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우리 동네의 맞춤형 축제가 필요한 이유
작성일:
2022-03-29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1429
[기획] 지역 축제를 기획하는 사람들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17호 (20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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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이해하는 방식

INTERVIEW
─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도시 콘텐츠 전문 기업’ 어반플레이가 있기까지 축제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먼저 어반플레이에게 축제란 어떤 의미였나요?
기존에 축제라고 불리는 많은 행사는 전국 방방곡곡의 여러 업체가 일시에 모여 외지인과 먹고 놀고 흩어지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어반플레이가 바라보는 축제는 로컬 콘텐츠를 알리는, 즉 오프라인 미디어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동네의 재미난 스폿을 모아 한날한시에 보여주자는 것이 축제의 시작이었습니다. 다행히도 많은 분이 호응해주었고 축제를 통해 저희가 전개하는 사업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동네를 취재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아는동네>로 탄생했고, 이런 장소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연남방앗간, 연남장, 연희회관 등으로 나왔습니다.


 
Vol.01 아는동네, 아는연남, 동네를 경험하는 새로운 기준

어반플레이는 <아는동네> 매거진을 발행하며 동네의 지역 자산을 아카이브하고, 연희동, 연남동을 기점으로 로컬 문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어반플레이
어반플레이는 <아는동네> 매거진을 발행하며 동네의 지역 자산을 아카이브하고, 연희동, 연남동을 기점으로 로컬 문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어반플레이

 
 

어떤 동네에서 무슨 축제를 가장 먼저 선보였나요?
2014년 11월에 3일간 숨은연남찾기란 축제를 선보였습니다. 어반플레이가 기획했고 에어비앤비의 후원으로 연남동의 게스트하우스와 공방 정보를 한데 모아 소개했어요. 고백하자면 사실 흥행이 잘 안 됐습니다. 돌아보면 기획자 마인드가 지나쳤던 것 같아요. 좋은 프로그램이면 먼저 시민들이 알아보고 올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알릴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이때 느낀 점을 이듬해부터 진행한 연희걷다 축제에서 보완해 입소문을 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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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의 이야기 있는 장소들을 모아 함께 투어하는 연남위크. 사진 제공: 어반플레이
 


연희걷다는 어반플레이가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는 축제이지요? 기획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5년 연희동에 사무실을 두고 주변을 보니 작은 갤러리나 문화공간, 심지어 창작활동을 하는 주민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한 번 엮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지요. 처음부터 대대적으로 일을 벌일 생각은 없었고 자주 만나는 이웃끼리 “이렇게 한 번 해볼까?”하며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당시 동네 행사로는 플리마켓, 먹거리 장터 정도가 있었을 뿐, 지역의 문화공간을 참여 팀으로 모은 축제는 드물었거든요.
 
그렇게 지역 콘텐츠를 앞세운 축제를 해보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사실 축제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지방 곳곳에서는 저마다의 축제를 선보이고 있지만 그 모습이 다채롭다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제 기준에서 진정한 의미의 축제는 그 지역 사람들만 만들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외부에 알리는 시간이고, 그래서 축제가 끝나도 외부와 그 지역과의 연결성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행히 이런 생각을 실현할 장소로 연희동은 꼭 알맞았습니다. 
 
연희걷다의 주된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다양한 주체들이 이끄는 도슨트 프로그램의 인기가 좋습니다. 주민 스스로 도슨트가 되어보는 거예요. 경제학자 모종린 교수님처럼 골목길 연구에 관심 많은 전문가를 비롯해 동네의 아티스트, 건축가, 공예가 등 다양한 직군의 전문가 누구나 자신만의 길을 안내할 수 있습니다. 산책 코스나 즐겨 가는 단골집 루트 등이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상권을 연결 짓는 고리
 
개인 크리에이터뿐만 아니라 지역 상권을 축제에 꼭 끌어들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지역 소상공인도 모두 로컬 크리에이터이니까요. 그래서 동네 빵집, 카페 등을 초대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불편한 기색을 보였습니다. 어반플레이란 회사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알지 못하니, 혹여 부동산 지가를 띄워 금방 떠날 뜨내기로 보셨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시간을 함께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축제는 길어야 3~4일 만에 끝나지만 저희는 7~8개월 전부터 매달 한 번씩 반상회를 열고 “이런 축제를 해보려고 하는데 생각이 어떻습니까?”하고 계속 물었습니다. 마당에서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하고 소주잔도 기울이며 사는 이야기도 나눕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나니 이제  “올해는 안 하나요?”라고 먼저 물어보시는 사장님도 계십니다. 


 

연연백화점, 2019연희걷다, 09.06-09.08
연희동, 연남동 일대를 하나의 큰 상점이라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엮은 2019년 연희걷다 축제. 사진 제공: 어반플레이

 


서로의 관계를 만드는 계기가 되는군요.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축제는 동네 이웃들이 함께해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느슨하지만 이런 관계가 누구 하나 힘들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살피고 도와주는 마음으로 이어집니다. 이게 사회적 연대이고 안정감이에요. 저는 디자인이란 결국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보는데, 그런 의미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통을 이끄는 축제는 공공디자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축제 기획에서 빼놓지 않고 하려는 것이 있다면요?
이밖에도 외부 기업과의 협업을 자주 시도합니다. 기존의 많은 축제가 공공의 세금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가급적이면 그 출발부터 달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지원금이 없어도 자생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참여 작가의 작품을 네이버 아트윈도에서 소개했고, 옥션에서 카페 메뉴 모바일 교환권인 연희패스를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 연연백화점 축제에서는 코나카드와 합심해 연남동, 연희동 참여사에서 구매하면 자동으로 할인되는 충전형 선불카드를 선보이기도 했고요. 이런 축제를 기회 삼아 기업의 마케팅비가 간접적이나마 동네로 흘러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또 투자를 검토하는 기업 입장에서 ‘이곳이다’ 싶을 만큼 매력적인 축제를 만들기 위해 저희 역시 더 노력하게 되고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연희걷다 축제 중이었는데, 어느 날 주민 한 분이 본인의 집 정원을 소개하겠노라고 찾아오셨습니다. 정원을 아주 아름답게 가꾸고 계셨는데, 연희걷다에 온 분들이 잠깐 들려 정원을 구경하고 가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지요. 또 근처에 대단히 유명한 마림바 듀오가 계신데, 축제날 작업실을 오픈해 즉흥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3회차에 접어드니 저희가 찾아가 설득하지 않아도 주민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들려주십니다. 저희가 꿈꿨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를 위한 성장 자극

서울식물원에서 선보인 누군가의 식물원 축제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나요?
수시로 이벤트가 열리는 공간이니 그저 공연이나 전시 하나를 더 보여주는 것보다 아예 ‘크리에이터의 인큐베이팅 공간’이란 새로운 역할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축제를 통해 관객이 새로운 크리에이터의 이름을 알아가는 것을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참여 크리에이터를 선발해 본인의 이름을 걸고 그 공간을 해석해 프로젝트를 선보이도록 했어요. 자신의 이름을 건다는 것은 대단한 에너지를 만듭니다. 덕분에 참여 크리에이터와 시민들 모두 만족하는 행사로 회자되고 있어요. 


 

누군가의 식물원, 2018.10.12.FRI-10.14.SUN
서울식물원 오픈을 기념하며 선발된 크리에이터 17팀이 각자가 해석한 식물 문화를 선보였다. 사진 제공: 어반플레이
 


축제에서 참여 크리에이터가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군요.
솔직하게 말하면 그렇습니다. “좋은 일이니 재능 기부하세요”라고 말할 바에는 축제를 안 하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축제란 크리에이터에게 본인의 인지도를 쌓고 작품을 팔고 성장하는 계기로 작용해야 해요. 소중한 시간을 쓰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기획자가 더 열심히 생각해야 합니다. 저희도 가능한 한 참여 작가의 판매 수익을 신경 쓰려고 노력합니다.
 
이와 연계하여 자체적으로 어떤 시도를 하시나요?
가능하다면 지역 작가와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고 축제를 통해 선보이려고 합니다. 축제의 모든 디자인물을 저희가 하려고 하지도 않고요. 연희동을 각자의 시선에서 기록해달라고 의뢰해 도록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크리에이터로서 축제 기획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구경을 마친 관객이 집으로 돌아갈 때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는 축제이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축제에 분명한 메시지가 있어야 하지요. 저희도 여전히 배워 나가며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올가을에는 연희걷다를 만날 수 있을까요?
코로나19 확산세로 2020년에는 추진조차 못했고 2021년에는 준비를 해오다가 마지막에 온라인 도슨트 투어로 전환하고 지도와 책을 제작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조심스럽게 올해에는 열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습니다. 10월을 기다려 주세요. 


 
일러스트레이션, 인디 뮤직, 문화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크리에이터를 무대로 끌어올리는 네이버 <프로젝트 꽃> 크리에이터 데이. 사진 제공: 어반플레이
일러스트레이션, 인디 뮤직, 문화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크리에이터를 무대로 끌어올리는 네이버 <프로젝트 꽃> 크리에이터 데이. 사진 제공: 어반플레이
 



글: 윤솔희, 담당: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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