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세대를 연결하고 도시 기능을 재구축하는 콤팩트시티
작성일:
2026-05-04
작성자:
박은영
조회수:
806

[기획] 새로운 도시의 조건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66호(202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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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연결하고 도시 기능을 재구축하는 콤팩트시티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인구 구조와 생활 방식이 빠르게 달라지면서 도시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동 거리를 줄이고 주거와 상업, 의료, 공공시설을 한 공간에 집적하는 ‘콤팩트시티’가 그 대표적 흐름이다. 콤팩트시티의 본질은 도시를 물리적으로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대마다 시간대와 이용 목적이 다르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교차하도록 설계하는 데 있다. 아이의 등원 시간과 노인의 진료 시간, 청년의 출퇴근 시간이 같은 건물, 같은 거리에서 교차할 때 도시는 비로소 세대를 잇는 기반이 된다. 아시아와 유럽의 주요 도시들은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주거, 상업, 의료, 복지 기능을 도보권에 배치하고 거리와 공공공간을 보행자 중심으로 재편하며 단일 건물 안에 여러 세대와 용도를 통합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생활 기능을 한 곳에 복합화한 사례부터 자동차에 내줬던 거리를 사람에게 돌려주며 주민 간 소통을 이끌어낸 도시, 대중교통 중심으로 거리를 재편한 전략까지 두루 살펴본다. 



용도는 복합적으로, 동선은 효율적으로

주거와 상업, 의료, 문화, 공공시설을 한 장소에 엮어내는 기능 복합화가 도시 설계의 새로운 문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어린이부터 청년, 고령층까지 서로 다른 세대의 활동이 같은 공간에서 교차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은 이동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세대 간 자연스러운 만남과 교류를 이끌어낸다.


한 건물 안에서 완결되는 일상

싱가포르 북부 우드랜드 지구의 애드미럴티 MRT역 앞에 자리한 캄풍 애드미럴티(Kampung Admiralty)는 고령화 사회의 돌봄을 한 건물 안에서 풀어내되 노인을 공동체 안으로 끌어들이도록 설계된 세대 통합형 복합 시설이다. 주거·의료·보육·상업·커뮤니티 기능을 단일 건물 안에 수직으로 통합한 싱가포르 최초의 복합 공공개발 시설로 꼽힌다. 2018년 완공된 이 건물은 대지면적 8981, 연면적 3만 2331 규모로 싱가포르 주택개발청이 발주하고 건축사무소 WOHA가 설계했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각 정부 기관이 별도 부지에 독립 건물로 지어야 했던 기능들을 노령층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이웃 세대와 만나도록 한 건물 안에 엮어낸 것이 특징이다. 건물은 세 개의 층위가 쌓인 구조다. 하층부에는 광장과 900석 규모의 호커센터, 상업 시설이 배치되어 지역 주민 전체를 위한 만남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중층부에는 대형 의료 센터가 광장 위를 덮는 우산 형태로 펼쳐진다. 상층부에는 어린이 학습 센터와 고령자 복지·여가 센터가 나란히 자리잡고 그 위로 커뮤니티 공원과 도시 농장, 수직 정원이 구성되어 어린이와 노인이 자연스럽게 마주친다. 건물 최상층에는 고령의 1·2인 가구를 위한 스튜디오형 주거 104세대가 11층 높이의 두 개 동으로 마련되어 노인 입주자가 식사, 진료, 여가, 교류에 이르는 하루 일과를 건물 밖으로 벗어나지 않고도 마칠 수 있다. 의료 센터의 진료 대기 공간은 외벽 창과 중정을 통해 자연 채광이 들어오고, 아래의 광장과 위의 공원이 동시에 내다보여 도심 속 자연 환경과 사람의 기척을 느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됐다. 주거동의 복도 곳곳에는 공용 의자가 배치되어 혼자 사는 노인이 자연스럽게 이웃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유도한다. 2018년 세계건축페스티벌 올해의 건축상을 수상한 캄풍 애드미럴티는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단지에 적용되는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으며, 돌봄 공동체의 상징이 되었다.


다양한 공공시설과 서비스를 한 건물에 통합한 공공개발 단지 캄풍 애드미럴티는 싱가포르의 고령화 사회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프로토타입 역할을 한다. 사진 출처: ©K. Kopter / archdaily


하층에는 커뮤니티 광장과 상업 시설, 중층에는 의료 센터, 최상층에는 노인을 위한 아파트가 마련되어 활기찬 노년 생활을 지원하는 캄풍 애드미럴티. 사진 출처: ©Patrick Bingham-Hall / archdaily


옥상에 마련된 커뮤니티 공원에서는 주민들이 함께 운동하고 공동 텃밭을 가꾸며 교류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어린이를 위한 놀이 공간도 마련돼 있어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사진 출처: ©Patrick Bingham-Hall / archdaily


주거와 일터, 여가를 모두 품은 신도시

오스트리아 비엔나 북동쪽에 있는 옛 비행장 부지가 대규모 도시 실험장이 되고 있다. 비엔나시가 2007년 마스터플랜을 확정하고 2010년 개발을 시작한 신도시 프로젝트인 제슈타트 아스페른(Seestadt Aspern)은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조성 중이다. 2025년 기준 1만 2000명 이상이 거주하고 600개 이상의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향후 2만 5000명의 주거와 2만 개의 일자리를 하나의 생활권 안에 수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거·업무·상업·교육·의료 기능을 함께 배치해 일상의 이동이 지역 내부에서 해결되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이곳은 ‘단거리 도시(City of short distances)’를 구현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 신도시의 핵심은 공공공간 중심 구조다. 약 5만 규모의 인공 호수를 중심으로 총 19만 5000의 야외 녹지를 조성하고, 보행로와 광장 등 공공 공개 공간을 전체 부지의 절반 가량 확보했다. 단지 안에 자리한 마담 도라 공원에는 93개 경작지로 구성된 커뮤니티 텃밭이 마련돼 주민들이 직접 채소와 허브를 가꾸며 관계를 형성한다. 주차 시설을 개조한 문화 공간 쿨투르가라게는 공연과 전시, 지역 행사가 열리는 복합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된다. 주거 유형도 분양과 임대 아파트, 학생 기숙사, 노인 서비스 주택 등으로 구성해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한 지구 안에서 공존하도록 했다. 교육 시설 역시 유치원부터 대학교, 직업 교육 시설까지 단계적으로 배치됐으며 의료 기능은 단지 중심부의 시몬 드 보부아르 광장에 들어선 1만 규모의 의료 센터가 담당한다. 주거와 일터, 여가가 결합된 구조 속에서 일상의 동선이 지역 내부에서 순환하도록 설계된 제슈타트 아스페른은 공공공간을 매개로 다양한 세대의 삶이 교차하는 도시 모델을 보여준다. 


비엔나의 신도시 제슈타트 아스페른의 심장부를 차지하는 인공 호수와 공원. 호숫가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에서 조깅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사진 출처: ⓒDaniel Hawelka / aspern-seestadt.at.


2022년 개관한 문화 공간 ‘쿨투르가라게’는 5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극장 겸 콘서트홀을 갖춰 음악과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사진 출처: ©Christian Fürthner / aspern-seestadt.at


제슈타트 아스페른 호숫가 근처에 조성된 복합 단지. 90세대의 공공 임대 아파트와 상업시설, 사무실, 스튜디오를 갖춘 건물들로 구성되었으며 주민들 간의 교류와 소통을 증진하는 놀이 겸 스포츠 시설도 마련했다. 사진 출처: ⓒKurt Hoerbst, Luiza Puiu / dtflr.com



보행 중심의 거리 재구성

도심의 거리가 자동차의 통로에서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 도로망을 그대로 둔 채 차량 흐름만 재편하면서 도로를 보행과 체류의 장소로 바꾸는 것이다. 차가 사라진 자리에는 주민들의 발걸음과 대화, 일상의 활기가 스며든다.


이동의 도로에서 생활의 거리로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자동차 중심 도시 구조가 낳은 교통 혼잡과 대기오염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개발 대신 기존 도로망의 기능을 재편하는 ‘슈퍼블록(Superblock)’ 전략을 추진해왔다. 바르셀로나시의 지속 가능한 도시 모빌리티 계획(PMU, Pla de Mobilitat Urbana(Urban Mobility Plan))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2016년 포블레노우 지구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되어 현재는 시 전역의 거리 재편 모델로 자리잡았다. 슈퍼블록은 기존의 작은 블록 9개를 약 400×400m 규모의 단위로 묶고 차량 통행을 외곽 도로에 집중시키는 구조다. 내부 도로에는 통과 차량의 진입이 차단되고 거주자 차량과 대중교통, 긴급 차량, 이동 약자 차량, 자전거만 허용되며 주행 속도는 시속 10km로 낮췄다. 그 결과 자동차가 점유하던 도로 공간의 상당 부분이 보행과 체류를 위한 공간으로 전환됐다. 차로에서 해방된 거리에는 벤치와 녹지, 소규모 광장, 놀이 공간, 카페 앞 테라스가 들어섰다. 아침에는 어린이가 안전하게 뛰놀고, 낮에는 노년층이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며, 저녁에는 주민과 방문객이 상가 앞 거리를 채운다. 이처럼 한 공간이 시간대와 이용자에 따라 놀이터, 광장, 상권으로 쓰이며 세대 간 일상이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첫 시범 사례인 포블레노우는 시행 초기 평가에서 일일 차량 통행량이 약 2200대에서 900여 대 수준으로 줄었고, 가로수는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후 시범 지구들에서도 보행량 증가와 지역 상권 활성화, 대기질과 소음 개선 효과가 보고됐다. 자동차 중심 도로를 생활의 장소로 되돌린 이 전략은 보행 중심 도시 재생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포블레노우 슈퍼블록 내 화단과 놀이터와 육상 트랙. 차도였던 공간에 다양한 시설이 마련되면서 주민들이 머무는 일상 공간으로 바뀌었다. 사진 출처: ©Curro Palacios / barcelona.cat


산트 안토니 슈퍼블록의 한 구역. 바닥에 그려진 놀이 그림, 콘크리트 구조물, 벤치 겸 화단 등 보행자를 위한 가로 시설이 배치되었다. 사진 출처: ©Mariona Gil / barcelona.cat


바르셀로나의 슈퍼블록 계획도. 19세기에 조성된 격자형 도로망을 유지한 채 블록 단위로 차량 흐름을 재편하는 방식을 도시 전역에 확대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Ajuntament de Barcelona


보행자와 자전거가 주인이 된 거리

중세 시대의 모습을 간직한 벨기에 겐트시는 2017년 4월, 도심을 관통하는 통과 차량을 차단하고 시민의 생활 공간을 회복하는 ‘순환 계획’을 시행했다. 사전 조사에서 도심 통행 차량의 약 40%가 도심에 목적지를 두지 않은 통과 차량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이 정책의 출발점이었다. 순환 계획은 차량이 도심을 가로질러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접근성은 유지하되 통과 교통만 걸러내는 게 핵심이다. 도심을 여섯 개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 사이를 차량이 직접 지나갈 수 없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한 구역에서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반드시 외곽 순환도로를 거쳐야 한다. 구역 경계에는 차량 진입 방지 말뚝인 볼라드와 화단, 차량 번호 인식 카메라가 배치되어 통과를 차단하며 거주자와 대중교통, 택시, 긴급 차량, 배달 차량은 허가를 받고 통행할 수 있다. 시행 전후를 비교한 겐트시의 2019년 평가에 따르면 도심 내부의 자동차 통행량은 37% 감소했으며, 2030년을 목표로 한 자전거 이용률 35%도 2019년에 조기 달성했다. 

순환 계획이 도시 구조 차원의 하향식 개입이라면, 주민이 직접 거리를 바꾸는 상향식 실험도 병행되고 있다. 2013년 출범한 시민·공무원·시민사회의 협력 네트워크인 ‘트로이 연구소(Lab van Troje)’가 운영하는 ‘리프스트라트(Leefstraat, 영문명 Living street)’는 여름철 동안 골목을 차 없는 공간으로 전환해 놀이터, 화단, 공용 정원, 야외 식탁 등으로 채우는 주민 주도 프로그램이다. 시는 행정적 허가를 담당하고 집기, 자재를 지원하며 설계와 운영은 오롯이 주민의 몫이다. 2개 거리에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현재 25개 이상의 거리로 확대됐고 이웃 간 교류와 세대 간 접촉의 계기를 만드는 생활 단위의 실험으로 자리잡았다. 


겐트 도심 곳곳에 설치된 표지판과 볼라드. 순환 계획 시행 이후 구역 경계 마다 이러한 차량 진입 차단 장치가 배치되었다. 사진 출처: https://rue-avenir.ch/qui-sommes-nous/reseau-rues/bruxelles-gand-2023/


도심 통과 차량이 줄어들고 자전거 통행량이 늘어난 거리. 보다 안전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대안 교통 수단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 출처: groengent.be


겐트시의 메이블룸스트라트에서 운영된 리프스트라트. 여름철 동안 도로가 주민들의 공용 생활 공간으로 바뀐다. 사진 출처: ©Wannes Nimmegeers / pzc.nl

 

리프스트라트는 거리를 단순히 차 없는 공간으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이웃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 작동한다. 사진 출처: ©Rosan Steenbrugge / stad.gent



대중교통, 도시의 축이 되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자동차 중심 도시가 한계를 드러내는 가운데, 철도와 트램 같은 대중교통을 도시의 기준축 삼아 주거와 생활 기능을 다시 쌓아 올리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대중교통이 이동의 수단을 넘어 도시의 뼈대가 되는 접근이다.


고령자가 운전하지 않아도 다니기 편한 도시

일본 도야마시는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도시 기능을 재편해 고령자도 자동차 없이 일상 이동이 가능한 구조를 만든 대표적인 콤팩트시티 사례다. 핵심은 철도·트램·버스를 축으로 주거와 생활 기능을 재배치한 데 있다. 2006년 도입된 경전철(LRT)은 이러한 전환의 중심에 있다. 운행이 중단된 JR도야마코선을 전환해 구축된 LRT는 저상형 차량과 정시성을 기반으로 접근성을 높였고, 시내 트램·버스와의 환승 체계를 통합해 이동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2020년에는 도야마역을 관통하는 남북 직결 노선이 완성되며 시 전역을 잇는 통합 트램 네트워크가 구축됐다. 공간 구조 측면으로는 ‘꼬치와 경단’이라 불리는 다핵형 도시 모델을 채택했다. 대중교통 노선이 도시를 관통하는 축(꼬치)을 형성하고 각 역과 정류장 주변에는 도보 생활권 기반의 소규모 거점(경단)이 배치되는 구조다. 기능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대신 여러 생활 거점을 교통망으로 연결해 이동 거리를 줄이고 보행과 대중교통을 결합하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도야마시는 역세권을 ‘주거 유도 구역’으로 설정하고 이 구역으로 이주하는 주민과 개발 사업자 양측에 보조금을 지원하며 인구와 생활 기능을 교통축 중심으로 옮겼다. 그 결과 LRT 도입 이후 이용객이 크게 늘어 운영 첫해에는 하루 평균 4901명을 기록했으며 특히 고령층의 이용 비중이 확대됐다. 저상형 차량과 무장애 설계, 안정적인 운행 체계가 이동 접근성을 개선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운전이 어려워진 이후에도 고령자가 삶을 스스로 꾸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도야마시의 사례는 교통 인프라 개선을 넘어 고령사회에 대응하는 도시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테야마 산맥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둘러싸인 도야마시는 트램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걸어서 생활하고 일할 수 있는 콤팩트시티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 출처: japanupclose.web-japan.org


도야마시에서 운행 중인 LRT. 정류장과 전차선 기둥 등의 선로 시설을 통일감 있게 디자인해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있다. 사진 출처: japan.go.jp


트램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도시의 흐름

프랑스 동부의 중형 도시 스트라스부르는 1960년 트램 운행을 전면 폐지한 이후 자동차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지며 도심 혼잡과 대기 오염 문제에 시달려왔다. 시는 무인 자동 경전철(VAL)을 지하에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기도 했지만, 도시 표면을 사람 중심으로 재편하기로 하면서 그 핵심 수단으로 지상 트램을 선택했다. 1994년 11월에 개통한 A노선은 34년 만에 트램이 부활했다는 상징을 넘어 도시 구조 자체를 다시 구성하는 신호탄이 됐다. 노선을 따라 주거·일·상업·교육·의료 기능을 다시 배치하고 도심 도로는 보행자와 자전거에게 돌려주면서, 도시의 척추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도심 중앙의 클레베르 광장을 비롯한 약 2만 8000의 도심 공간이 차량으로부터 해방돼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의 일상이 교차하는 도시의 거실이 된 것이다. 

트램은 도시재생의 매개이기도 했다. 도심에서 분리돼 있던 공공임대주택 지구 오트피에르는 A노선이 통과하면서 도심과 다시 연결됐고 일대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2017년에는 트램 D 노선이 라인강을 건너 독일 켈까지 연장되면서 ‘두 리브(Deux-Rives)’ 프로젝트가 본격화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스트라스부르 동쪽 끝의 옛 항만 부지 약 250만를 단계적으로 재생해, 4개의 신지구 시타델, , , 에 총 3700세대의 주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그중 약 40%가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 및 적정 가격 주택이며 일부 지구에는 학생 전용 거주 시설도 함께 들어선다. 단지 안에는 보육시설과 학교, 공원, 공공시설, 상업과 사무 공간이 함께 조성돼 청년·가족·중장년이 한 지구 안에서 일상을 공유한다. 트램 노선을 중심으로 한 도시의 변화는 30여 년에 걸쳐 누적됐다. 스트라스부르의 트램 네트워크는 현재 A부터 F까지 6개 노선, 111개 정류장으로 확장됐고 연간 이용객은 7000만 명이 넘는다. 폐기됐던 트램을 다시 불러들여 도심을 사람에게 돌려주고 그 위에 다양한 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구조를 쌓아 올린 스트라스부르의 사례는 대중교통이 그저 이동 기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구조와 다양한 시민들의 삶을 재구성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트라스부르 서부로 확장된 트램은 약 4km 구간에 8개 정거장을 추가하며 주거지와 일터, 문화 시설을 연결한다. 트램 도입과 함께 자전거 도로와 보행 환경이 개선되며 거리 공간도 함께 재편됐다. 사진 출처: ©CB / Actu Strasbourg


트램 정류장에서 바라본 스트라스부르의 쿠프 지구. 트램 노선 연결과 맞물려 본격화된 신도시 조성 사업 ‘두 리브’ 프로젝트가 이루어지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사진 출처: ©Eric Toussaint / strasbourgdeuxrives.eu


1954년 자동차로 점령되어 주차장처럼 사용되었던 스트라스부르의 클레베르 광장(좌)과 차량 통제 후 시민들에게 돌아간 현재의 모습(우). 사진 출처: geneanet.org, wikipedia


글: 공공디자인 소식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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