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지방 소도시의 내일을 이끄는 디자인 전략가
작성일:
2022-11-30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1339
[기획] 공공디자인 전문가 인터뷰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 25호(2022. 12)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지방 소도시의 내일을 이끄는 디자인 전략가

요즘 ‘지방 소도시’의 수식어로 흔히 따라붙는 표현이 있다. 인구감소, 성장의 양극화, 불균형 심화. 그만큼 지방 소도시가 안고 있는 사회적, 도시적 문제는 복잡다단하고 난해하다. 공공디자인적 관점과 시도가 중요하게 떠오른 이유다. 
충남공공디자인센터는 2009년 설립된 공공디자인 전문 기관이다. 이를 이끌고 있는 오병찬 센터장을 만나 지방 소도시의 다양한 문제를 진단하고 개선하기 위한 공공디자인 전문가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Interview 
오병찬 충남공공디자인센터 센터장


센터장님의 이력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어릴 적부터 만들기와 그림을 좋아해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이후 대학원 입학과 동시에 산업디자인 전문 기업에서 실무를 경험했고요. 미국에서 2년간의 유학 경험은 디자인 분야를 폭넓게 바라보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이후 충남연구원에 공채를 통해 입사했고, 지금까지 공공디자인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충남연구원의 어떤 부서였나요?

센터의 전신인 공공디자인클리닉센터였어요. 당시에는 예산 규모와 사업 양이 작아 계획된 일과 소규모의 사업만 지원했습니다. 이후 박사 학위 취득과 센터의 확장 등 대소사가 많았고 이직의 기회도 있었지만 제가 나고 자란 지역에서 공공디자인으로 지역을 살피는 업무를 놓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생활환경이 개선되어가는 우리 지역을 바라보는 뿌듯함은 중독성이 너무 강한 것 같습니다.

주민과 각 분야 전문가들과 협력하며 지역의 고민을 나누는 이미지
공공디자인클리닉센터에서 일하며 충청남도 각지를 다녔다. 주민과 각 분야 전문가들과 협력하며 지역의 고민을 나눠왔다. 사진 제공: 오병찬


박사 학위 주제는 무엇이었나요?

자연스레 공공디자인 관련 주제를 골랐습니다. 충남은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는 도농복합도시입니다. 또한 중소 도시가 많아 도시와의 생활환경과 체계가 확연히 다릅니다. 그렇다 보니 대도시 중심의 제도와 계획에 한계를 느끼곤 하죠. 저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지방중소도시 가로환경 공공디자인 실행체계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논문을 작성했습니다.

공공디자인 전문가로 나아가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공공디자인 지원사업을 수행하다 보면 행정 시스템과 그것과 관련한 모든 제도를 이해하고 익숙해지는 과정을 겪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문 지식을 얻고 안목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공공의 영역은 곧 행정 시스템의 이해입니다. 행정에 디자인이 녹아 들어가야만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컨설팅 지원 사례인 홍성초등학교 방과후 교실 리모델링 프로젝트 이미지
컨설팅 지원 사례인 홍성초등학교 방과후 교실 리모델링 프로젝트. 사진 제공: 오병찬


충남공공디자인센터 센터장으로 부임하고 가장 처음 한 일은 무엇인가요? 

2019년에 센터장이 되었습니다. 센터가 가장 잘하는 일을 좀 더 넓게 확장하는 데에 주목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공공사업 디자인 컨설팅입니다. 저희 공공사업 디자인 컨설팅 제도는 다른 지역이 갖지 못한 특별한 기능이라고 봅니다. 적은 예산으로 충청남도와 15개 시·군 및 공공기관의 모든 공공사업을 대상으로 건축·공간·조경 등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지원 시스템을 위한 웹 시스템을 10여 년 동안 보완 및 수정, 개발해 모든 사업의 시작과 종료, 결과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프로젝트 규모가 작은 군소 단위도 아니고 권역을 다룹니다. 이렇듯 넓은 범위를 조망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공공디자인 업무를 하다 보면 항상 한계에 부딪혀요. 그중 일선 행정과 디자인 업무 지원을 수행하는 사이에서 발생하는 간극이 가장 큽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예산을 결정하는 도의회와 예산을 집행하는 공무원들, 그리고 공공디자인 전문가 이렇게 삼자 간의 관계 개선이 항상 큰 과제로 다가옵니다.

충남 공공디자인클리닉센터는 2009년 전국 최초로 설립된 공공디자인 전문기관입니다. 당시 충남은 어떤 계기로 공공디자인에 관심을 키웠나요?

공공디자인 법제화를 위해 2005년부터 많은 분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공공디자인 전담 조직을 마련하고 많은 분야에서 공공디자인 사업을 추진한 서울시도 한 예이지요. 이를 발판 삼아 타 광역시도 공공디자인에 관심을 기울였는데 충청남도 역시 공공디자인으로 지역 상생과 생활환경을 개선하자는 개념으로 공공디자인클리닉센터를 개소했습니다.
여러 지역이 디자인센터를 운영하지만 충남은 유일하게 ‘공공디자인센터’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개소할 때 당시의 명칭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공디자인이 법제화되면서 단어가 널리 쓰이고 그에 따라 종종 시설물을 관리하는 제도로 오인되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경관디자인센터, 공간환경디자인센터, 건축디자인센터 등 명칭을 변경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센터가 추구하는 공공에서의 건축, 공간환경, 조경, 디자인, 미술 등 광의의 개념을 의미하는 ‘공공+디자인’이란 차원에서 명칭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시계방향으로) 충남공공디자인센터의 계룡 상징탑 디자인, 충청남도 청사 공원 계획안, 천안삼거리초등학교 내부 색채디자인 프로젝트 이미지
(시계방향으로) 충남공공디자인센터의 계룡 상징탑 디자인, 충청남도 청사 공원 계획안, 천안삼거리초등학교 내부 색채디자인 프로젝트.
조경, 건축, 공간환경 등 광의의 의미에서 공공디자인 컨설팅을 다루고 있다. 사진 제공: 오병찬


2019년 충남공공디자인센터 개소 10주년을 맞아 “충남공공디자인센터 10년의 성과와 발전계획”을 발표하셨지요. 10년을 돌아보니 어떤 변화가 느껴졌나요?

10여 년 동안 공공사업디자인 컨설팅을 약 1500건 수행했고, 정책연구도 30여 건을 수행했더라고요. 그 시간 동안 저희는 많은 역량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충청남도 내 여러 지역을 방문하며 센터의 손길이 닿은 곳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럴 때마다 만족감보다는 ‘더 잘 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과 경관이 그나마 잘 유지되고 있다는 안도감이 교차하곤 합니다. 공공디자인을 통해 지역민의 생활환경과 경관이 개선되는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부여, 논산, 당진 등 지역 컨설팅을 수행하며 공공디자인 컨설팅 ‘교육’도 합니다. 현장에서 행정가들을 만날 때 전문가로서 어떤 점을 특히 강조하나요? 

공공디자인을 진흥하고자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공공디자인 전문인력을 채용해 행정에서 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디자인 인력이 배정된 팀이 아니면 공공디자인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고 사업을 추진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모든 사업에 공공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개소 이후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행정의 역량과 시스템 그리고 프로세스 등의 이유로 법제화되지 않은 공공디자인 컨설팅 과정을 부담스러워하는 시선이 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한 번에 바뀌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디자인 적용의 일상화를 상상하며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디자인충남>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검색만 하면 어떤 사업이 있는지 데이터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이 시대에 소식지는 왜 중요할까요?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 정리되어 있지 않고 떠다니는 정보는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희 센터가 추구하는 공공디자인의 영역은 매번 새롭게 변화하고 앞선 트렌드와 융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충남>은 새로운 공공디자인 트렌드와 계획을 연구하고 기획해 소개합니다. 일선 행정에서 공공디자인을 쉽게 접하도록 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편리한 매체이며, 저희 충남공공디자인센터를 관련 전문가와 기관에 소개하는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2022년 상반기 충청남도 시·군 디자인 네트워크 개최
<디자인충남> 14호 일부. 사진 제공: 충남공공디자인센터


공공디자인 전문가를 꿈꾸는 후배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공공디자인의 영역은 정말 넓습니다. 모든 영역의 전공을 섭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공공디자인의 이해를 바탕으로 본인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합니다. 학생이라면 기초가 되는 각 분야의 학문을 배양하시고 실무를 바탕으로 꾸준히 정진하시면 훌륭한 공공디자인 전문가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충남공공디자인센터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조직의 체계화와 업무의 세밀함에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또한 공공 지원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현재 사업을 앞으로는 민간 협업이 중심이 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 도민이 원하는 생활환경 개선에 더욱 매진할 것입니다.

지금 주목하고 있는 공공디자인 트렌드가 있다면 하나 들려주세요.

탄소중립이 큰 화두입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인간이 생활하는 모든 곳에서 ‘탄소중립’이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물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미 공공건축은 이러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친환경 공법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첨단 단열공법을 이용해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한 패시브하우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죠. 그렇다고 모든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하면 환경파괴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탄소중립이라는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디자인의 영역에서 친환경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 윤솔희, 담당 박은영

빠른 이동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