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차별받지 않고 행복해지는 방법
작성일:
2023-08-28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2237

[기획] 차별 없는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34호(2023.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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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이 UD꿈공장장이 전하는

차별받지 않고 행복해지는 방법


다양한 문화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어울리며 살아가야 하는 지금, 차별에 대한 관심이 점점 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에서 가장 차별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장애인, 노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일 것이다. 사회적 약자는 신체적·문화적 특징으로 주류집단 구성원에게 차별받으며 스스로도 차별 받는 집단에 속해 있다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한경국립대학교에서 유니버설디자인을 가르치는 임진이 교수는 우리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받아 성장하려면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과 효과적인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적시하며, 바로 그 방법은 지식과 기술을 갖출 수 있는 ‘맞춤식 교육’에서 비롯될 수 있다고 말한다.


차별은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

1970년대 급속하게 발전한 한국경제의 부산물인 ‘빨리빨리 문화’는 짧은 시간 안에 대한민국을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했다. 그 바탕에는 기준과 규격을 만들고 통일하는 표준화, 규격화 작업이 있었다. 합리적인 활동을 조직적으로 행할 수 있게 만든 이 작업은 반대로 부작용도 만들었다. 경사로 없는 계단, 비장애인들을 위한 대중교통, 휠체어가 들어가지 않는 공중화장실 등을 비롯해 옷의 크기를 스몰, 미디엄, 라지로 규격화하고 이에 맞지 않은 사람은 불편을 겪거나 소외되는 일들이 생겼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어울리면서 살아가야 하는 현대에 들어서 이전에는 당연시 여기던 차별과 소외에 대한 관심이 늘기 시작했다. 남녀 간의 성 차별은 물론 장애인, 노약자, 어린이, 저소득층 등 우리가 알게 모르게 자리잡고 있는 고정관념으로 인해 생긴 차별은 무엇인지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임진이 교수는 한경국립대학교 디자인건축융합학부 교수로 일하기 전 10년 넘게 대기업의 디자이너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경험한 성불평등은 직장 생활을 하는 내내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이후 많은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경우에는 불편함 이상의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장애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비장애학생들보다 높은 성적을 받고 취업을 해도 직장생활을 오래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1990년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도입해 일정비율의 장애인을 고용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비장애인과 같은 강도의 업무를 요구하며 생기는 어려움으로 끝까지 버텨내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휠체어 등을 사용하는 지체장애인의 경우 3시간 근무 후 휴식을 취해야만 욕창을 방지하고,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이를 인식하고 배려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청각장애인의 경우에도 ‘문자 대화방’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청각장애의 특성상 글을 정확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대화의 오류가 생기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잘 이해하는 고용주나 직장동료 또한 드물다.

2020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선천적 원인에 의한 장애 발생은 13.3%이며 사고로 인한 후천적 요인이 73.3%에 달한다고 한다. 즉, 장애는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될 수도 있다. 한경국립대학교는 이러한 신체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립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UD꿈공장 메이커스페이스(이하 ‘UD꿈공장’)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저 소외된 계층을 도와주고 배려하는 것이 아닌, 원하는 것을 직접 배우고 필요한 것을 만들어 사용하거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목표다. 


교육은 기회를 제공받을 권리를 만든다

차별받지 않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학교와 학생이 지식 함양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지식은 교육에 의해 갖춰질 수 있다. 교육은 삶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이에 UD꿈공장이 중요하게 가르치는 교육 중 하나가 3D프린팅 활용교육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3D프린팅이 보급화 되고 있다고 하지만 제품이 고가인데다 별도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익혀야만 원하는 3D프린팅을 출력할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은 물론 일반인도 접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한경국립대학교는 창업진흥원의 메이커스페이스 사업 지원을 받아 다양한 출력이 가능한 3D프린터를 갖춘 UD꿈공장을 설립했다. 기술을 갖추어 자신이 직접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장애인들도 산업인력공단의 3D프린팅 자격시험을 볼 수 있도록 환경도 구축했다. 

이러한 환경을 활용해 시각장애 학생의 학업 능력 향상을 위한 ‘3D프린트 교재와 점자판’ 100가지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일본에서 열린 ‘2022 국제유니버설디자인어워드’에서 은상과 독일에서 개최된 The special feature of the UD AWARD 2023에서 EXPERT를 수상하며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사회복지모금회의 지원 사업으로 진행한 3D프린트 교재는 교과서에 나오는 문화재, 동식물, 세계 유명 건축물을 입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실제 형상을 시각장애학생들이 만져보며 형태를 이해함으로써 비시각장애인과의 교육의 격차를 줄이고자 기획했다. 이 3D프린트 교재는 서울맹학교, 대전맹학교, 강원명진학교에 무료로 제공되었고, 이후 업그레이드 버전을 준비 중이다. 

 

3D 프린터로 만든 시각장애인을 위한 학습 교재

3D 프린터로 만든 시각장애인을 위한 학습 교재. 사진 제공: 임진이 UD 꿈공장장


우리는 말이나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하면서 의사소통을 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다. 하지만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다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대안이 필요한데 가장 효과가 인정된 방법이 ‘보완대체 의사소통(이하 AAC : Augmentative & Alternative Communication)’이다. AAC는 상징(그림)이나 보조도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총칭한다. UD꿈공장에서는 한국형 AAC를 개발했다. 현재 사용되는 얼굴 상징의 경우 대부분 감정표현이 결여된 형태로 제작되어 특히 지적장애인들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개발된 한국형AAC는 우리나라의 정서와 감정을 나타낼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이 특징이다. 한국민속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AAC는 편의시설, 민원실, 매표소 등 공간 및 상황별로 다양한 표정과 장비, 물품들이 그려져 있어 말을 할 수 없어도 대화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민속촌에 방문하는 장애인뿐 아니라 외국인과 어린이 등에게도 효과가 인정되어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후 보조기기센터용 AAC, 경기도 국민안전체험관용 AAC가 개발되었다. 현재 국립통일교육원과 함께 장애학생들의 통일교육을 위한 AAC가 개발 중이다.

 

한국민속촌 AAC 가이드 그림

보조기기센터용 AAC 가이드 그림의사소통장애인들의 대화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만든 보완대체 의사소통 디자인.

위) 한국민속촌 AAC, 아래) 보조기기센터용 AAC 사진 제공: 임진이 UD 꿈공장장


한경국립대학교는 학생들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캠퍼스 환경에도 신경 쓰고 있다. 장애학생들이 불편함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디자인 캠퍼스로 조성되었다. 특히 중증 장애학생의 경우 보호자가 함께 생활하여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숙사가 마련되어 있다. 장애인의 경우 기저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학생식당에는 서울대 수술실 인테리어 마감재로 사용된 항균 실내 마감재를 ‘클린존’에 설치해 미생물 오염을 예방할 수 있도록 감염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또한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전문 수어 통역사, 전문 속기사 등의 인력이 학생들의 학업을 지원한다. 또한 장애인들의 기능적 회복과 재활을 위해 물리치료사가 학생들을 돕고 있으며, 체육관에는 장애인이 운동할 수 있는 전문운동기구도 설치되어 체력을 키워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모두 학생들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지원들이다. 

 

항균 소재로 마감된 한경국립대 식당

항균 소재로 마감된 한경국립대 식당. 사진 제공: 임진이 UD 꿈공장장


유니버설디자인된 사회는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  

UD꿈공장이 지향하는 유니버설디자인된 사회는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시력이 나쁜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안경으로 시력을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휠체어 사용자는 계단을 이용할 수 없지만 경사로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이동에 어려움이 없다.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운동(이하 전장연)의 ‘출근 지하철을 탑시다’ 시위로 촉발된 장애인 이동권 논란으로 장애인들이 아직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일부에서는 장애인들이 붐비는 러시아워에 이동하지 않아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장애인들도 배우고, 일할 기회를 가져 독립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이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경우보다 질병이나 사고 등 후천적 요인에 의해 장애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누구도 장애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하다. 만약 내가 사고로 휠체어를 타고 직장에 출근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직장에서 회의도 하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도 먹고, 회식도 하고, 출장도 다녀야 한다면? 지금처럼 늘 해오던 일상이 가능할까? 장애인에게 최고의 복지는 취업해 안정적 소득 보장을 통해 미래를 꿈꿀 수 있고,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참여를 통해 살아가면서 자아존중감과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것이 장애인 복지정책의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UD꿈공장에서는 장애인, 노인, 어린이, 임산부,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우리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인터뷰: 임진이 UD 꿈공장장 & 한경국립대학교 디자인건축융합학부 교수, 구술 정리: 박은영


전문가 칼럼에 인터뷰이로 참여한 임진이 교수는 한경국립대학교에서 공간디자인을 가르치며 교내 UD꿈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비장애인 누구나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도록 공간과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홍익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LG패션 VMD로 10년 넘게 일했다. 교육부 장관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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