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교통 규칙에 호기심을 만드는 디자인
작성일:
2022-04-26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2236

[기획] 해외 어린이 교통안전 디자인과 프로그램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18호(202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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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규칙에 호기심을 만드는 디자인

아직 세상의 모든 것이 낯설고 규칙이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그것에 대한 호기심과 지켜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닐까. 아래에 소개하는 각국의 교통안내시설 사례는 형식과 모습은 달라도 바로 그 지점이 맞닿아 있다. 두려움을 없애고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 디자인들을 모았다.

 

 

긴장감을 낮추는 횡단보도

영국의 학교를 위한 안전한 걸음

아직 시야가 성인만큼 발달하지 않은 어린이들은 횡단보도를 건너기가 두렵다. 이 걱정을 자신감으로 바꿔주고자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인 그룹 THB는 횡단보도를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 이들은 다채로운 색깔로 횡단보도를 물들이는 컬러풀 크로싱 런던(Colourful Crossings London)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나아가 학교를 위한 안전한 걸음(Safe Steps for School)이란 별도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밋밋한 하얀 줄무늬 대신 빨간색, 파란색, 하얀색 등의 패턴을 도로에 입혀 운전자에게는 주의를, 어린이에게는 재미를 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설명에 따르면 현재까지 런던 내 100여 개가 넘는 횡단보도를 물들였고, 이를 통해 교통사고율이 5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도로 위 작은 변화가 일으키는 변화의 바람이라 할 수 있다. 
https://www.safestepsforschools.co.uk/

 
런던의 크로이던의회와 파트너십을 맺고 크레센트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 설치한 사례
런던의 크로이던의회와 파트너십을 맺고 크레센트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 설치한 사례. 사진 출처: 안전한 걸음


 

덴마크의 3D 횡단보도 디자인
덴마크 제2의 항구 도시 오르후스 시(Danish Municipality of Aarhus)가 지난해 9월부터 3D 횡단보도 디자인을 실제 도로에 적용하고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도로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기 위해서다. 하얀색 줄무늬가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주는 것이 디자인의 특징이다. 횡단보도 주변 뿐 아니라 더 먼 거리에서도, 다른 각도에서도 횡단보도를 더욱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했다. 학생 보행자가 많은 지역을 우선으로 멜가드(Mejlgade) 2곳과 크누드리스가데(Knudrisgade) 1곳에 3D 횡단보도를 만들었으며 2024년 5월까지 유지할 계획이다.
https://www.aarhus.dk/english/

 
도심 내 학생 보행자 인구가 많은 지역에 선별적으로 적용한 3D 횡단보도
도심 내 학생 보행자 인구가 많은 지역에 선별적으로 적용한 3D 횡단보도. 사진 출처: 오르후스시청
 


신뢰도를 높이는 교통안전표지판

영국의 디즈니 표지판 디자인

영국 전역에서 사용하는 교통안전표지판과 글꼴을 디자인한 전설의 그래픽 디자이너 마가렛 칼버트(Margaret Calvert)가 다시 한 번 움직였다. 디즈니 주니어와 자선단체 브레이크(Brake)의 지원을 받아 1950~1960년대에 만든 표지판 속 심볼을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를 주인공으로 새롭게 디자인 한 것. 2019년 학습 현장을 위한 단기 캠페인을 목적으로, 어린이가 관심을 갖고 믿고 따를 수 있는 만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마가렛 칼버트는 <미키와 카레이서 클럽> 속 에피소드를 참고해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브레이크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자선단체로, 도로 교통사고를 줄이고 안전한 보행환경을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미키 마우스, 미니 마우스, 도날드 덕을 주인공으로 디자인한 교통안전표지판(SLOW Duck, SLOW Mouse)
미키 마우스, 미니 마우스, 도날드 덕을 주인공으로 디자인한 교통안전표지판. 사진 출처: 디즈니 주니어
 


독일의 암펠만 신호등 디자인
베를린의 대표 브랜드인 암펠만(Ampelmann)이 사실 신호등 캐릭터였다는 것을 아는가? 이 디자인은 빈번한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1961년 동독교통시스템국의 교통 심리학자 칼 페글라우(Karl Peglau) 박사가 그린 것이다. 그는 어린이도 신뢰할 수 있는 상징물이 무엇일지를 고심하다 남녀노소 쉽게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형상을 떠올렸다. 콧대와 모자, 그리고 팔과 다리를 통해 신호를 표현하기로 하고, 제한된 면적 내에서 최대한 크게, 그리고 더 많은 빛을 드러내기 위해 퉁퉁한 덩치로 그렸다. 이 낯선 캐릭터의 등장은 어린이들에게 화제가 되었고 덕분에 당시 베를린 시내 교통사교율이 40% 가까이 감소했다고 한다. 
https://www.ampelmann.de/en

 오늘날 동독과 서독의 문화 통일 상징으로도 여겨지는 암펠만
오늘날 동독과 서독의 문화 통일 상징으로도 여겨지는 암펠만 ©Ampelmann Berlin


 

스쿨존을 위한 시설 디자인

스웨덴의 안티 범프
국내 어린이보호구역의 제한속도는 30km/h이고 운전자 모두 이 규칙의 엄중함과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때때로 예기치 않게 제한속도를 초과하는 실수를 하곤 한다. 다른 나라의 사정도 비슷하다. 스웨덴 기업 이데바 AB(Edeva AB)는 이 실수에 주목해 조용하지만 확실한 경종을 울리는 스마트한 방지턱 ‘안티 범프’를 디자인했다. 안티 범프는 도로 표면에 삽입하는 장치로, 과속하는 차량이 지나갈 때만 방지턱을 만드는 시스템이다. 요철로 인해 운전자는 이곳에서 속력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다. 물론 적정 속도로 주행하는 차량이라면 요철을 만들지 않으며, 버스나 응급차 같이 특수한 차량의 경우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도로 색과 비슷한 짙은 회색인데다가 겉으로 보기에는 평평하므로 도시 경관을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 스웨덴과 오스트리아 도시 내 또는 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스웨덴 웁살라(Uppsala)의 경우 스쿨존에 설치했는데 설치 후 과속 차량 비율이 약 5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덕분에 도로 소음 역시 효과적으로 줄어들었다.

https://www.actibump.com/ 

 과속 차량이 지나갈 때 요철을 만드는 반응형 시스템
과속 차량이 지나갈 때 요철을 만드는 반응형 시스템. 사진 출처: 이데바 
 



네덜란드의 +라이트라인
스마트 좀비를 위한 교통안전시설도 생기고 있다. 국제아동안전기구 세이프키즈코리아와 페덱스가 2019년에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국내 초등학생 10명 중 8명이 스마트 좀비에 해당한다. 보행 중 안전한 전자기기 사용법에 대한 교육 외에도 디자인적 해결책이 더해질 수 없을까? 네덜란드의 보데그라벤(Bodegraven)은 교통 시스템 전문기업 HIG(HIG Traffic Systems)와 협업해 +라이트 라인(+Light line)이라고 부르는 바닥형 LED 신호등을 개발했다. 항상 바닥을 보고 있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특성상 사고 대부분이 신호등 불빛을 잘 확인하지 않아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바닥에 정보 체계를 입힌 것이다. 2017년 네덜란드 서부 도시인 보르데그라벤(Bodegraven-Reeuwijk) 학교 근처에 최초로 설치했고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다.

  도로 신호 체계와 함께 반응하는 얇은 LED 조명 시스템
도로 신호 체계와 함께 반응하는 얇은 LED 조명 시스템. 사진 출처: HIG 




글: 윤솔희, 담당: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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