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어르신을 위한 공공디자인, 시니어놀이터
작성일:
2021-07-05
작성자:
소식지관리자
조회수:
11767

[기획] 어르신을 위한 공공디자인, 시니어놀이터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8호 (20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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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세대를 위한 배려,
우리 모두를 위한 공공디자인


공공디자인의 범위는 매우 넓다. 우리의 생활 속 안전과 편의, 품격 제고를 위한 디자인은 물론 성별, 연령, 장애의 유무 등 상관없이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어린이 놀이터나 학교, 경로당 등 특정 ‘세대’나 ‘지역’을 위한 맞춤형 디자인 역시 공공디자인 영역으로 해석된다. 특정 타겟이 있는 공공디자인은 광범위한 시스템이나 관리 차원의 모델 개선보다, 인지·서비스 디자인 측면에서 그 역할이 강조된다.

전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시니어’ 세대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노인’이라고 칭하는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2026년에는 전체 인구의 20.8%에 이르러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향하는 진입 속도가 여느 나라보다도 빠르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추이(단위:%, 총 인구대비 기준)
            - 1960년대 :2.9%            
            - 1970년대 :3.1%            
            - 1980년대 :3.8%            
            - 1990년대 :5.1%            
            - 2000년대 :7.2%            
            - 2010년대 :11.1%            
            - 2014년대 :12.7%            
            - 2017년대 :13.8%            
            - 2026년대(전망) :20.8%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7%이상
            *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14%이상
            *초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20%이상
            (자료/국가통계포털)

우리나라 늘어나는 고령인구의 비중 | 출처 : 국가통계포털


신체적, 환경적 요소로 인해 시니어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은 무척 제한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삶의 가치를 모색하며 취미, 운동, 새로운 커리어 등 다양한 활동을 모색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에게 일(노동)을 비롯한 삶의 가치를 모색하기에 남은 시간은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은 경로당이나 노인회관 등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사회적으로 시니어들이 커리어 발전이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시니어 놀이터’다. 지난 해, 노인정책 전환을 위한 ‘2020 시니어콘텐츠포럼’이 온택트로 열리기도 했는데 이는 새로운 삶의 전환을 맞는 시니어의 건강하고 건설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환경, 공간 개선의 일환이었다.

시니어 놀이터는 일종의 맞춤형 문화 시설로, 심신의 건강은 물론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교감을 위한 공간이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경기 의왕시, 광주시 등에 시니어 놀이터가 개장되었는데, 의왕시의 경우 ‘어르신 건강 놀이터’에서는 액티브 시니어 매니저가 놀이터 프로그램에 함께 활동 중이다. 경기 군포시는 늘푸른노인복지관을 중심으로, 고령자의 치매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과 교육 콘텐츠 제공과 함께 고령자 인지건강 향상을 위한 ‘인지 디자인’을 적용한 ‘늘푸른 열린광장’ 조성 사업이 진행 중이다.


경기도 의왕시 오전로 가족공원 내 조성된 ‘어르신건강놀이터’

경기도 의왕시 오전로 가족공원 내 조성된 ‘어르신건강놀이터’ | 출처 : 의왕시



이러한 공간은 시니어가 은퇴 후에 사회적 취약 계층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춘다. 나아가 시니어 세대 뿐 아니라 전 세대가 교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고자 한다. 시니어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우리도 언젠가 맞게 될 세대에 대한 배려이자 건강한 사회를 위한 준비이다. 시니어를 위한 공간으로서 노인 놀이터의 도입을 주장하고, 전국적으로 노인 놀이터 조성에 힘쓰고 있는 고민정 재미있는 재단 이사장을 통해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INTERVIEW

재미있는 재단 고민정 이사


'시니어'를 위한 환경이 왜 필요할까? 

고령화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늙어가고 있기 때문이죠. 이미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나 시설들을 마련해 나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재단’은 ‘삶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가치를 실현하고자 설립되었고, 국내 인구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게 될 시니어들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저희는 ‘노인’을 단순히 돌봐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기에, 그들 스스로 일상을 즐기고 커뮤니티를 생성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놀이터 사례

해외 놀이터 사례 | 출처 : 라펜트 (lafent.com) ‘어르신 맞춤형 운동시설’ 기사
 

영국 하이드파크 내 노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구

영국 하이드파크 내 노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구 | 출처 : 가디언 뉴스 (Guardian News)



'시니어 놀이터'가 다른 놀이·휴식 공간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사람은 노화를 겪으며 인지 능력과 신체 능력이 점점 쇠퇴합니다. 이에 시니어 놀이터 공간 구성 시 운동 기구의 강도나 안정성은 필수로 고려해야할 요소입니다. 컬러나 이미지 역시 시니어들에게 잘 인지되고 편하게 느껴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그들의 주거지와 가까워야 하고 장애물이 없어야 하는 등 접근성을 높여야 합니다.


영국 하이드파크 노인 이용자들의 모습 

영국 하이드파크 노인 이용자들의 모습 | 출처 : 가디언 뉴스 (Guardian News)



시니어 놀이터는 기능적 측면에서 어떤 점이 중요한가? 

시니어 놀이터는 시니어들 사이의 소통 뿐만 아니라 세대간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기능해야 합니다. 한 예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시니어 놀이터는 아파트 단지 내에 어린이 놀이터와 함께 위치하는데, 시민들이 늘 지나다니는 장소에 위치해 있기에 전 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놀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시니어 놀이터는 세대 구성원 모두가 즐거운 공간으로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지방에는 500여 곳의 노인놀이터가 조성되어 있음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지방에는 500여 곳의 노인놀이터가 조성되어 있음 | 출처 : 노인정책 전환을 위한 온택트 토론회 발표자료



국내에도 시니어를 위한 위한 놀이터나 휴식 공간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실제 어떤 실효를 거두고 있나?

국내에는 충남 공주시를 시작으로 시니어 놀이터가 조성되고 있으며, 아직 도입 초기 단계입니다. 핀란드, 스페인, 독일 등 시니어 복지 선진국의 경우 시니어 놀이터 조성을 통해 복지 뿐만 아니라 지역 활성화와 삶의 질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원의 특성상 지역의 녹지 공간이 늘어나면서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아집니다. 시니어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수록 사회에 활력을 더하고, 국가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줄어들 것입니다.


생산가능인구·고령인구 전망
            (중위추계기준, 단위:만명)
            생산가능인구(15~64세), 고령인구(65세이상)
            2017년 생산가능인구:3,757 / 고령인구:707
            2019년 생산가능인구:3,759 / 고령인구:769
            2021년 생산가능인구:3,713 / 고령인구:854
            2023 생산가능인구:3,662 / 고령인구:945
            2025년 생산가능인구:3,585 / 고령인구:1,051
            2027년 생산가능인구:3,508 / 고령인구:1,159
            2029년 생산가능인구:3,434 / 고령인구:1,252
            
            [변경된 고령자 지표 프레임워크]
            고령자 삶의질(주관적 웰빙)
            - 환경적요인(생활환경, 사회문화적 환경)
            - 관계적요인(대인관계, 참여)
            - 개인적요인(건강, 소득보장)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사회적 부담비용은 증가하게 되나, 고령자의 건강, 생활환경 등 삶의 질이 향상된다면 사회적 생산성이 높아져 부담비용이 줄어들 것임
| 출처 : (좌) 통계청, 2017~2067년 장래인구추계 (우) 통계개발원, 고령자 통계 지표체계 구성 연구(2021)



공주시 ‘어르신 놀이터’ 전경1 
공주시 ‘어르신 놀이터’ 전경2

공주시 ‘어르신 놀이터’ 전경 | 출처 : (위) 중부매일 ‘공주시 건강한 100세 인생 스타트’ 기사 (아래) 공주시



현재 조성 중인 시니어 놀이터에 더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시니어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우울’입니다. 놀이터에서 놀이나 운동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안에서 머물기만 하는 이들을 밖으로 유인하고, 이웃 주민과 교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실외형 뿐만 아니라 실내형 놀이터도 좋은 대안이 될 것입니다. 궂은 날씨나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문제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시니어들의 더욱 쾌적한 활동을 기대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시니어를 위한 정책을 공공디자인 개념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앞으로 또 어떤 계획이 있나?

해외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네덜란드에는 치매 환자들을 위한 ‘호그벡 마을’이 있습니다. 축구장 3배 정도 크기의 마을에 치매 환자들이 자유롭게 머물면서 이들의 상태가 호전되고 약을 복용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국내에도 치매안심마을 등 치매 어르신을 위한 마을 조성을 목표로 진행되는 사업이 있기에, 장차 국내에서 호그벡 마을 모델을 참고하여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덜란드 호그벡 마을

네덜란드 호그벡 마을 | 출처 : (좌) 비비움 (우) De Hogeweyk



두 번째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위치한 ‘엡코트(Epcot)’ 사례입니다. 이 곳은 시니어 세대를 대상으로 한 테마파크로 중·장년층은 기존 테마파크보다는 좀 더 편안하고, 놀이터보다는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놀이 기구를 선호한다는 데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한 곳입니다. 이 역시 국내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미국 플로리다 엡코트 테마파크

미국 플로리다 엡코트 테마파크 | 출처 : pixabay



시니어를 위한 정책이나 공공디자인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할까?

국내에서는 아직 노년학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일본이나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해왔기에, 국내에서는 해외 사례를 토대로 국내 실정에 맞는 연구를 추가하여 진행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관련 해외 사례와 국내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시니어를 위한 공공디자인의 필수 요소는 세 가지로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안전성’입니다. 신체 활동이 저하된 시니어들이 이용하는 공간이기에 부상을 방지해야 하고, 설령 넘어지더라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지 않게 해야 합니다. 둘째 ‘사용 편의성’입니다. 인지 능력과 뇌의 활동성이 떨어진 시니어에게 복잡하고 어려운 기구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유대감 조성’입니다.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시니어에게 다양한 세대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해주는 일이 중요할 것입니다.


글 | 디자인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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