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인지건강을 위한 도시디자인
작성일:
2023-04-17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1539

[기획] 인지건강을 돕는 디자인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30호(202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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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 브이아이랜드 대표가 말하는 

인지건강을 위한 도시디자인 


인지장애는 어린이부터 고령자까지 연령대 상관 없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고령자에게는 치매와 깊이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관 & 공공 디자인 전문회사 브이아이랜드를 운영하는 김경인 대표는 고령자의 인지건강을 디자인을 통해 예방하고 지연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신체의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인지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도시디자인의 조건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디자인이 인지건강에 도움이 될까? 

고령자가 되면 신체적으로 둔화되어 걷기 힘들고 걷다가도 자주 쉬게 된다. 정서적으로는 우울감이 높아지고 사람들을 기피하는 내향성으로 바뀌게 된다. 만나는 사람이 줄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면서 고독감에 빠진다. “고령자의 신체기능과 인지기능은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외부활동이 위축되기 시작하면 인지능력도 감퇴하여 중증 인지장애가 빨리 진행된다.”고 하는데 그럼 이를 예방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고령자의 일상생활수행능력(ADL)이 향상되고, 자신들이 살던 곳에서 살아가는 AIC(Aging in Community) 환경이 되면 중증 인지장애를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도시환경은 고령자들의 외부활동과 행동반경을 점점 줄어들게 만들고 외부와 단절시키고 있다.

고령자를 위한 환경조성을 위해서는 신체활동, 정서감각, 사회교류 콘텐츠를 통해 나이가 들면서 떨어지는 기억력, 지남력, 판단력 등의 인지기능이 향상되도록 유도하는 인지건강 디자인을 도입해야 한다. 인지건강 디자인은 집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의 외부활동을 기준으로 외출하기, 산책하기, 운동하기, 휴식하기, 감각살리기, 귀가하기에 골고루 적용되어야 한다. 인지건강 디자인 요소는 안전성, 방향성, 시인성, 접근성, 사회성, 지속성, 기억성, 활동성, 감각성을 고려해야 한다. 즉 시간 및 계절에 상관없이 안전해야 하고, 동선을 유도해야 하며, 시설물의 시인성을 높이고, 모이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오감이나 계절의 자극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서울시가 인지건강 디자인 사업을 통해 아파트 단지에 적용한 후 효과를 분석한 결과, 인지장애와 안전사고가 감소하고 외출빈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자인만으로도 인지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고령자의 외부 활동 순서(2021 인지건강디자인 매뉴얼(아파트형), 서울시). 고령자의 외부 활동 순서(2021 인지건강디자인 매뉴얼(아파트형), 서울시). 이미지 제공: 김경인 


인지건강디자인 기본 원칙(2021 인지건강디자인 매뉴얼(아파트형), 서울시).인지건강디자인 기본 원칙(2021 인지건강디자인 매뉴얼(아파트형), 서울시). 이미지 제공: 김경인 



공공디자인: 신체활동을 유도하는 디자인

외부활동의 시작은 외출이다. 인지 장애를 겪는 대부분의 인구인 고령자가 집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환경조건이 필요하다. 고령자들의 외부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에서 나와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안내사인이다. 하지만 작은 글씨와 가독성이 떨어지는 안내사인으로 인하여 혼란을 겪는 그들을 위해서는 눈에 띄는 색채, 크기, 방향이 표기되어야 한다. 야간조명을 가미하여 야간에도 안전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내사인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글을 사용하고, 최소의 정보, 큰 글씨, 명확한 서체, 선명한 색채를 사용해야 한다. 산책로의 분기점에 장소지남력을 높이고 가독성을 위해 숫자를 크게 쓴다면 많은 도움이 된다. 

“걷기만 해도 고령자들의 인지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령자의 걷기운동을 일상화하기 위해서는 단지 전체를 순환하는 산책로를 마련하고 산책유도선을 설치하여 걷기운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면 좋다. 산책로변에는 신체활동, 정서감각, 사회교류를 자극하는 시설 등을 배치한다면 인지건강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 걷다가 힘들면 쉴 수 있도록 벤치가 있어야 한다. 벤치가 없어서 외출을 두려워하는 고령자를 위해 산책로나 보도를 따라 설치하고 이동가능거리를 고려해 최대 100m 이내에 배치한다. 벤치는 사람들에게 친숙함을 주는 나무소재를 사용하고 신체특성을 고려하여 등받이와 팔걸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처럼 벤치의 등받이에 따뜻한 응원메세지를 새긴 응원벤치도 신체활동을 유도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버드 메디컬스쿨의 연구에 따르면 걷기운동은 건강 수명을 늘리는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걷기 운동을 일상화하기 위해 단지 전체를 순환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산책유도선(공릉1단지, 서울시)걷기 운동을 일상화하기 위해 단지 전체를 순환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산책유도선(공릉1단지, 서울시), 사진 제공: 김경인 


산책로변의 벤치와 장소지남력을 위한 예술품(공릉1단지, 서울시).산책로변의 벤치와 장소지남력을 위한 예술품(공릉1단지, 서울시). 사진 제공: 김경인 


주야간에 위치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안내 사인. 큰 글씨 디자인과 조명 설치가 특징이다(공릉1단지, 서울시)주야간에 위치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안내 사인. 큰 글씨 디자인과 조명 설치가 특징이다(공릉1단지, 서울시). 사진 제공: 김경인 



조경디자인 : 사회교류와 정서감각을 향상시키는 디자인

마음먹고 외출을 해도 볼거리, 즐길 거리가 없다면 외출 횟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외부환경을 접하게 되면 감각을 자극하게 되고 오감을 골고루 경험하면 뇌의 비 활성화된 영역을 자극하여 인지건강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런 오감(시각, 미각, 후각, 촉각, 청각)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요소로 식물만한 것이 없다. 시각 자극 수종은 여러 색상의 꽃을 통해 자극하고 영산홍, 덩굴장미, 맥문동, 클레마티스, 능소화, 칠자화 등이 있다. 미각 자극 수종은 맛볼 수 있는 열매나 잎을 가지고 있고 앵두나무, 꽃사과나무, 황매화, 감나무 등이 있다. 후각 자극 수종은 열매나 꽃에서 향기가 나는 것으로 박태기나무, 명자나무, 수수꽃다리, 삼색병꽃나무, 라일락 등이 있다. 촉각 자극 수종으로 잎이나 줄기를 만졌을 때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화살나무, 백묘국, 배롱나무 등이 있다. 청각 자극 수종은 식물에서 소리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열매를 통해 새를 부를 수 있는 것으로 산수유나무, 낙상홍, 남천, 사철나무 등이 있다. 

가로, 공원, 아파트 단지 내 순환산책로를 따라 계절을 나타낼 수 있는 수종과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수종을 심어 계절지남력과 오감자극으로 인지자극을 유도하는 것이 제일이다. 오감자극요소가 적힌 안내판에 행동유도 가이드를 표기하면 활동을 유도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예를 들어 ‘옛날에 장원급제하면 모자에 꽂아주던 꽃이랍니다(능소화)‘, ’6월에 붉은빛 열매가 익으면 한번 맛보세요(앵두나무)‘, ’병처럼 생긴 꽃의 빛깔이 세 가지로 바뀌는 것을 느껴보세요(삼색병꽃나무)‘, ’줄기가 화살에 달려있는 깃털처럼 생겼는데 만져보세요(화살나무)‘, ’서리가 내린 뒤에 붉은 열매가 달려있는지 확인해 보세요(낙상홍)‘ 등을 보면서 회상하기도 하고 먹어보기도 하고 코를 가까이 대보거나 손으로 만져보거나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서울시내 영구임대아파트 3개소를 조사한 결과 60세 이상이 50%를 넘고 1인 가구가 50%가 넘는다. 1인 가구가 아니라도 고령자들의 외로움은 상당히 크다. 그러다보니 경로당에 가거나 단지 내 쉼터나 파고라, 주변 공원에 모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파고라에 모여 하루 종일 담소를 나누는데 막상 밖으로 나와도 앉을 곳이 없고 모일 공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고령자의 정서적 특성을 고려한 벤치 배치가 절실하다. 벤치를 놓는 것만으로도 모임 공간을 만들 수 있고 소통을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일한 방향을 보도록 배치하는 것보다 마주보고 대화할 수 있도록 배치하고 전동휠체어에 의지하는 고령자가 증가함에 따라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ㄷ’자형 등 배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지만 정서적 자극 요소가 거의 없고 대화거리가 없어 교류나 소통이 없이 먼 산만 바라보는 모습도 간간히 보게 된다. 모이는 공간 주변에 고령자들의 대화를 유도하고 교류를 증진시키는 인지시설물, 정서시설물, 회상시설물 등이 필요하다. 감각기능이 저하된 고령자들에게 다중감각을 통해 지적자극을 주기 위한 공공미술이 있는 휴식공간이라면 어떨까? 서울시 강동구 해공노인복지관의 옥상에 100세 정원을 만들면서 ‘꽃을 보니 엄마 생각났어’라는 문자조형물을 설치하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지!”라고 하신 어르신 말씀이 귓가에 남는다.  

 

계절을 나타낼 수 있는 수종과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수종을 심어 계절지남력과 오감자극을 높였다.계절을 나타낼 수 있는 수종과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수종을 심어 계절지남력과 오감자극을 높였다. 사진 제공: 김경인 


꽃을 심고 주변에 ‘꽃을 보니 엄마 생각이 났어’라는 문자조형물을 함께 설치했다(해공노인복지관 옥상, 서울시 강동구)꽃을 심고 주변에 ‘꽃을 보니 엄마 생각이 났어’라는 문자조형물을 함께 설치했다(해공노인복지관 옥상, 서울시 강동구). 사진 제공: 김경인 



색채디자인: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디자인

고령화로 인한 시각 변화도 인지건강 디자인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고령자의 시각 변화라고 하면 시력저하인 노안을 떠올리지만 색지각 저하도 있다. 수정체 황변화로 색지각 능력이 저하된다. 수정체 황변화 현상은 단파장 투과율의 감소로 인하여 청색을 흑색으로 인식한다. 또 다른 색과 섞여 있다면 청색을 인식하지 못해 섞인 색으로만 인식한다. 즉 고령자는 수정체 황변화 현상으로 인해 청색 계열인 남색, 보라색, 파랑색 등을 인식하기 힘들다. 거꾸로 노랑색, 주황색, 빨강색 등의 적황색계열의 식별력은 높아진다. 색지각을 높이기 위해서는 장파장, 중파장의 색채사용이 요구된다. 청록색, 파랑색, 남색은 중명도 이상을 사용해야 하고 중채도 이상으로 사용해야 한다. 

고령자는 노화로 인한 시력저하로 색상의 분별, 대비의 식별이 어려워진다. 그들이 쉽게 구별하는 색상을 사용하고 명도 대비를 활용해 구별하며 한색계열보다 난색계열을 사용하고 유사조화 보다 대비조화를 사용한다. 아파트 단지 내에 7개동이 있는 경우, 출입구가 동일하여 주동 식별이 용이하지 않으므로 주동 호수와 주동 출입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때 색채를 활용하면 좋다. 예를 들어 주동표기는 바탕색과 글자색의 대비를 주어 인지성을 확보한다. 

65세 이상이 50% 이상인 아파트에서 재도색을 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강조색으로 동출입구와 엘리베이터홀에 청색계열을 사용하면서 고령자들의 반대민원이 발생했다. 게다가 채도까지 낮아서 검정색으로 인지한 모양이다. 안내사인에 적용하는 바탕색과 글자색의 대비도 중요하고 활동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따뜻한 색 등 색상의 선택도 중요하다. 

 

아파트 출입구 인지를 위한 색상대비와 명도대비.아파트 출입구 인지를 위한 색상대비와 명도대비. 이미지 제공: 김경인 

 

고령자의 신체특성을 고려한 저활동성 운동기구와 행동유도를 위한 색채 디자인(송파노인복지관, 서울시)고령자의 신체특성을 고려한 저활동성 운동기구와 행동유도를 위한 색채 디자인(송파노인복지관, 서울시). 사진 제공: 김경인 

 


글: 김경인 브이아이랜드 대표


이 글을 쓴 김경인은 경관 및 공공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이다. 그동안 1000여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했지만 고령자를 위한 디자인에는 관심을 두지 못하다가 2016년 서울시에서 추진한 ‘인지건강 디자인 사업’에 참여하면서 고령자와 치매 급증에 따른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18년에 인지건강 디자인 가이드라인(실외환경)과 인지건강 디자인 콘텐츠 개발(공공공간형)을 통해 2021년에 고령자 주택, 고령자 단지에서의 치매예방을 위한 도시환경 디자인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최근에는 조경시설물 전문회사와 협업해 고령자의 인지건강 향상을 위한 저활동성 운동기구를 개발하고, 고령자를 위한 다세대 공유형 커뮤니티 도시를 위한 디자인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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