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인천광역시는 안전예방 디자인으로 진화 중
작성일:
2023-06-26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1479

[기획]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공공 안전예방 디자인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32호(2023.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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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예방 디자인으로 진화 중인 

인천광역시의 도시디자인 이야기


인천광역시(이하 인천)는 서울 면적보다 약 1.7배의 크기를 자랑하며 인구량도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찍이 다른 지역보다 한 걸음 빠르게 도시 계획에 공공디자인을 적용하며 아름답고 깨끗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송도, 영종, 청라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살기 편한 국제도시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대다수의 인천시민이 살고 있는 원도심 곳곳에는 여전히 안전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이미지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중밀집 시설에 따른 소방안전, 원도심의 생활 안전 등 그 이면에는 급성장을 따라가지 못한 문제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천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공디자인을 통해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국제도시 인천의 이면

인천은 세계에서 유례 없는 급성장 도시로 손꼽힌다. 인천은 1066.47k㎡로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구 약 300만 명의 대도시로 성장했다. 2021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특·광역시 중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한 도시이기도 하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신항, 경제자유구역을 보유한 대한민국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서 국제도시를 표방하며 송도, 청라, 영종 등의 국제도시를 조성했다. 2010년에는 ‘경관기본계획’을 수립해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를 기획하고 2014년부터는 ‘인천광역시 공공디자인 조례’를 제정해 다양한 공공디자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여러가지 어려움과 문제점이 따랐다. 선도적인 경관행정과 공공디자인을 통해 도시의 외형적인 부분은 세계적 수준이 되었으나 시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공공 서비스 품질에서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인천은 지자체가 주도하는 방식에 한계를 느끼고 시민과 함께 소통하며 문제점을 해결해나가는 참여형 공공디자인 사업방식으로 전환했다. 우선 인천의 사업 초기단게부터 시민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결과 시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건 ‘생활 안전’이었다. 계획단계에서부터 경관과 공공디자인이 적용된 신도시와는 달리 원도심은 장마철 침수 피해, 낡은 도로로 인한 낙상 사고, 전선으로 인한 화재 등이 언급됐고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의 대규모 지하상가는 특히 소방안전에 대한 문제점이 여러 번 지적됐다. 


디자인이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을까?

인천시 미추홀구 호미마을, 서구 절골마을, 동구 송림동 등 오래된 주택으로 이루어진 원도심은 너무나 많은 위험과 불편함에 노출되어 있었다. 생활도로 한가운데 자리잡아 소방차 진입을 막고 있는 전신주, 언제 설치되었는지도 모를 복잡한 전선, 노출된 가스틍과 부족한 소화설비, 겨울이면 낙상사고가 빈번한 비탈길, 낮에도 으스스한 좁은 골목길, 무단 쓰레기 투기와 공폐가 증거로 인한 슬럼화는 웬만한 원도심이 갖는 공통적인 골치거리였다. 특히 부평지하도상가는 대규모 상가라는 구조적 특성상 화재에 취약해 골든타임으로 통용되는 5분 이내 안전 대피가 어려워 화재 감시시스템 등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인천 도시디자인과는 이를 공공디자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마을주민, 전문가, 공무원 등이 함께 현장을 관찰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시범사업까지 1년 안에 마무리했다. 오래된 전신주와 전선은 한전 및 통신사와 협의하여 이설 및 철거하고 노출되어 있는 가스통은 보호 덮개와 소화설비를 설치한 후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지하도상가는 생각보다 더 복잡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종합안내도와 맞지 않는 출구 번호체계, 일관성 없는 출구 기호, 방화셔터부분에 쌓인 적치물, 알아보기 힘든 바닥면 유도사인, 주변환경과 차이 없는 컬러로 시인성이 낮은 소화전, 여러 구호용품 정보로 인한 혼란 등이 발견됐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기능성과 안전성을 우선시하는 안전시설물을 개발하기로 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디자인 포인트는 직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당황하기에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디자인은 안전예방 디자인에서는 독이다. 인천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색상대비를 활용해 정보 시인성을 강화하고 국가표준 픽토그램을 기준으로 정보인지의 일관성 및 연계성을 구축했다. 바닥면과 출구 등에는 축광도료를 사용해 어두워져도 형광빛을 따라 안전하게 밖으로 빠져 나갈 수 있도록 유도사인을 디자인했다. 피난안내도에는 비상대피시 피난 경로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현위치, 가까운 출구경로, 잔여거리, 소방시설 위치 표기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대피로 중간 방화셔터문에 그래픽을 적용해 인지성을 강화해 혼란을 방지했다. 이는 화재 시 방화셔터의 비상구를 찾지 못해 그 앞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 사건에서 기인했다. 적치물과 함께 바닥에 놓여 눈에 잘 띄지 않는 소화기는 분실 우려 또한 높아 지주형 보관함을 디자인해 설치했다. 

인천시가 부평지하상가를 위해 정리한 안전 디자인은 새롭게 재탄생한 제물포지하도상가는 물론 비슷한 구조를 띄는 인천도시철도 1호선 역사와 공공건축물, 공중화장실에도 활용되고 있다. 소방안전 디자인에 대한 인식과 개선만 선행되었어도 우리가 기억하는 대구지하철화재참사 같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부평지하도상가의 안전 디자인을 위해 사용된 색채 정보와 픽토그램.

부평지하도상가의 안전 디자인을 위해 사용된 색채 정보와 픽토그램. 사진 제공: 인천광역시


일관된 색채와 픽토그램을 사용한 길 안내 디자인 가이드라인.

일관된 색채와 픽토그램을 사용한 길 안내 디자인 가이드라인. 사진 제공: 인천광역시


구호용품과 소화기 설치 관련 벽면 부착 가이드라인.

구호용품과 소화기 설치 관련 벽면 부착 가이드라인. 사진 제공: 인천광역시

 

쉽게 눈에 띄면서도 분실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디자인한 소화기 설치대.

쉽게 눈에 띄면서도 분실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디자인한 소화기 설치대. 사진 제공: 인천광역시

 

인천광역시가 만든 지하도상가 피난안내도 디자인 가이드라인.

인천광역시가 만든 지하도상가 피난안내도 디자인 가이드라인. 이미지 제공: 인천광역시  


지난여름 폭우로 인해 강남역 침수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다른 지역보다 지대가 낮은 탓도 있고 무심코 버린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쌓여 배수로가 막히면서 큰 침수 피해로 이어지기도 했다. 관리가 잘 되는 도시라고 생각했던 서울의 강남도 이러한데 인천의 원도심도 걱정이 많다. 장마철 침수피해는 물론 겨울에는 비탈진 골목길이 얼어 낙상사고가 발생되기도 한다. 원도심에는 고령인구가 밀집해 살기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인천시는 어르신들이 자주다니는 동선을 파악해 안전하게 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간이 핸드레일 및 미끄럼방지 마감재를 설치했다. 노후되고 파손된 도로 바닥면을 평탄하게 작업하고 중간 중간  설치한 작은 평상과 오래된 우물터 복원 및 마을 쉼터 설치 등 작은 서비스에도 주민만족도는 높아졌다. 지하방이 있는 다세대주택의 경우 침수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침수방지시설을 설치 중이다. 과거 침수세대 및 침수우려세대 등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신청한 세대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데, 노면수가 유입되는 주택 출입구나 지하계단 입구에는 높이 40cm의 물막이판을, 하수가 역류할 수 있는 취약 주택에는 바닥 배수구, 싱크대, 화장실 변기 등에 역류방지밸브를 설치해 집중호우 시 침수방지효과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포항 지하주차장 침수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을 계기로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입구에 물막이판 설치도 추진 중이다.  

 

침수피해 예방을 위해 다세대주택에 설치한 침수방지시설.

침수피해 예방을 위해 다세대주택에 설치한 침수방지시설. 사진 출처: 산경일보


도시의 특성마다 다른 안전디자인

안전디자인은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환경이나 시설물이 개선되었다고 해서 끝난 것도 아니다. 늘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 결국 사용자가 어떻게 쓰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실효성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8년째 시민디자인참여단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안전예방디자인 교육을 실시한다. 그뿐만 아니라 능동적으로 안전디자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첫 번째로 시도하는 것 중 하나가 사회문제를 공공디자인 관점으로 접근해 해결방안을 직접 제시해보는 <어린이를 위한 안전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한다. 공모기간은 8월 25일까지로 서비스디자인, 공공시설물, 공공 공간 등 다양한 분야를 모집한다. 인천시는 올해 말까지 공모전 결과를 반영하여 어린이 통학로와 놀이터 안전디자인 매뉴얼을 만들고 7억원을 투입하여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인천시가 시민참여형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기획한 <어린이를 위한 안전 디자인> 공모전.

인천시가 시민참여형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기획한 <어린이를 위한 안전 디자인> 공모전. 출처: 인천광역시 홈페이지


인천시는 지금은 주거지역이 밀집된 내륙 원도심을 중심으로 안전예방디자인을 진행하고 있지만 바다를 끼고 있는 해양도시로서의 문제점 또한 인식하고 개선해 나가려 준비 중이다. 서해안에서는 조수간만의 차로 인한 인명피해와 사고가 주로 발생되는데, 대부분 조수간만의 시간을 잘 모르는 외지인에 의해 사고가 생긴다. 그들을 위한 재난·안전표지판 위치, 다국어 표기, 연안사고 주의 등을 검토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각 기호를 개발해 부족했던 안전예방디자인을 채워나갈 계획이다. 또한 캠핑 인구가 증가하는 요즘 흐름을 반영해 화재와 질식사고 등 캠핑유형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안전사고 예방디자인 가이드라인도 만들고 있다. 총사업비 18억원의 문체부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100개가 넘는 인천시 캠핑장 전수조사와 함께 안전사고 예방 디자인 시범사업도 추진 중이다. 인천시는 캠핑안전디자인을 문체부와 협의해 전국적인 매뉴얼로 보급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최근 선보인 공중화장실 가이드라인에는 비상벨 2개 이상 설치, 여성안심칸막이, 최소 조도 상시 확보 등 작지만 세밀한 안전디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인천시는 다종다양한 수많은 도시공간을 끌어안은 만큼 안전과 관련해 해야 할 일이 많다. 안전은 현장과 상황에 따라 백이면 백 모두 다른 디자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중심이 되어줄 통합적 안전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인천시가 매년 발표하는 ‘표준디자인 보고서 시리즈’가 모든 지역에 적용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참고할 부분이 많다. 누구나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를 선호하지만 단순히 깨끗하고 잘 정돈된 도시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여러 사고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제기능을 발휘하는 공공디자인이 아름답고 깨끗한 도시를 만든다. 


인터뷰이: 인천광역시 도시디자인과 공공디자인 임철희 팀장, 박미선·안나름 주무관, 구술 정리: 박은영


전문가 칼럼에 인터뷰이로 참여한 인천광역시 도시디자인과 공공디자인팀은 디자인을 통해 지역을 정비하고 재생하는 데 보탬이 되는 사업에 집중한다. 인천광역시 도시디자인 진흥계획 수립, 표준디자인 개발 및 보급,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 운영, 색채디자인 사업, 미디어아트 야간경관 특화 디자인, 공공디자인 교육 및 홍보 등 도시디자인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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