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도시
작성일:
2023-02-20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2342
[기획]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디자인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28호(2023.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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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도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반려동물 가구는 한국의 전체 가구 중 29.7%를 차지한다(그중 반려견 가구는 80.7%, 반려묘 가구는 25.7%를 기록했다). 이는 반려동물과의 공존을 위해 인간의 도시 공간도 다음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때라는 신호로 읽힌다. 반려견과 고양이가 공존하는 도시에는 어떤 공공디자인이 필요할까? 집에서 나와 산책로를 지나 공원으로 가는 여정에서 만날 법한 디자인물들을 통해 우리의 도시 미래를 상상해보자.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등록제 등록 정보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국내 반려견 수는 209만 2000마리,농림축산식품부 동물등록제 등록 정보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국내 반려견 수는 209만 2000마리,
반려묘 수는 1673마리였다. 사진 출처: pxhere


주거지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
주택가와 도심 특정 영역에서 주인 없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길고양이를 위한 시설물을 위한 디자인 사례다. 이는 지자체의 동물보호정책 중 늘 상단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 사안이자 더 나은 생활환경을 실현하는 공공디자인의 목표와도 연결된다.

아름답고 깨끗한 
길고양이 급식소

포스코건설, 포스코A&C, 문래동 철공소, 동물자유연대에서 합심해 제작한 동네 고양이 급식소포스코건설, 포스코A&C, 문래동 철공소, 동물자유연대에서 합심해 제작한 동네 고양이 급식소. 사진 출처: 포스코


2021년 1월 서울 쌍문동에 탄탄한 동네 고양이 급식소가 자리잡았다. 흔히 보이던 보급용 목재 고양이 급식소와는 다른 모습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디자인을 담당한 포스코건설은 “기존 급식소가 가진 미관, 위생상의 문제가 고양이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참고해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고양할 수 있는 유려한 디자인에 각별히 신경 썼다”고 말했다. 주재료는 철재이지만 고양이 몸에 닿는 일부는 목재로 덧대고 겨울철에 물이 얼지 않도록 하단에 핫팩 설치 공간을 마련했다. 전문가의 자문을 바탕으로 사료와 청소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서랍과 시건장치도 보완해 사용성을 높였다. 현재 동물자유연대가 선정한 TNR* 우수 지자체 2곳(서울시 서대문구, 도봉구)에 총 15개소 시범 설치되어 운영 중이다.

*TNR: 길고양이를 잡아서(Trap) 중성화 수술을 한 후(Neuter) 다시 제자리로 방사한다(Return)는 의미이다. “현재 가장 효과적이고 인도적으로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식”이라고 동물자유연대는 설명한다. 


길고양이 생태통로를 만든
공사 가림막

 
동물행동권 카라는 도시정비 시 영역동물인 고양이의 안전한 이주를 돕는 내용의 지침서를 만들고 무료 배포하고 있다.동물행동권 카라는 도시정비 시 영역동물인 고양이의 안전한 이주를 돕는 내용의 지침서를 만들고 무료 배포하고 있다.
사진 출처: 동물행동권 카라


도시 이미지를 펼치기 좋은 캔버스로 공공디자인 사업의 단골 소재가 된 공사 가림막. 그 하단에 작게 난 구멍을 본 적이 있는가? 바로 길고양이를 위한 생태통로로, 이들의 내일을 위한 연결선이라고도 불러도 좋을 듯하다. 영역동물의 특성상 미처 공사장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길고양이들을 위한 이동 창구로, 도시정비구역 공사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아직까지 공사 책임자의 자율에 실천을 맡기고 있지만, 동물권이 더욱더 주목받는 만큼 이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다면 사업, 나아가 공생의 도시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정비구역 공사 현장을 고향으로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길고양이들의 보호 대책 마련은 우리 삶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펴낸 <2021도시정비구역 길고양이 보호활동 가이드북>의 서문은 길고양이의 성공적 이주와 생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참고로 이 책은 동물행동권 카라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산책로를 중심으로 한 디자인
주거지를 벗어난 길은 반려견과 반려인이 타인과 마주하는 첫 번째 공적 영역이다.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가 더욱 요구되는 장소인 만큼 세심한 안내시설물이 필요하다. 반려견 가족과 이웃이 공존하기 위한 다양한 안내시설물을 모았다.

도그 프렌들리 가게를 위한
‘반려견을 환영합니다’ 스티커

 
도그프렌들리.소셜이 전개하고 있는 ‘반려견 환영합니다’ 스티커도그프렌들리.소셜이 전개하고 있는 ‘반려견 환영합니다’ 스티커. 사진 출처: 도그프렌들리.소셜


웨이머스 시를 기반으로 영국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도그 프렌들리.소셜(DogFriendly.Social)은 ‘반려견을 환영합니다(Dog Welcome)’ 스티커를 판매하며 세력을 늘리고 있다. 창업자는 반려견의 접근을 막는 해변이 점점 늘어나자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먼저 2016년 웨이머스 비치 도그 워커(Weymouth Beach Dog Walkers)란 그룹을 결성한 뒤 2017년 본 서비스를 만들었다. 스티커를 구입할 때 등록한 상점 정보는 플랫폼으로 연동돼 사용자들은 온라인에서 쉽게 반려견을 환영하는 상점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지역 상권 활성화로 이어져 긍정적인 도시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도심 속 작은 짐승을 위한
도로 표지판

 
클리닉 212의 ‘아주 작은 도로 표지판’클리닉 212의 ‘아주 작은 도로 표지판’. 사진 출처: 클리닉 212


리투아니아의 디자인 에이전시 클리닉 212(CLINIC 212)가 빌뉴스 시에 만든 ‘아주 작은 도로 표지판(Tiny Road Sign)’은 도시에 함께 살아가는 작은 생명체에 대한 시선을 담고 있다. 디자이너 마티나스 카르포비셔스(Martynas Karpovicius)가 어느 캄캄한 밤 도로를 가로지르는 고슴도치를 보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우리만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게 아님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답했다. 그의 말처럼 ‘아주 작은 도로 안내판’은 고슴도치, 오리, 고양이, 새가 함께 살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공원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
반려견에게 산책은 곧 정신적, 신체적 건강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기에 반려동물 가족은 많게는 하루에 2~3번 공원을 찾는다. 반려동물문화를 정착한 도시일수록 반려견을 위한 공원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포브스는 ‘2023 반려견을 위한 최고의 도시’ 기사에서 1위로 샌프란시스코를 지목하며 “모든 거주자가 도보로 10분 이내 공원에 갈 수 있고 인구 10만 명당 반려견 공원(dog park) 수가 가장 많다”는 것을 근거로 썼다. 그렇다면 반려견 공원에는 어떤 공공디자인물을 찾아 볼 수 있을까? 


반려동물 친화도시의 증표
반려견 음수대

반려동물과 반려인 모두의 사용성을 고려해 다양한 높이로 물을 제공하는 음수대반려동물과 반려인 모두의 사용성을 고려해 다양한 높이로 물을 제공하는 음수대. 출처: 반려동물을 위한 더 나은 도시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표방한 국내 여러 도시들이 반려동물을 위한 음수대 설치를 앞세우는 것만 보더라도 지역 사회에서 음수대는 반려동물 친화의 증표가 된다. 반려동물을 위한 더 나은 도시(Better Cities for Pets)는 음수대를 “반려문화 의식을 키우는 안내판으로 활용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도시민 누구나 방문하는 곳이자 반려가족이 즐겨 찾는 곳이란 장소성을 주목하라는 뜻이다. 


잠깐의 기다림을 위한
반려동물 목줄 거치대

서울시 남산공원 화장실에 있는 반려동물 목줄 거치대서울시 남산공원 화장실에 있는 반려동물 목줄 거치대. 사진 출처: 서울시
목줄거치대와 약간의 그늘막을 함께 제공하는 뉴질랜드의 베이페어쇼핑센터목줄거치대와 약간의 그늘막을 함께 제공하는 뉴질랜드의 베이페어쇼핑센터. 사진 출처: 베이페어 쇼핑센터


2021년 1월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는 남산공원 야외식물원, 용산가족공원 화장실 앞에 반려동물 목줄 거치대를 설치했고, 강북구청도 이후 같은 시설을 관내에 설치하고 있다. 해외 경우 마트나 상점, 도서관 등의 공공시설물 외에도 개인이 사적 영역에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펫파킹후크(pet parking hook)나 안내표지판을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유와 청결이 함께하는
반려동물 워싱 스테이션

 
여러 개의 샤워 부스와 별도의 드라이 공간이 갖춰져 있다. 연중무휴로 열되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또는 6시까지 운영하며 시설을 관리한다.여러 개의 샤워 부스와 별도의 드라이 공간이 갖춰져 있다. 연중무휴로 열되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또는 6시까지 운영하며
시설을 관리한다. 사진 출처: 워시스폿레드몬드


미국 워싱턴주의 레드몬드 공원은 리드줄 없이 활동할 수 있는 반려견 공원 영역이 갖춰져 있어 많은 반려동물 가족이 찾는 곳이다. 더욱이 이곳을 특별하게 해주는 건 바로 이 워싱 스테이션. 공공화장실처럼 들판과 물가에서 신나게 논 반려견들을 위한, 반려인을 위한 필수 시설로 애용되고 있다.


글: 윤솔희, 담당: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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