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주제전 큐레이터 인터뷰
작성일:
2023-09-27
작성자:
박은영
조회수:
649

[기획] ‘모두를 위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예고편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34호(202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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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 주제전 큐레이터 인터뷰

개인을 위한 디자인이 곧 모두를 위한 디자인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봉준호 감독이 제92회 아카데미상에서 마틴 스콜세이지의 말을 인용해 남긴 수상소감이다. 각자의 개별성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창조적이라는 말은 디자인의 세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각각의 사용자를 더 세심히 관찰하고 니즈를 파악해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디자인 특히 공공디자인에 있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태도다.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의 주제 전시 <모두를 위한 디자인: 우리가 꿈꾸는 보통의 일상>은 이 모두를 함축한 가장 개인적이자, 가장 창의적인 공공디자인의 장이다. 다양한 특성을 지닌 이들이 모두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와 정보, 제품과 환경에 이르기까지 공평하고 편리하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의 면면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 공동으로 전시 기획을 맡은 권정민 계원예술대학교 교수와 디뮤지엄 부관장을 역임한 한정희 큐레이터에게 주제 전시의 준비 과정부터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전 포인트까지 물었다.


*공통 답변이 아닌 경우에만 이름을 따로 표기했습니다.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의 주제 전시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과정이 궁금합니다. 물리적 소요시간부터 아이디어 개발 과정, 프로세스까지 전시 기획 전반에 관해 설명해 주세요.


전시 준비는 올해 3월 초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기획을 맡은 직후 국내외 다양한 사례들에 관한 자료, 연구 논문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공공디자인을 다각도로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우수 사례로 꼽힌 공공디자인 설치 현장을 방문하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며 본 전시를 통해 ‘공공디자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대중에게 ‘공공디자인의 어떤 부분을 보여 줄 것인가’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미 공공디자인을 다룬 여러 형태의 전시가 있었고 짧은 기간에 공공디자인의 영역이 획기적으로 변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앞선 전시들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를 두고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유니버설디자인적 측면을 다각도로 살피며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모두를 위한 디자인: 우리가 꿈꾸는 보통의 일상>의 밑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유니버설디자인’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확장해 나갔나요?


유니버설디자인은 어느 날 갑자기,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오래 전에 그 개념이 등장했고 알게 모르게 우리 삶 속에 적용되어 왔습니다. 다만 사회 구성원이 다양해지고 우리 사회가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필요와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증가해 서로 다른 조건과 환경 속에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와 능력을 고려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포용성’이 문화예술계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증가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이미 일상 속에서 많은 공공디자인의 혜택을 누리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것을 ‘디자인’ 자체로 인식하거나, 공공디자인 정책 안에서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로 느낀다고 여기는 것 같진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편의가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와 능력을 고려하고, 우리 사회와 삶 속의 문제를 디자인을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의 과정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느끼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공공을 위한 디자인이 단순히 우리의 꿈이나 미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일상이 될 수 있고, 그것이 지금보다 더 충만하고 품격 있는 삶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이번 주제 전시에서는 다양한 사회 문제를 디자인을 통해 해소하는 일상 속 유니버설디자인 사례를 만나볼 수 있다. 우리가 만나볼 수 있는 일상 속 유니버설 디자인 사례로는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군포시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함께 추진한 고령친화‧인지건강 커뮤니티 ‘늘푸른 열린광장’(좌)과  저시력자와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품명, 물 붓는 선,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나타내는 기호를 점자로 표기한 오뚜기 컵라면(우) 등이 있다. 사진 출처: 군포시청 홈페이지, 오뚜기 홈페이지


올해 공공디자인페스티벌은 부산에서 열려 특별함을 더합니다. 전시 준비에 지역적인 고려도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공공디자인페스티벌과 주제 전시가 처음으로 부산에서 진행되는 것이어서 그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습니다. 방문객으로 부산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전시를 진행해야 하는 장소’로 도시를 이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부산 시민에게 공공디자인의 어떤 면모를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기획팀이 번갈아 방문하며 전시 주제인 공공디자인, 유니버설디자인을 중심으로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산의 문화·예술에 대한 스터디도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논의와 고민을 토대로 기획·구성한 것이 이번 공공디자인페스티벌의 주제 전시입니다. 수영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F1963>에서 열리는데, 모두를 위해 지속 가능한 디자인과 삶을 고민하고 공감하는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라 특별함을 더합니다. 


말씀하신 기획 의도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력한 부분은 무엇입니까.


우수한 공공디자인 사례를 시각적 호감과 공감 가능한 이야기로 구성해 우리 삶의 품격을 높이는 공공디자인의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습니다. 유니버설디자인과 공공디자인이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며, 앞서 말씀드렸듯 우리 삶 속에는 다양한 형태의 공공디자인이 존재하고, 이것이 우리 삶에 내재하는 새로운 자원임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개인과 공동체, 지역 사회를 연결하며 우리 삶의 품격을 높이고 변화를 이끈다는 것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관람객들이 일상에서 만났거나, 만나게 될 공공디자인 사례를 전시장이라는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에서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해, 익숙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일상의 장면들에 주목하도록 의도하고자 합니다. 마치 연극 무대를 보는 것 같은 전시장을 거닐며 시각적인 호감 속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일상 속 공공디자인 사례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발견하고 우리 삶에서 공공디자인의 역할과 필요성,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경험의 도구로 6개의 일상 공간(집, 동네, 학교, 일터, 쇼핑, 대중교통)을 설계했습니다. 관람객이 자연스레 공간 속에서 공공디자인을 체험할 수 있는 구조인 것 같아요.


주제 전시의 굵직한 스토리 라인을 ‘일상의 하루’로 설정해보았습니다. 공공디자인의 주요 사례를 순차적으로 경험하며 그 가치와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기획한 것입니다. 유니버설디자인이 일상 곳곳에 녹아 있는 만큼 하루를 시작하는 주거공간에서부터 출발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과 집, 혹은 동과 동 사이를 빠져나오면 등하교, 혹은 출퇴근 길에 이릅니다. 그렇게 마주하는 우리 동네, 학교, 일터를 비롯해 익숙한 쇼핑 시설과 대중교통까지 그 안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공디자인 사례들을 차례대로 마주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무엇보다 관람객이 각 사례를 일정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방식이 아닌, 공간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공공디자인이 어렵거나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고 나의 삶을 편하게 하는 유용한 것이라는 점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각 섹션별 특징과 눈여겨보아야 할 점을 짚어주시면 관람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일상의 공간을 담고 있는 여섯 섹션에는 연령, 성별, 장애의 유무와 같은 각기 다른 신체적, 심리적 조건을 가진 사람들 모두가 물리적인 편안함을 느끼고 시각적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디자인 사례가 전시될 예정입니다. 이는 우리 삶 속의 다양한 문제들을 ‘디자인’이라고 하는 유연하면서도 이상적인 도구를 통해 해결한 사례들이지요. 따라서 전시를 보실 때 각기 다른 일상의 풍경 안에 존재하는 공공디자인 사례가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어떤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며, 이를 위해 어떤 솔루션을 찾았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유추해보시면 더 흥미롭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를 통해 디자인의 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린이 보호 구역 내에서 운전자가 어린이를 쉽게 인식해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 ‘옐로 카펫’(좌)과 청각 장애인과 승객 간의 의사소통을 도모한 유니버설 모빌리티 플랫폼 '고요한M택시'(우). 모두 교통 환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 사례다. 사진 제공: 옐로소사이어티, 코액터스


꾸준히 다양한 전시를 기획해온 것으로 압니다. 여타 전시와 비교해 ‘공공디자인’ 관련 전시를 준비하며 염두에 둔 부분이 있을까요.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전시를 어떤 방향으로 풀어나가야 하나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이번 전시에서는 국가 차원으로까지 확대, 적용이 요구되고 있는 유니버설디자인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무엇보다 일상에 적용된 공공디자인 사례를 선보이되, 이를 우리의 하루 일과와 매칭해서 나의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결국 디자인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매일 만나는 것이라는 점, 우리의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은 만큼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띈 아이디어 혹은 사례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권정민 눈에 띄는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컬러유니버설디자인(Color Universal Design, CUD) 사례를 통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색약자, 노약자, 어린이, 외국인을 아우르며 우리 일상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고 미래 공공디자인의 긍정적인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한정희 우수 사례를 찾아보고 현장을 탐방하고 이들이 탄생한 배경과 솔루션을 살펴볼 때마다 놀라웠습니다.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탄생시키기 위한 기관, 기업 관계자들의 노력 전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각기 다른 위치에서 모두의 안전하고 편리하며 품격 있는 일상을 만들고자 하는 고민을 바탕으로 탄생한 사례 모두가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삼화페인트공업이 한국컬러유니버설디자인협회, CUD 연구소와 함께 만든 ‘모두를 위한 환경색채 삼화 컬러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 색약자가 건축, 환경, 

제품, 서비스 등의 정보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배려한 컬러 설계다. 자료 출처:삼화페인트 


전반적인 전시 기획을 공동으로 맡았습니다. 의견 개진 및 업무 협의는 어떤 형태로 이루어졌나요?


저희는 오랜 기간 동안 한 기관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같은 기관에서 전시뿐 아니라 새로운 공간을 기획하고 오픈해서 운영하는 일을 할 때에도 협의와 논의 과정에서 즐겁게 소통하고 협업해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도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더불어 전시를 구성하면서 적합한 사례를 떠올리거나 어울리는 작업을 선택할 때 항상 비슷한 취향과 안목을 기반으로,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 덕에 큰 그림을 그리고 조율하는 과정이 수월했고 덕분에 즐겁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환상의 팀 플레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 진행 중 맞닥뜨린 애로사항이 있었는지, 해결방안도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이번 전시가 부산에서 열리기 때문에 물리적인 거리에서 비롯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기획자들은 전시 공간이 익숙해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맞는 공간설계 및 구현작업을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번 전시는 부산에서 처음 열리는 터라 전시 공간에 대한 이해와 관찰부터 모든 기획이 시작되어야 했습니다. 전시를 기획하다 보면 이 아이디어가 전시 공간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공간을 찾아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데,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주 가 볼 수 없으니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런 간극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관계자끼리 보다 긴밀하게 협력해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었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공공디자인 페스티벌》을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본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더 즐겁게, 더 가까이에서 공공디자인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되는 본 행사의 취지이기도 할 테고요. 정부나 창작자뿐만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일상의 품격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해결법을 찾아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더 좋겠습니다. 


글: 홍지은, 담당: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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