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지방 소멸에 대처하는 방법, 고령인구와의 동행
작성일:
2023-03-22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1430

[기획] 미래의 노인과 생활 디자인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29호(2023.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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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에 대처하는 방법, 

고령인구와의 동행


초고령사회를 준비하는 이들이 빠짐 없이 함께 살피는 지표가 있다. 바로 ‘지방소멸’로 함축되는 지방 인구 수의 감소세다. 물론 국토연구원이 발행하는 <국토이슈리포트> 2022년 2월 17일 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감소에는 자연적 감소(출산율 저하, 고령화)보다 사회적 감소(유출)의 몫이 크다. 그러나 이 두 요소를 이어야만 현실을 타개할 대안이라 말할 수 있기에 지자체나 사기업은 지역 자원에 기반한 산업 창출, 역량 강화, 문화 확산 등을 고령층의 힘을 빌려 키우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지역의 주도성과 자율성을 그곳에서 살아온 이들 손으로 완성하는 것이라 공동체 커뮤니티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먼저 우리 지방의 고령화 문제를 점검하고, 참조할 만한 국내외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한다.



문제 인식: 우리 지방의 고령화 문제,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한국,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 훨씬 빠르다.’ 2021년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금수령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각계 매체가 일제히 기사를 냈는데, 눈길을 끄는 건 기사 구성은 달라도 첫머리가 같다는 것이다. 모두가 우리의 고령화 문제를, 예상밖의 그 빠른 속도를 우려하고 있다. 고령화 가속력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지역 간 인구이동이다. 보험연구원의 2022년 2월 7일 자 <KIRI 리포트>를 보면 “인구이동이 노인인구 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고령화를 늦추는 방향으로, 여타 지역에서는 고령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양극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리포트는 이어 인구이동이 노인인구 비율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특히 대구, 울산,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은 고령화를 촉진시키는 정도가 뚜렷하게 우상향하고 있어 고령화 심화가 우려된다”고 말한다. “2030년이 되면 도농형 도시와 광역시의 자치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추계한다”는 ‘유형별 지방정부의 고령화와 향후 과제’ 연구도 뒤따른다.

즉 고령화란 사회 문제를 푸는 해법은 고령층의 정주에 필요한 조건을 지방에 갖추는 일과 동시에 청년, 중년층 인구와의 관계 설정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고령층 지원대책의 우선 항목 역시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통한 통합돌봄’ 확립이다. 그렇다면 지방 도시에 살 때 필요한 고령층 복지시설, 일자리 및 커뮤니티 등에는 어떤 형식이 있을까? 그것이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제한에서 개방으로, 기존 인프라 활용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접근하기 좋고, 서비스 기획자 입장에서는 프로젝트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설득력을 확보하는 방식이 된다. 특히 새로운 시스템 적응에 불편감을 느끼는 중장년층이 주 사용자라면 아예 의도적으로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편이 좋다. 대신 커뮤니티 디자인을 얹어 새로운 기회로 삼는 것이다.


경북의 청송 버스

“전면 무료, 어르신들이 더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2022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경북 청송군은 전국 노령화지수 5위일 정도로 소멸 고위험지역이다. 이에 청송군은 묘책으로 ‘누구나 버스비 무료’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이것이 마치 봄꽃처럼 지역 고령층의 움직임을 스멀스멀 피웠다. 2023년 1월 1일 버스비 무료 정책이 시행되자마자 한 달만에 청송의 시내버스 이용객수가 20% 증가한 것. 특히 골짜기 동네에서 읍내까지 가려면 버스 2개를 갈아타고 5000~6000원을 내야 하는 부담이 사라지자 어르신들이 읍내의 병원이고 시장이고 목욕탕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 괄목할 만한 변화다.

청송군의 버스비 무료이용 지원 정책은 고령층 활동량 확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만들고 있다

청송군의 버스비 무료이용 지원 정책은 고령층 활동량 확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만들고 있다. 사진 출처: 청송군청


일본 규슈의 케어 로손

“몸이 이상하다 싶으면 먼저 편의점으로 오세요.”

동네 골목마다 있는 편의점이 노인의 기본적인 의료, 생활 상담을 해줄 수 있다면 어떨까. 일본의 대형 편의점 기업 로손(Lawson)이 2015년부터 쌓아오고 있는 실험이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을 기본으로 팔되 의료법인기업과 협약을 맺고 낮에 문을 여는 상담 창구를 만들었다. 고객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케어 매니저, 영양사 등 전문가들과 돌봄 계획이나 식단 등의 상담을 할 수 있다. 휠체어가 오가기 쉽도록 복도 공간이 넓고 잠깐 앉아 DVD 등을 볼 수 있는 자리도 있다는 것이 기존 편의점과의 차이점이다. 이 밖에도 건강식 코너가 도시락 코너 옆에 자리했고 수분보충제부터 기저귀, 보청기 등 노인 생활에 필요한 상품이 선반에 다양하게 채워져 있다. 규슈 사가시에 있는 로손 미즈기하라점의 경우 시민에게 친근한 ‘편의점’과 필요한 ‘약국’을 아예 합쳐 편의점 식품과 복용하려는 약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등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케어 로손의 다이어그램. 가게에 간호 상담창구를 마련하고 지역 커뮤니티 살롱을 만든 후 고령층에 필요한 상품을 구비한다는 설명이 있다.

케어 로손의 다이어그램. 가게에 간호 상담창구를 마련하고 지역 커뮤니티 살롱을 만든 후 고령층에 필요한 상품을 구비한다는 설명이 있다. 사진 출처: 로손


케어 로손 미즈기하라점은 편의점과 약국이 일체화된 모델로, 더욱 밀도 높은 건강 정보를 알리는 플랫폼 기능을 한다.

케어 로손 미즈기하라점은 편의점과 약국이 일체화된 모델로, 더욱 밀도 높은 건강 정보를 알리는 플랫폼 기능을 한다. 사진 출처: 로손



평균에서 맞춤으로, 스마트 기술 활용

'건강하고 활기찬, 새로운 노인상'이라 평가 받는 고령층이 등장했다.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은 1955~1974년생으로, 첫머리인 1955년생이 2020년을 기준으로 고령층에 진입했다. 자연스레 이들이 살아온 라이프스타일을 따라 노년층을 위한 서비스 역시 바뀌어 가고 있다. 즉 두루뭉술하게만 표현되었던 노년의 삶이 온라인, 스마트 기술 등을 통과해 한층 정밀해지고 다채로워질 전망이다.


한국 지자체의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의 공공서비스화

“돌봄 인구가 적은 만큼 기술을 적극 활용합니다.”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는 지자체는 실버 테크를 적극 활용 중이다. 주로 1인 가구의 위험 요소를 감지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장치로 쓴다. 경상북도가 운영하는 마음안심서비스는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된 1인 가구 고령자가 일정 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보건복지서비스 담당자에게 알람을 보낸다. 가평군은 AI 스피커 스마트 통합 돌봄 사업을, 대구시는 AI 자동 안부 전화 서비스를 도입했다. 카이스트가 도입한 치매예방용 로봇 '실벗'은 전국의 치매안심센터와 노인종합복지관 등에 보급되어 활약하고 있다. 보은군은 경로당에 비대면 복지, 스마트 건강 데이터 관리, 생활정보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기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여기서 소개한 항목은 빙산의 일각이다. 지자체의 관련 서비스 확대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사용자군의 특성을 반영한 디지털 UX/UI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등의 필요성과 고도화가 더 대두될 전망이다.

여러 프로그램을 알려주며 뇌 기능 활성화를 돕는 로봇 실벗.

여러 프로그램을 알려주며 뇌 기능 활성화를 돕는 로봇 실벗. 사진 출처: 구로구청


호주의 엄브렐라 다문화공동체 케어 서비스

“누구나 인생의 황금기를 즐길 수 있어야 하잖아요”

다양한 인종의 고령층을 지원한다는 사명을 갖는 엄브렐라 다문화공동체 케어 서비스(Umbrella Multicultural Community Care Services Inc.). 이들의 활동 영역은 재택 지원, 커뮤니티 지원, 간병인 지원 등 크게 3가지로 나뉘고, 그 안에 패키지가 따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홈 케어 패키지는 고령자가 자신의 집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목표가 있으며 개인의 건강 상태, 돌봄 목표, 치료 계획 등을 토대로 다양한 레벨의 돌봄을 지원한다. 사교클럽, 소풍, 운동회 등 각종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것 또한 이들의 주요 모델 중 하나다.


호주의 엄브렐라 다문화공동체 케어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노년층의 사회적 활동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이다

호주의 엄브렐라 다문화공동체 케어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노년층의 사회적 활동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사진 출처: 엄브렐라 다문화공동체 케어 서비스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관점을 바꾸는 기획

“내가 여전히 이 사회에 쓸모 있다는 느낌이 중요해요.” 노년층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말이다. 이들에게는 바로 사회의 소속감과 그 소속감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소비자를 생산자로 전환하는 기획이다. 바로 그 관점에서부터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전라도 광주의 위드그랜드

“함께 만들었어요. 이들의 창작물에 주목해주세요”

위드그랜드(withgrand)는 그 이름처럼 그랜드마더(할머니), 그랜드파더(할아버지)와 함께 제품을 만들어가는 광주 로컬브랜드다. 광주 미대생 다섯 명이 모여 만든 마을기업 플리마코협동조합이 기획했다. 지역의 재미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운을 뗀 이들은 광주 동구의 60-70대층을 대상으로 아트 캠프를 진행한 다음 만들어진 작품을 소스로 삼아 편집・가공해 여권 케이스, 오브젝트 등을 만들고 판매한다. 수익금 일부는 시니어의 수익 또는 재교육에 쓰거나 도움이 필요한 복지 단체에 후원하니 자체적인 순환 고리를 완성한 셈이다. 이들은 “우리도 다 할 수 있어!”란 슬로건을 내세우고 생산활동과 경제생활의 적극적인 주체로 할머니, 할아버지를 끌어당기고 있다.

위드그랜드의 여권 케이스, 프로젝트 드로잉을 비롯한 캠페인 이미지. 이들은 함께라면 누구든 무엇이든 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사진 출처: 위드그랜드


일본 도요타시의 백년초마을 리조트

“일은 삶을 지속하고, 관계를 지속하게 합니다.”

일본 도요타시의 작은 동네 아스케에 자리한 백년초마을(Hyakunensou) 리조트를 작동하는 건 놀랍게도 모두 그 마을 노인들이다. 백년초마을이 소개하는 바에 따르면 직원의 80%가 65~75세 노인이다. 처음 설립할 때부터 지역 노인을 위한 고용 시스템을 별도로 기획했다고 한다. 나이로 일의 경중을 가리지 않는 것은 이곳의 미덕이다. 나이가 적든 많든 모든 직원은 초롱거리는 눈빛으로 손님 대면 업무는 물론이고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도 한다. 빵을 굽는 할머니, 소세지를 만드는 할아버지는 줄 지어 음식을 사가는 젊은 손님을 보며 신나고, 젊은 손님은 지역의 명물을 맛보는 기회에 신난다. 이들은 지역과 사람이 끈끈하게 이어질 때 비로소 삶이 완성된다고 넌지시 일러준다. 

은퇴자가 주체가 되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도요타시의 프로젝트

은퇴자가 주체가 되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도요타시의 프로젝트. 사진 출처: 백년초마을



글: 윤솔희, 담당: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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