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색약자를 위한 디자인
작성일:
2023-07-24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1437

[기획] 색채디자인을 통한 생활의 편리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33호(2023.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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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동등한 정보를 얻을 권리

색약자를 위한 디자인


2023년 개봉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시청자에게 의외의 주목을 받은 이슈가 있었다. 바로 극중 전재준(박성훈 역)이 적록색약을 앓고 있다는 설정에서 시작된 적록색약자 눈에 비치는 세상이었다. 비색약자가 보는 장면과 색약자가 보는 장면을 나란히 붙인 이미지를 번갈아 보며 시청자와 네티즌은 새삼 그 차이를 실감하게 되었다.

정원준 동명대학교 시각디자인 교수가 발표한 <색약자를 위한 컬러 유니버설디자인 적용방안> 논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색약자는 스스로가 색약자임을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으며 색인식이 곤란함을 주위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색채로 인한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이 적극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알고 보면 모든 인간이 나이가 들수록 시력, 색상 인식값에 변화가 온다. 그렇다면 결국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은 색약자뿐 아니라 노인, 노인이 될 우리 모두를 위해서라도 필요하지 않을까. 컬러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개발, 적용은 현재 어느 정도까지 공감대를 만들었을까. 이번 글에서는 그 사례에 주목했다.

 

색약자는 비슷한 계열의 색을 구분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낀다.

색약자는 비슷한 계열의 색을 구분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낀다. 사진 출처: 어도비 스톡


어르신복지시설의 안전을 위해 색채디자인을 개발한 서울시  

고령사회에 진입한지 7년 만에 초고령사회를 바라보는 대한민국. 2025년이면 국민 10명 중 2명이 65세 이상에 해당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이에 따라 사회 복지 차원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노인의 신체적, 정신적 특성을 고려한 디자인이 공공 공간에 더 적극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어르신복지시설의 안전 이용정보를 위한 디자인 개발 사업은 한 시민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아이디어를 제안한 신윤선 씨는 어르신이 자주 다니는 복지관에 안전 이용정보가 양과 질 모두 부족하다 느끼고, 비상시에도 어르신이 빠르게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컬러 하이라이트’가 탄생했다. 자신의 위치와 탈출구를 알아볼 수 있는 비상문 하이라이트와 내 위치 하이라이트, 대피 시 필요한 행동 지침을 알려주는 구조 손수건 하이라이트와 엘리베이터 금지 하이라이트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정보를 담되 색으로 시인성을 높이려는 시도였다. 또한 ‘문방사우’라는 표현을 차용해 어르신복지시설의 안전을 위한 네 벗이라는 의미의 ‘소방사우(消防四友)’라는 브랜드도 론칭했다. 소방사우를 설치한 강남구 삼성동 강남노인종합복지관을 예로 들면, 비상문과 화장실 모두 회색이었는데 비상 상황이 벌어지면 엉겁결에 화장실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반영해 4층 비상문은 노란색, 5층은 파란색, 6층은 녹색 등 층마다 다른 색을 칠하고 화살표와 그림도 크게 표시해 자신이 어디에 있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디자인했다. 

  

비상문, 계단실, 활동실에 컬러를 입혀 인지성을 높인 강남노인종합복지관

비상문, 계단실, 활동실에 컬러를 입혀 인지성을 높인 강남노인종합복지관. 사진 출처: 디자인서울


삼화페인트공업과 컬러유니버설디자인 협약 맺은 안양문화예술재단

안양문화예술재단이 8월 25일부터 열리는 제7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이하 APAP7)에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을 반영할 계획임을 밝혔다. 지난 5월 삼화페인트공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APAP7 실내 전시실 구성 시 컬러유니버설디자인를 적용할 것이라 발표한 것이다. 안양문화예술재단 최대호 이사장은 ‘모두를 위한다는 공통의 목적’을 강조하며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을 통해 공공예술의 의미를 연결하고 지역사회의 긍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만들어 보자고 말했다.

안양문화예술재단이 손을 잡은 삼화페인트공업은 컬러유니버설디자인에 관한 관심을 오래 키워온 기업 중 하나다. 지난 3월 <모두를 위한 컬러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를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2022년 한국컬러유니버설디자인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장애인시설을 위한 컬러유니버설디자인 연구,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에 시범 사업도 진행했다. 특히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바깥으로 이어지는 1층과 8층 계단실에는 비상 대피를 위해 주목성이 높은 고채도 오렌지색을 적용했는데, 이러한 시도는 색약자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해서도 유익한 결과를 약속하기에 ‘유니버설’의 실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APAP7은 8월 25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린다. 실내외에서 동시에 열리는 만큼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의 용례를 더욱 폭넓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복도를 지나 새 공간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암시하는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실내

복도를 지나 새 공간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암시하는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실내. 사진 출처: 삼화페인트공업


초등교과서에 색채디자인을 적용한 금성출판사

2022년 3월 학기부터 초등학교 3, 4학년 수학・과학・사회 교과용 도서가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뀌면서 해당 분야 출판사 사이에서 디자인 각축전이 일어나는 중이다. 이전까지 국가가 교과서 저작에 직접 관여해 만드는 국정 교과서를 썼는데 이제는 국가가 정한 검정 기준을 통과한 민간 집필 교과서가 유통되는 것이니 교과서 시장이 치열해진 것이다. 이에 스마트기기와 연동한 교과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강화한 교과서 등 각종 제안이 등장하는 가운데 금성출판사는 컬러유니버설디자인 인증이란 성과를 들고 등장했다. ‘제2회 KCUD대상 및 인증수여식’에서 교육 분야 CUD 인증을 받은 것이다. CUD 인증이란 (사)한국컬러유니버설디자인협회에서 추진하는 인증 프로그램으로 고령자, 저시력자, 색약자 등 다양한 색각을 가진 모든 계층을 배려한 디자인임을 확인해 주는 제도다. 금성출판사는 “학생 누구나 차별 없이 교과의 정보를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 말하며 본 소식을 알렸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우리는 정보의 편차를 없애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되며, 더불어 교과서처럼 모두가 마주해야 하는 필수 일상 정보에도 계획적인 색채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인접한 색상 간의 대비값을 높이는 등 가시성을 높인 금성출판사 교과서.

인접한 색상 간의 대비값을 높이는 등 가시성을 높인 금성출판사 교과서. 사진 출처: 금성출판사


전자제품에 색각 접근성 모드를 탑재한 삼성전자

TV, 모니터,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에도 색약자를 위한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의 경우 2017년 10가지 유형의 색각이상 유무와 정도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빨강(R)·초록(G)·파란(B) 빛을 보정하는 씨컬러스(SeeColors) 앱을 개발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제는 이것을 기본 기능으로 탑재한다. 2023년 네오(Neo) 신제품 TV 전 모델과 스마트 모니터 등에 색약자를 위한 ‘씨컬러스 모드’를 기본 기능으로 넣겠다고 밝힌 것이다. 유럽 인증기관인 독일의 티유브이 라인란드(TÜV Rheinland)로부터 ‘색각 접근성(Color Vision Accessibility)’ 인증도 획득했다.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기기 내에서 사용자가 자신의 상태에 맞춰 설정할 수 있다는 건 그 사용의 폭과 용도를 더 넓게 해준다는 의미가 있다. 

 

색약자를 위해 별도 앱으로 배포하던 기능을 기본 탑재로 바꾼 삼성전자

색약자를 위해 별도 앱으로 배포하던 기능을 기본 탑재로 바꾼 삼성전자. 사진 출처: 삼성전자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지하철 노선도 만든 런던

런던의 명물은 지하철이고 기념품은 지하철 지도라고 할 만큼 런던의 지하철은 상징적이다. 그만큼 런던을 찾는 관광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 지하철 지도를 똑같이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공식 지도는 색약자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2013년 런던교통공사는 더 나은 지하철 경험을 위한 디자인 제안 공모전을 개최했고, 색약자를 위한 지하철 노선도 앱이 탄생했다. 디자인을 담당한 이는 이안 패밀턴과 232 스튜디오로, 흑백용, 노랑+파랑 버전 등 6가지 색약자용 지하철 노선도를 묶어냈다. 색 구분이 어려운 상황 외에도 백내장, 시력 저하 등 다른 유형의 시각 장애에 적합한 지도도 포함하고자 노력했다. 

경도, 중증도 시력 장애는 운동 및 인지 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파악해 불필요한 카테고리는 모두 지우고 최대한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려고 했다. 매우 높은 수준의 확대・축소가 가능함은 물론이다. 디자이너들은 공모전 상금으로 제작했기에 다운로드 비용이나 광고란도 없다고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사용자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그 환경까지 고려한 디자인이다.

 

총 노선수 11개의 패턴을 달리해 구분하는 방식을 택한 런던 지하철 지도 흑백 버전.

총 노선수 11개의 패턴을 달리해 구분하는 방식을 택한 런던 지하철 지도 흑백 버전. 사진 출처: 런던교통공사


색상 대비 검사기 배포한 어도비

어도비의 ‘색상 대비 분석기 사이트’는 글자색과 배경색을 선택하면 두 색상 간의 휘도(밝기) 차이를 계산해 명암비를 알려준다. 이 값을 웹 콘텐츠 접근성 가이드라인(WCAG, 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s)을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접근성 표준을 통과한 수치인지 실패한 수치인지 바로 알려준다. 디자이너는 원하는 값을 얻을 때까지 여러 색상 조합을 테스트할 수 있다.

어도비 색상 대비 검사기 바로 가기


별도의 가입 없이 색상 값만 입력하면 접근성 표준 충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별도의 가입 없이 색상 값만 입력하면 접근성 표준 충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출처: 어도비 



글 윤솔희, 담당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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