), 민간(기업, 학계 등) 등 주체 경계 없이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등장했다. 특히 ‘누구에게나 공평한 이상적인 업무 공간’ 섹션에 참여한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회사 베어베터는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제작된 업무 교육 자료, 업무 보조 기구, 그리고 보조 기구 체험 존을 선보여 ‘모두가 일하기 좋은 환경이란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줬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F1963 석천홀 주제 전시장 교육 환경 공간에서 어린이 동반 가족 대상 디자인 워크숍 ‘나도 공공디자이너!’ 등이 열렸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로 공공디자인을 처음 마주하는 어른도 쉽고 편안하게 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제전이 열린 F1963 석천홀은 한 때 와이어 제조공장이었던 곳을 모두가 즐기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사례로,《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에 의의를 더했다. 사진 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차별없이 미래를 꿈꾸는 안전하고 세련된 교육 환경’과 ‘누구에게나 공평한 이상적인 업무 공간’의 베어베터 전시 모습. 

사진 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F1963 석천홀 주제 전시장 내에서 어린이 동반 가족 대상으로 열린 디자인 워크숍 ‘나도 공공디자이너!’ 활동 모습. 사진 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부산 공공디자인 특구: 원도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공공디자인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 개막식에서 장동광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은 “올해는 공공디자인 확산과 발전을 위해 다양한 공공디자인을 적용해 가고 있는 부산에서 추진한다.”라고 거점 선정 배경을 밝혔다. 즉, 부산은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이자 해양문화와 관광문화가 발달한 도시인 만큼 서울과는 다른 풍경에서 색다른 접근을 확인할 기회라고 소개한 것이다. 그의 소개처럼 이번 페스티벌은 해안가를 따라 뻗은 부산을 북동부, 남부, 서부 세 권역으로 나눴고 도시재생, 지역문화, 지역공동체, 해양도시경관, 어린이 친화, 무장애시설 총 여섯 테마 코스까지 꾸려 관람객을 맞이했다. 대표적으로는 북동부권에 F1963과 부산시민공원이 있으며 남부권에는 국립해양박물관, 영주동 도시재생현장센터가 있고 서부권에 강서기적의도서관 등이 있다. 권역이 서로 떨어져 있는 만큼 휠체어 이용자, 유아차 이용자 등을 위한 무료 공공버스 또한 운영해 지역과 지역 연계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 돋보였다. 

그밖에 부산유라시아플랫폼(부산역 광장)을 채운 황나키 작가의 미디어 아트 <모두를 위한 여정 Universal Journeys>, 일하기 좋은 환경에 관해 공공디자인의 역할과 방향성을 고민하는 공공디자인 데이(부산 워케이션)가 페스티벌을 물들였다. 또한 부산시민공원에서는 서울·경남지역의 어반스케쳐스가 모여 부산 시민과 함께 도시 풍경을 그리고, 동래부 동헌 야외 마당에서는 차를 음미하며 여유를 만끽하는 시간이, 영도 피아크에서는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기는 음악 행사가 열렸다.바다에서 얻은 먹거리와 바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 마르쉐도 부산의 활기를 물씬 살렸다는 평이다. 

   

부산유라시아플랫폼을 채운 황나키 작가의 미디어 아트 <모두를 위한 여정 Universal Journeys>. 사진 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수 언더스탠드 에비뉴, 서울숲을 그림으로 기록해본 어반스케쳐스들의 활동. 사진 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부산시민공원에서 열린 경남지역의 어반스케쳐스들의 활동. 사진 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바다 먹거리를 소개하고 바다에서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다룬 농부시장 마르쉐 부산. 사진 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건강한 식생활을 응원하고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 농부시장 마르쉐 서울. 사진 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문화역서울284 RTO: 공공디자인 뿌리를 키우는 학술 행사

전국 곳곳의 광장과 골목에 일상으로 녹아든 공공디자인 사례가 등장했다면 문화역서울284 RTO에서는 그 깊이를 더하는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이야기가 채워졌다. 10월 21일 열린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학술대회를 필두로 청년 미래 디자인 포럼, 2023 경관×공공디자인 집담회가 바로 그것이다. 청년 미래 디자인 포럼의 경우 공공디자인 청년 거버넌스 준비위원회가 주최·주관한 것으로, 기성세대와 신진세대 간의 생각 교류뿐만 아니라 앞으로 청년 디자이너가 주체가 되어 공공디자인 정책을 수립하고 함께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선언을 발표한 의미이기도 했다. ‘공공디자인 다음 세대를 위한 첫걸음의 의의와 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는 공공디자인 세계화, 공공성 실현을 위한 연대 방법 등에 대한 아이디어가 모였다. 

건축공간연구원이 주최하고 (사)더나은도시디자인포럼, (사)한국경관학회가 주관하는 2023 경관×공공디자인 집담회는 ‘경관 더하기 공공’이란 주제 아래 환경, 안전, 사람을 위한 경관디자인과 공공디자인을 차례로 소개했다. 바이오필릭 디자인과 같은 경관디자인 최신 경향과 아파트 화재 안전 디자인, 간접흡연 예방 흡연부스와 같은 생활 속 공공디자인이 한자리에 소개된 만큼 영역 간 경계를 허물고 논의의 폭을 확장하는 취지가 돋보였다.


10월 21일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열린 2023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학술대회. 사진 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연희동 공공디자인 거점과 성수동 공공디자인 거점: 함께 즐기는 우리 동네

‘모두가 환영 받는 우리 동네: 어린이와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연희동 나들이’는 연희동 일대를 아우른 기획으로, 어린이와 반려동물에게 친절한 시간, 지구와 공생하기 위한 책임 소비 등도 공공디자인의 일환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자연스레 동네 산책하며 공공디자인 거점 방문을 유도할 수 있도록 스탬프 이벤트도 진행되었다. 

성수동의 경우 <2023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과 <제4회 공공디자인 국민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이 열린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를 중심으로 일대의 문화공간이 공감과 공생에 대한 각자의 제안을 보여줬다. 서울 시내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는 동네이기에 폭 넓은 세대, 다양한 관심사 등에 다가서는 공공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은 막을 내렸지만 그 논의의 재생산은 이제 시작이다. 백진경 조직위원장은 “공공디자인 역할과 필요성을 알리고자 했는데, 올해는 참여처가 160여 곳으로 대폭 늘었다.”라고 말하며 “이번 페스티벌이 공공디자인 저변을 넓히고 관심을 높이고 공감하게 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 풍성한 논의의 씨앗이 내년 페스티벌 개최 때까지 어떤 꽃을 피울 지 기대해보자.

 

연희동 공공디자인 거점은 어린이와 반려동물을 함께 환영하는 시간이었다. 사진 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글: 윤솔희, 담당: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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