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일상 속 배려를 담은 공공디자인용품
작성일:
2021-08-02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3497

[기획] 일상 속 배려를 담은 공공디자인용품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9호 (20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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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이어지는 공공디자인,
공공의 가치를 담은 생활 속 물건들


 

| 환경을 위한 배려 eco-friendly design


공공디자인은 공공가치를 만들어 내는 디자인이다. 친환경과 같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한 물건 또한 공공디자인의 영역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당위성이 실린다. 아직 공공디자인으로서 인지도는 낮지만, 공공가치를 향상시킨다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면 공공디자인의 영역 안에 담을 수 있는 것.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불가피하게 사용하면서도 환경 문제를 염려치 않을 수 없게 하는 일회용 마스크. 한 번 사용하면 버려질 운명이 되는 이 일회용 마스크 쓰레기를 활용한 <베일 스툴(Veil Stool)>은 영국의 산업디자이너 조 슬래터(Joe Slatter)의 디자인이다. 마스크를 녹이면 촘촘한 폴리프로필렌과 부드러운 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버려진 약 4천여 개의 마스크로 단단한 강도의 3개 다리에 부드러운 실의 곡선 몸체를 얹은 의자를 만들어냈다.

일회용 마스크 분류


일회용 마스크를 이용해서 만들 제품디자인 도면

일회용 마스크를 이용해서 만든 제품 1

일회용 마스크를 이용해서 만든 제품 2

베일 스툴(Veil-Stool) ⓒ behance.net/gallery/118196653/VEIL-STOOL


최근 친환경 분야에서 활약을 보이고 있는 <트래쉬 버스터즈 Trash Busters>는 다회용 식기 렌탈 업체다. 사내 카페나 축제, 행사 등 일회용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곳에 컵과 같은 다회용 식기를 대여해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인다.

트래쉬 버스터즈의 다회용 식기


트래쉬 버스터즈 웹페이지 이미지 및 식기 구성

트래쉬 버스터즈 웹페이지 이미지 및 식기 구성 ⓒ 트래쉬버스터즈


사용한 다회용 식기는 수거 후 총 3단계의 세척 및 건조 과정과 자외선 램프와 열풍 소독의 과정을 거쳐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한다. 소비자에게 의식과 습관을 바꾸기를 요구하기보다는 재사용을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 여기에 감각적인 컬러와 디자인을 도입해 재사용 문화에 유쾌한 이미지까지 더한다.

트래쉬 버스터즈 식기 재가공 시스템 안내 및 식기 사용 예시 이미지

트래쉬 버스터즈 식기 재가공 시스템 안내 및 식기 사용 예시 이미지 ⓒ 트래쉬버스터즈


MZ세대 사이에서 비비드한 컬러의 패셔너블한 에코백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플리츠마마 Pleats MAMA>. ‘Look Chic, Be Eco’라는 슬로건을 품고 버려지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친환경적인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이다. 플리츠마마의 가방은 폐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재생원사에 현대적인 니트 기법을 적용한 것으로, 가방 1개 당 폐 페트병 16개 분량이 사용된다고 한다.

페트병(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가방 <플리츠마마>

페트병(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가방 <플리츠마마>│출처 : (좌) 플리츠마마 (우) 링크드인 플리츠마마 페이지


플리츠마마는 제작부터 포장에 이르는 과정 내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 제작 시 재생원사를 하나하나 성형하여 편직하기 때문에 재단 과정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이 발생하지 않고, 포장 시에는 여러 개의 포장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자가접착식 완중 포장재를 사용하여 포장 및 배송 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고자 한다.

플리츠마마 제작 과정

플리츠마마 제작 과정│출처 : 플리츠마마 홈페이지


플리츠마마 시즌별 에디션 제품 (좌측, 중앙 – 제주 에디션 / 우측 – 서울의 여름 에디션)

플리츠마마 시즌별 에디션 제품 (좌측, 중앙 – 제주 에디션 / 우측 – 서울의 여름 에디션) ⓒ 플리츠마마

 

| 모든 이를 위한 배려 universal design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2조는 “보편적인 디자인”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요약하자면, 개조 또는 특별한 변경 없이도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환경·프로그램 및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 이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모든 이를 위한 디자인 또한 공공디자인의 취지와 맥을 같이 한다. 노인·장애인·어린이 등 다양한 이용자를 수용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공공디자인의 영역에서 논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옥소(OXO)>는 40여 년간 주방용품 산업에 몸담은 샘 파버(Sam Farber)가 은퇴 후 관절염으로 요리에 불편을 겪는 부인을 보고 새로운 주방용품을 만들기로 한 것이 그 시작이다. 성별, 나이,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주방용품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옥소의 제품들은 가정 내 대표적인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사용자 중심의 독창적인 디자인과 혁신성을 인정받아 다수의 디자인 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전세계 여러 박물관에 영구 소장되고 있다.

옥소 이미지

옥소 이미지 | 출처 : yankodesign.com/2019/02/05/ (by. Sarang Sheth)


옥소 굿그립 라인 용품

옥소 굿그립 라인 용품 | 출처 : (좌) kitchennliving.co.kr/infile/contents.aspx?idx=50 (우) 월간디자인 스마트 매거진


옥소 굿그립 라인 필러

옥소 굿그립 라인 필러 | 출처 : juniperunltd.com/blogs/food/oxo-human-centered-design


건강과 안전, 편리를 위해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을 선택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Curva>는 모두를 위한, 특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새로운 인덕션이다. 디자이너 Hyeon Park은 손으로 만졌을 때 구분되지 않는 평평한 모양과 디스플레이, 터치버튼을 가진 기존의 인덕션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저 뜨겁고 위험한 직사각형 판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이에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촉각에 집중하였다. 2가지 크기의 굴곡은 시각장애인에게 화구를 인지할 수 있게 해주며, 화력 조절 다이얼과 타이머 또한 다른 촉감으로 구성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Curva 인덕션 1


Curva 인덕션 2

Curva 인덕션 3

Curva 인덕션 ⓒ behance.net/gallery/102373775/Curva


 

| 생활 속 안전을 위한 배려 safety design


부천대학교 생활안전디자인연구센터는 생활 속 안전의 디자인과 연구를 바탕으로 다수의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를 펼쳐오고 있다. 최근 개발한 <집콕생활 안전 꾸러미>를 비롯한 생활안전디자인에 대해 부천대학교 생활안전디자인연구센터 김성주 교수에게 물었다.


INTERVIEW

부천대학교 생활안전디자인연구센터 김성주 교수


사고와 재난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게 해줄 물건들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도 높은 요즘이다. 그에 맞춰 <집콕생활 안전 꾸러미>를 개발했다고 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생활 안전을 위한 물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집콕생활 안전 꾸러미>는 가정 안팎에서 겪을 수 있는 생활 전반의 안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물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를 예방하는 손소독제와 만능 구리 손잡이를 포함하여 소방 안전을 위한 소방 담요, 콘센트 마개, 상비약 관리를 위한 스티커, 안전진단을 위한 체크리스트 등이지요. 이는 문화도시 조성사업 중 ‘도시형 생활디자인 사업’의 결과물로, 부천문화재단과 부천대학교 생활안전디자인연구센터의 공동연구로 제작한 것입니다. 개발 과정에서 부천소방서의 자문을 얻기도 했습니다.

집콕생활 안전 꾸러미 패키지 및 구성품1


집콕생활 안전 꾸러미 패키지 및 구성품2

집콕생활 안전 꾸러미 패키지 및 구성품 | 출처 : 부천문화재단


우리 생활에 밀접한 물건이다 보니 그 필요성과 활용도가 더욱 와 닿는다.

모두의 안전을 목표로 한 용품이라 그럴 것입니다. 우리 센터에서 <투척용 소화기>를 개발한 적 있습니다. 소화기란 화재 시 초기 대응을 위한 소방용품인데요, 작은 불씨라면 소화기로 진압이 가능하겠지만, 큰 불인 경우엔 2차 피해를 줄이고 대피할 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존의 분말소화기를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어린이나 노약자를 대입하면 더욱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이 같은 이유로 누구나 쉽게 던질 수 있는 투척용 소화기를 개발하였습니다. 기존 소화기의 단점을 개선한 생활 소품이자 남녀노소가 편하고 손쉽게 사용가능한 유니버설 디자인입니다.

내 손안에 119 ‘Watch OUT’ 유니버설디자인 투척용 소화기

내 손안에 119 ‘Watch OUT’ 유니버설디자인 투척용 소화기 | 출처 : 생활안전디자인연구센터


기존의 용품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일반적인 분말소화기는 3.3kg에 달하는 무게에 짙은 빨강색입니다. 딱히 디자인적 요소도 없고 소화기 이외의 활용성도 없다 보니 베란다나 신발장 근처에 보관하는 것이 보통이지요. 화재가 났을 때 바로 사용해야 함에도 눈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게 됩니다. 이처럼 디자인이 떨어지고 비효율적이면 정작 필요할 때 재빨리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평상시에도 활용할 수 있는 복합적인 용도이거나 디자인용품과 결합해 장식적 효과를 더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투척용 소화기에 시계와 조명 역할을 추가했습니다.

내 손안에 119 ‘Watch OUT’ 유니버설디자인 투척용 소화기1
내 손안에 119 ‘Watch OUT’ 유니버설디자인 투척용 소화기2

내 손안에 119 ‘Watch OUT’ 유니버설디자인 투척용 소화기 | 출처 : 생활안전디자인연구센터


쓰임을 개선한 것만큼이나 디자인이 예쁜 것도 좋아 보인다. 미적 기준보다는 공공성을 우선하던 과거의 디자인 경향에서 나아간 시도로도 보인다.

기능성과 필요성은 갖추었더라도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하지 않은 디자인의 물건을 가까이 두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목적과 기능의 충족만큼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도 필요합니다. 이미 개발되어 공간화, 제품화된 용품들의 장점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공공디자인이 가성비에서 벗어나 ‘가까이 두고 소유하고 싶은 디자인’이 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롭고 다른 것 아닌 디자인 눈높이를 맞춰 나가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디자인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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