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반려견 공원에 스며 있는 디자이너의 생각
작성일:
2023-02-20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1797
[기획] 동물과 함께 하는 사회적 공간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28호(2023.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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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공원에 스며 있는 디자이너의 생각

미국은 세계에서 반려동물 가구 비중이 가장 큰 나라다. 미국반려동물산업협회(American Pet Products Association)에 따르면 미국 가구 70%가 반려동물 가족이다. 코트라 해외시장 뉴스는 “코로나19로 인해 교외로 이사하는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한다. 또한 “반려동물의 식품이나 소모품, 장난감에 비용을 투자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며 미국 소매업체도 이른바 ‘펫맘(Pet Mom)’을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려동물을 위한 공공공간에도 변화가 스미기 시작했다. 반려가족이 더 안전하게 시간을 누릴 수 있도록 도심이나 교외에서 반려견 공원(Pet Park)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공원 전문 디자인 회사 플레이코어(PlayCore)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 내 반려견 공원 및 반려견 제품 관련 법규와 디자인 시 유의해야 할 사항 등을 살펴본다. 플레이코어의 마케터 앤-마리 스펜서(Anne-Marie Spencer)와 세일즈 스페셜리스트 킴버리 오트(Kymberly Ott)의 조언, 플레이코어의 자회사 울트라사이트(UltraSite), 자사 브랜드 바크파크(BarkPark), 그리고 플레이코어에서 발간한 <언래쉬드Unleashed> 내용을 모아 정리했다.
반려견가구는 미국 반려동물 가구 중 48.2%를 차지한다반려견가구는 미국 반려동물 가구 중 48.2%를 차지한다. 사진 출처: 플레이코어 


주로 공원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플레이코어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놀이와 레크레이션’을 통해 커뮤니티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놀이터, 놀이기구, 공원을 비롯해 이와 관련된 용품을 디자인하고 개발합니다. 동시에 CORE(Center for Outreach, Research and Education)란 주도권을 갖고 운영하며 지역 사회의 활력을 만드는 여러 이벤트, 공공디자인, 신체활동 등을 만들거나 지원하고 있습니다.

반려견을 위한 공공디자인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여러 카테고리 중에서도 반려견 공원 디자인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실내외 놀이터, 체육시설 등을 디자인하며 그와 관련된 산업과 제품을 돌아보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자신의 어린 자녀를 공원에 데리고 오는 사람도 있지만, 강아지를 데려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강아지는 털이 있는 ‘자신의 아기’나 마찬가지입니다. 말 그대로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을 위한 전용 공원은 왜 별로 없을까? 게다가 반려견 산업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 중 하나인데 말이지요.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반려동물 산업은 어떤 성장세를 그리고 있나요?
교외에는 공터가 흔하지만 도심은 그렇지 않습니다. 도심을 중심으로 반려견 공원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특히 소규모 단위의 마을이나 도시에 도입되는 경우가 눈에 많이 띄고요. 그밖에도 공항, 리조트, 레스토랑, 캠핑장, 기업 사옥까지 문의가 들어오는 걸 보면 전반적으로 반려동물 가족수가 늘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더 나아지고 있는 동향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플레이코어는 누구나 쉽게 반려동물을 위한 놀이기구를 구입할 수 있도록 접근 경로를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반려동물 가구가 늘며 자연스레 반려견 공원에 대한 요청도 늘고 있다미국은 반려동물 가구가 늘며 자연스레 반려견 공원에 대한 요청도 늘고 있다. 사진 출처: 플레이코어


미국은 반려견을 위한 제품을 디자인할 때 어떤 법규가 적용되고 있나요?
제품의 용도에 따라, 각 주에 따라 법규가 다릅니다. 그러니 어떠한 고정된 형식이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분명한 건 소비자 제품 안전, 재료 및 화학물질 제한 사항 등 기본적인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실외용일 경우 놀이기구 및 구조물 관련 법규, 접근성 기준 등 환경 및 안전 규정을 준수해야 합니다.*

* 미국에서 반려동물 용품의 경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유해물질 중 특히 살생물제(biocide)로 간주되는 다양한 제품이다. 즉 벼룩, 진드기 제거용 목걸이와 반려동물용 샴푸, 연고(salve)와 같은 제품, 수족관에 사용되는 일부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에 대한 것이다. (중략) 장난감의 경우 소비자제품위원회(Consumer Products Safety Commission)가 관장하는 일반적인 소비자 제품안전 요건 외에 반려동물 용품으로서의 특별한 규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단, 대형 소매업체가 자체적으로 반려동물용 장난감의 안전성과 내구성 기준을 아동용 장난감 요건과 매우 비슷한 수준으로 마련하여 적용한다. (출처: 김현희, ‘주요 외국의 반려동물관련산업 현황과 관련 법제’, <반려동물관련산업법 제정을 위한 기반마련 연구>, 한국법제연구원)  

그렇다면 색상, 소재, 마감 차원에서 고려하는 사항이 있나요?
실외 기구가 대부분이다 보니 자외선에 노출되는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내구성이 중요하죠. 색상은 다채롭지 않지만 공원이란 장소성에 적합하도록 파랑, 초록, 빨강 등 몇 가지 유형을 갖추고 있고 소재는 가능한 한 친환경 또는 재활용을 쓰고 있습니다. 100% 재활용 플라스틱, 100% 재활용 목재 등이 그것이지요. 그리고 한 가지 더 플레이코어의 강점이기도 한데, 반려견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제품 표면에 캐비넷코트(CanineCoat)라는 열가소성코팅을 합니다. 

반려견의 활동성을 고려하며 기능적으로 갖춰야 할 사항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개는 움직이고 뛰고 놀아야 합니다. 그래야 행복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기구의 목적은 보호자가 반려견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단일 제품으로는 활동 유형에 따라 총 5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A-프레임, 그라운드 레벨, 점프, 플랫폼, 터널 등이 있죠. 세부적인 디자인으로는 민첩성 표준 챔피언십이나 퍼포먼스 경쟁 프로그램의 규격에 준용해 만듭니다. 그러한 치수가 반려견의 활동성, 참을성 등 다양한 감각을 키우는 데 실마리가 된다고 봅니다. 대게 소형견, 대형견 각각을 위해 2가지 크기를 만들고 그 안에서 높이 조절 기능 등을 추가해 활용성을 높입니다. 기구뿐 아니라 배변봉투함, 벤치, 목줄 거치대, 안내표시판, 샤워부스, 수전 등 관련 공공시설물도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코어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노비스’ 코스플레이코어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노비스’ 코스. 사진 출처: 바크파크


플레이코어는 반려견 전용 공원을 디자인하기도 합니다. 
반려견 공원 전문가가 있어 부지의 특성에 맞게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몇 가지 공원 구성안을 아예 판매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노비스(Novice)’ 코스는 초보 수준의 활동 기구 4개를 포함하고 있는 공원으로, 민첩하게 움직이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반려견의 자신감을 키우도록 돕습니다.

반려견 전용 공원을 디자인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요?
만약 면적에 여유가 있다면 공간 레이아웃을 디자인하는 게 좋습니다. 소형견 전용(15.8kg 이하)과 대형견 분류가 기본이고요. 그리고 바닥의 종류(잔디, 자갈, 모래, 우드팁 등), 기구 배치 등을 통해 반려견의 경험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습니다. 조경도 신경 써야 합니다. 특히 특정 식물이나 꽃 종류는 반려견의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어 세밀한 검토가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75쪽 분량의 <언래쉬드>는 공원 설계 방식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교류 예시도 말하고 있다75쪽 분량의 <언래쉬드>는 공원 설계 방식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교류 예시도 말하고 있다. 사진 출처: 플레이코어 


<언래쉬드> 가이드북을 만든 계기가 궁금합니다.
플레이코어 홈페이지에서 메일 주소만 등록하면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언래쉬드>는 목줄 없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반려견 전용 공원 디자인 트렌드와 계획 팁을 담고 있습니다. 고품질의 놀이터 디자인, 지속 가능한 관리, 지역 사회와의 연결 등의 내용도 있습니다. 이 책자를 무료 배포하는 이유는 이러한 이야기가 지역 사회에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부족해서 오인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최대한 다양하고 전문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플레이코어에서는 비정기적이지만 <언래쉬드> 관련 세미나를 열고 현안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은 반려견 전용 공원에 이제 막 눈을 뜨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따라 지역 사회 내에서 종종 갈등도 번지고 있습니다. 앞서 다양한 지역 사회에서 반려견 공원을 만든 전문가로서 한마디 조언해준다면?
<언래쉬드>의 서문을 쓴 해리슨 포브스(Harrison Forbes)의 말로 대신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몇 년 전 반려견 전용 공원이란 말을 들었을 때 회의적이었습니다.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반려견 전용 공원의 성장세와 반려동물 가족의 열의를 보고 저는 자신이 틀렸음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반려견 놀이터는 커뮤니티를 연결합니다. 반려동물 가족뿐만 아니라 동물 애호가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공 공간입니다.”

플레이코어가 디자인한 대형견을 위한 놀이 기구플레이코어가 디자인한 대형견을 위한 놀이 기구. 사진 출처: 플레이코어


글: 윤솔희, 담당: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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