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작성일:
- 2021-07-05
- 작성자:
- 소식지관리자
- 조회수:
- 1902
[기획] 함께 만드는 공공의 가치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8호 (20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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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 협력으로 확장되는 공공디자인
정부, 기업, 개인 모두가 만드는 공공의 가치
환경, 노동, 인권…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해지는 사회문제를 겪으며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 과연 우리는 이대로 살아야 할 것인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이 고민의 결과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협력하여 공공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 것이었다. 이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사람들은 발 벗고 공공의 가치를 위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삶의 질을 높이고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공공디자인의 목표와 맞물려 있다. 때문에 많은 개인과 기업들이 사회 문제에 눈을 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디자인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도시 기반 시설 등 유형적 설치로 한정되었던 공공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안전, 편의, 배려라는 개념과 결합되어 그 범주가 확장되었고, 실행 주체의 활동도 더욱 다양하고 활발해졌다.
이제 공공디자인의 주체는 정부와 지자체뿐만 아니라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기업과 개인으로 확장되면서, 실생활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 중심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
자원순환 활동을 통해 플라스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공익활동 사례 | 출처 : 재작소 (jaejagso.com)
<익숙한 미래: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는 변하고 있는 공공디자인의 주체와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전시다. 전시를 기획한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공공디자인전공 이현성 교수는 “다양한 주체 간의 협력과 참여를 중심으로 공공가치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과정과 결과를 사례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공공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고자 했다.”라고 전시 취지를 밝혔다.
참여주체의 확대, 공공가치의 확대
그에 따라 이번 전시에서는 ‘함께 만드는 공공디자인’이라는 주제로 개인, 디자이너, 기업,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공공디자인 프로젝트 사례를 보여주는 섹션이 따로 마련되었다. 이 섹션에서는 점차 공공영역에 참여가 확대되고 재난과 안전이 점차 강조됨에 따라 확장되고 있는 공공디자인의 범주를 소개하고, 기업의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활동, 환경을 위한 디자이너와 소비자의 움직임이 전시되어 세상을 개선하고자 하는 여러 주체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익숙한 미래 展 ‘함께 만드는 공공디자인’ 공간 전시 현장 | 출처 : (좌) H22 인스타그램 (@official_h22) (우) 드로우플라스틱 인스타그램 (@drawplastic)
현대의 소비자들은 윤리적이지 않거나,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며 심각할 경우에는 불매운동까지 벌인다. 사람들은 기업 역시 사회 구성원의 한 축이라 생각하며 그들이 공공의 역할을 함께 하기를 원한다. 이런 추세에 따라 기업 역시 이윤보다는 사회적 책임에 초점을 맞추고 세상을 개선하는 데 힘을 기울인다.
전시는 ESG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의 공익 활동 사례를 보여준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짓고, 상대적으로 문화 혜택을 못 받는 지역에 도서관을 건설하거나, 낙후된 골목길을 정비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된 공공디자인 사례가 해당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태양광 안심가로등 사례 | 출처 : 네이버 해피빈 (안심가로등 아빠등 프로젝트)
현대자동차의 차카차카놀이터 사례 | 출처 : 현대자동차 유튜브 채널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이 커짐에 따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디자이너가 늘어났다. 공공디자인 분야에서 디자이너들의 역할은 도시 환경 정비에서부터 안전하고 사용하기 편한 일상용품을 디자인하는 데까지 미친다. <익숙한 미래: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 展에서는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재난과 안전을 대비한 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안전과 구조요청 기능을 최우선으로 여긴 재난 안전 키트, 음성을 통해 사용법을 알려주는 소화기,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 등은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들이라 친근하게 다가온다.
말하는 소화기와 시각장애인도 함께 사용 가능한 스마트 워치 | 출처 : (1)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2-4) eone-time.kr
또한 디자이너들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는 노력을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업사이클링 제품이다. 버려진 쓰레기로 바지, 티셔츠와 같은 패션 아이템을 제작하고 특별한 열처리 기법을 통해 비닐을 가구로 만들기도 한다. 이는 친환경 브랜드 론칭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 이러한 움직임은 개인의 노력과도 연결이 된다. 이제 사람들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업사이클링 제품을 구매하고, 바다에서 해양 쓰레기를 줍고, 과대 포장을 하는 기업에게 경고를 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공의 가치를 실천한다.
오늘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캠페인 굿즈를 통해 지속가능한 캠페인 전개하는 작은외침 1/365 | 출처 : 1/365 홈페이지 (1365.us)
(좌) 마스크로 만든 업사이클링 의자 스택앤스택(Stack and Stack) (우) 비닐로 만든 H22의 업사이클링 가방 | 출처 : (좌) 스택앤스택 디자이너 ⓒ김하늘 (우) 디자인정글
공공디자인은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거대한 사업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영역 속에서 개인, 민간단체, 기업들이 연계와 협력을 통해 공공성을 창출하는, ‘일상의 문화’가 되어야 한다.
“공공디자인은 공공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실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례와 정보들을 취합하고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죠.”
전시를 기획안 이현성 교수는 폐쇄적인 방법으로 공공디자인을 진행할 경우 발전이 더딜 수 있다며, 더 많은 주체들이 공공디자인 프로세스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가와 디자이너에게 기존 사례와 함께 공공디자인을 수용하는 시민들의 의견까지 제공된다면 실생활에 정말 필요한 공공디자인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래서 공공디자인의 주체가 다양해지고 그들이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문제는 점점 복잡해지고 다변화된다. 우리 삶 도처에 숨어있는 불편함을 해결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는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어 듣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 도로의 안전체계를 높인 세이프티 레인, 학교 앞 아이들의 안전을 돕는 옐로 카펫 등 새로운 규범을 만들고 사회를 바꾸는 시도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이렇게 사회구성원 모두가 공공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협력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변화를 불러오는 공공디자인은 우리 생활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글 | 디자인프레스
자료 제공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