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공공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
- 작성일:
- 2023-01-02
- 작성자:
- 소식지관리자
- 조회수:
- 2192
[기획] 공공과 소통하는 디자인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26호(2023. 01)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전문가 칼럼]
이종혁 공공소통연구소 소장이 말하는
공공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
공공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이종혁은 2018년에 발표된 ‘공공디자인 진흥 종합계획’이 공공디자인 개념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 덕분에 국민이 공공시설물과 서비스 개선 과정에 적극 협력하는 참여자가 되는 발판이 마련됐다. 이러한 사회적, 법률적 변화로 인해 공공디자인계에서는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 또는 일반인 대상 공공디자인 공모전 등이 증가했다. 국민과 행정기관 간의 소통이 중요하고 긴밀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말한 공공디자인의 방향과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진화해나갈 공공캠페인 사례를 살펴본다.
왜 공공디자인인가?
공공디자인의 핵심은 ‘공공가치’와 ‘공공성’을 갖는 것이다. 이는 2018년 국가 차원의 법정계획으로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제1차 공공디자인 진흥 종합계획(2018~2022)이 수립된 주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5년간의 노력이 가져온 수많은 변화 중 하나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공공디자인 진흥 종합계획이 공공디자인 개념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공공디자인 개념의 확장 가능성
확장된 개념에서 공공디자인을 조망해 보면 ‘공공가치(Public Value)’를 목적(Goal)으로 민관(지자체 및 다양한 산업과 학문 영역)의 능동적 협업 과정에 디자인 싱킹 방법론을 접목한 일련의 창의적 실천과 그 결과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공가치’란 무엇일까? 공공가치는 공익을 추구함에 있어 절차적 정당성과 개별 이익 간 균형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창출되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주도한다고 해서 무조건 공공 가치가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공공서비스나 정책, 공공시설물을 설치한다고 가정할 때 국민이 결과물을 받아들이는 수동적 대상이 아닌 그 개선의 과정에 참여하는 협력자와 참여자로 존재하도록 문제 해법 도출과 그 결과물의 확산 과정 중 참여 주체 간 역할의 균형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결과의 공유가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도 내포한다는 의미다.
이미 이런 주장에 관한 논의는 많이 있었다. 공공가치를 위해 국민을 의미 공유와 해석 그리고 특정한 목적(안전, 편의, 환경, 배려 등)을 성취하도록 조력하는 네트워크 통치(Network Governance)의 표상이라고도 한다1). 또한 공동창작(Co-creational Perspective) 2), 의미 생산 과정의 협력자(Meaning-Making Partner) 3) 등 공공가치 추구에 요구되는 국민의 역할을 규정하는 것도 공공디자인 영역에서 간과할 수 없는 논의들이다. 행정학 분야에서 공공가치를 연구해 온 마크 무어(Mark H. Moore)의 주장을 빌려 공공디자인이 활성화된 국가와 지자체의 특징을 설명한다면 자체적으로 조직되고 협력하는 ‘공동 제작 네트워크 조직’과도 같다. 향후 국민이 공공디자인 시책에 적극적으로 협력(제3조)하는 대상이라는 개념을 확장하려면 국민 개개인이 일상에서 스스로 ‘공공디자이너’라고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과 협력의 기회를 제공하며 디자인 실험과 실천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조력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책무가 되어야 한다.
앞서 정의한 공공디자인 개념에 입각한 공공캠페인은 강력한 자기주장을 통해 의제화에 초점을 둔 저항적 캠페인 또는 관이 주도하는 계도성 캠페인, 기업의 사회공헌 캠페인 등 ‘공공’이라는 동일 어휘를 사용하는 그것과 차이가 있다. 문제 탐색 즉 일상 속 작은 문제를 관찰하고 의제를 제기하며 변화를 위한 실험과 실천, 채택과 적용, 확산과 지속이라는 민관 협력의 구체적 성과를 도출하는 창의적 활동 영역이라는 말이다.
공공캠페인은 공공디자인과 공공커뮤니케이션 융합의 결과
공공캠페인은 공공디자인과 공공커뮤니케이션 융합의 결과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공공캠페인 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할까? 정답은 공공디자인 ‘사업’ 이전의 자발적 문제 해결형 공공디자인 ‘실험’을 촉진하면서도 앞서 제기한 공공가치의 본질을 지향하는 생산적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는 ‘공공성과 심미성을 향상시킨다’는 공공디자인의 목적 중 ‘공중의 행동과 의식변화’ 즉 공공성이 맞닿은 잠재된 공공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부드러운 개입’을 시도하는 일련의 활동이다. 단순한 표현 방식과 투박한 구조물이 때로 세련된 시설물에 버금가는 공공성을 창출할 수 있기에 지금보다 더 많은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
공중 주도의 공공캠페인과의 연계 필요성
공공디자인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도록 하는 것이 ‘공공디자인 진흥’의 전제 조건이다. 그래서 공공디자인의 진흥과 문화 조성에 공공캠페인은 꼭 필요한 활동이다. 그래야만 공공디자인의 지속 가능한 확장이 가능해진다.
두 개의 장애인 픽토그램을 예로 들어보자. 당연해 보이던 픽토그램 하나에 주목한 한 디자이너는 작은 변화를 통해 거대한 사회적 편견 극복에 도전했다. 공공성을 강조하다 보니 심미성은 자연스럽게 향상된 사례다. 결국 시각 이미지 개선을 통해 두 가지 목적을 지향하는 공공디자인 행위를 모두 실천했다. 이 픽토그램이 확산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공중 주도 캠페인’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극복을 위해 고안된 사라 헨드렌(Sara Hendren)의 디자인.
장애인 픽토그램 개선 캠페인은 2014년 뉴욕에서 정식 채택된 이후 세계 각 국으로 확산되었다.
사진 제공: 공공소통연구소
장애인 픽토그램 개선 캠페인은 2014년 뉴욕에서 정식 채택된 이후 세계 각 국으로 확산되었다.
사진 제공: 공공소통연구소
국내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다. 공공소통연구소가 제안한 ‘장애인 배려 캠페인 일환의 안내견 픽토그램’이다. 공중의 문제제기는 ‘안내견은 예외’라는 단순한 텍스트로 현장 실험을 가능케 했다. 그리고 우리 공동체 내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안내견 픽토그램이 시각적 결과물로 도출되었으며 자발적 참여와 확산으로 이어졌다.
2019년 시각 장애인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편견 극복을 위해 공공장소에서 실험했던 텍스트 및 국민권익위원회 등과 협력해
제작한 안내견 픽토그램. 2022년부터 이 픽토그램은 주요 카페와 지자체 등에서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 제공: 공공소통연구소
제작한 안내견 픽토그램. 2022년부터 이 픽토그램은 주요 카페와 지자체 등에서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 제공: 공공소통연구소
안내견 픽토그램 캠페인 개요. 사진 제공: 공공소통연구소
이러한 확장된 공공디자인 개념이 뒷받침되는 공공캠페인이 활성화된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자유롭게 오가며 ‘단순한 선’ 하나로도 세련된 시설물을 시원하게 대체할 수 있는 공공디자인 정책이 가능해질 것이다.
“왜 지자체 공용자전거 거치대는 보도 위에 있어야 하나요?
“보행 안전을 주장하고 보행 약자를 배려하자고 하지 않았나요? 점자 보도 블럭을 개선하면서 왜 바로 옆에 공용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하나요?
보도 위에 설치된 서울시 공용자전거 따릉이 거치대.
바로 옆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 점자 보도 블록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 제공: 공공소통연구소
바로 옆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 점자 보도 블록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 제공: 공공소통연구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 내 공용자전거 구역.
일반 자전거와 달리 공용자전거의 특성을 고려해 거치대 자체를 설치하지 않고 흰색 선만으로 표시했다.
사진 제공: 공공소통연구소
일반 자전거와 달리 공용자전거의 특성을 고려해 거치대 자체를 설치하지 않고 흰색 선만으로 표시했다.
사진 제공: 공공소통연구소
공공디자인은 이렇듯 쉼 없이 우리 삶 전반에 걸쳐 새로운 가치를 더하거나 수정해 나가는 협력 활동이다. 일종의 ‘쉼 없는 삶’ 속에서 잠깐 멈출 수 있는 ‘쉼표 찍기’ 같은 아이디어는 현장 속 국민의 관심과 협력을 통해서만 발현될 수 있다. 이는 빠름 속 느림, 개발 속 안전, 비상식 속 상식적 관점의 복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글: 이종혁 광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공공소통연구소 소장
이 글을 쓴 이종혁은 소통전략가다.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세상을 바꾸는 소통’을 화두 삼아 소통 전략 개발에 전념해 왔다. 100여 곳이 넘는 기업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소통 관련 전략을 컨설팅하고 200여 건 이상의 캠페인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20년 안전문화대상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loud.re.kr
1) Moore, M. (1995). Creating public value: Strategic management in government. Cambridge : Harvard.
2) Johansson, C. (2009). Researching relations with Erving Goffman as pathfinder. In Ihren Ø., B. van Ruler, & M. Fredriksson (Eds.), Public relations and social theory: Key figures and concepts, NY: New York, Routledge, 119-140.
3) Botan, C., & Taylor, M. (2004). Public relations: State of the field. Journal of communication, 54, 645-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