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감각으로 읽는 도시의 시스템
작성일:
2026-04-03
작성자:
박은영
조회수:
249

[기획] 숨은 인프라를 읽는 디자인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65호(202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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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으로 읽는 도시의 시스템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는 전기, 상하수도, 쓰레기 처리 등과 같은 다양한 인프라 위에서 작동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대부분 지하나 건물 내부에 은닉되어 있어 시민이 그 작동 방식과 흐름을 알아채기 쉽지 않다. 도시를 유지하는 기반 시스템이 보이지 않을수록 시민들은 자원 소비와 환경 변화의 관계 역시 체감하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센서 기술과 데이터 시각화, 공공공간 디자인을 결합해 도시 시스템을 드러내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생산량, 기후 지표, 빗물의 흐름, 미세먼지 농도와 같은 비가시적 정보는 더 이상 전문가나 행정기관의 모니터에만 머물지 않고 도시 공간 속에서 시민이 직접 보고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된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 도시의 작동 원리를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며, 시민이 자신의 일상적 행동이 자원 소비와 관리, 환경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번 기사에서는 도시 데이터를 감각 경험으로 풀어낸 공공캠페인부터 도시 관리 시설을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공공간 디자인, 시민이 직접 환경을 측정하고 공유하는 시민 과학 플랫폼까지 보이지 않는 도시 시스템이 어떻게 일상 속 경험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는지 살펴본다.



시민 참여를 이끄는 스마트 인프라

최근 도시는 실시간 데이터와 자동화 시스템을 바탕으로 기존 인프라를 고도화하며, 사후 처리 중심에서 선제적 예방 중심의 관리 체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도시 인프라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시민의 참여와 행동 변화를 도시 운영의 핵심 동력으로 연결한다. 


사후 인지에서 사전 대응으로 전환한 스마트 수도 관리 시스템

싱가포르는 고질적인 물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물 공급원 확대뿐 아니라 수요 관리의 디지털화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 싱가포르 공공수도기관 PUB(Public Utilities Board)의 스마트 수도 계량기(Smart Water Meter, SWM)가 가장 대표적이다. PUB는 주거와 상업·산업 시설 전반에 스마트 수도 계량기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2022년부터 1단계 사업으로 약 30만 대 규모의 계량기 보급을 추진 중이다. 기존 계량기가 인력에 의한 현장 검침에 의존했다면 스마트 수도 계량기는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디지털 통신망으로 원격 전송해 물 소비 데이터를 정밀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이용자는 전용 플랫폼인 ‘마이 스마트 워터 미터(My Smart Water Meter)’를 통해 자신의 물 사용량을 월별·일별·시간대별로 확인할 수 있다. 가장 큰 혁신은 사후 확인에서 사전 예방으로의 전환이다. 과거에는 수도 요금 고지서를 받고 나서야 과다 사용이나 누수를 인지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비정상적인 사용 패턴을 조기에 감지해 사용자에게 알림을 보낸다. PUB는 이러한 능동적인 관리 시스템을 통해 전체 물 수요를 약 5%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스마트 수도 계량기 정책은 수도 인프라의 효율화를 넘어 시민을 수동적 사용자에서 데이터 기반의 관리 참여자로 전환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물 관리의 책임을 전적으로 행정기관에만 두는 것이 아니라 도시 인프라 운영 과정에서 시민의 행동 변화와 참여를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싱가포르 공공수도기관 PUB가 도입한 스마트 수도 계량기와 이용자 전용 플랫폼 ‘마이 스마트 워터 미터’. 사진 출처: www.pub.gov.sg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 배라지(Marina Barrage)’는 담수 저수지이자 홍수 조절 기능을 하는 댐으로 PUB가 관리·운영하는 핵심 수자원 인프라다. 최근 PUB는 이러한 하드웨어적 인프라에 스마트 수도 계량기라는 디지털 기능을 더해 더욱 정밀한 물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 출처: www.pub.gov.sg


폐기물 수거를 지하 도시 인프라로 바꾼 공압식 수거 시스템

스웨덴 스톡홀름의 친환경 도시 지구 함마르뷔 셰스타드(Hammarby Sjöstad)는 생활폐기물 수거 방식을 지상 중심에서 지하 인프라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으로 재설계한 사례다. 이 지역은 1990년대 초부터 기존 산업·항만지대를 지속 가능한 주거지로 재개발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추진되었으며 스톡홀름시는 이 과정에서 에너지·물·폐기물 시스템을 통합하는 이른바 ‘함마르뷔 모델(Hammarby Model)’을 도입했다. 핵심 설비는 스웨덴의 자동 폐기물 수거 전문 기업 엔백(Envac)이 구축한 ‘공압식 폐기물 수거 시스템(Pneumatic Waste Collection System)’이다. 이 시스템은 주거지와 거리 곳곳에 설치된 투입구를 통해 버려진 폐기물을 지하 파이프를 거쳐 중앙 집하시설까지 자동으로 이송한다. 2000년 첫 시스템 가동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된 이 설비는 현재 음식물, 종이, 일반폐기물 등을 분류하는 770여 개의 투입구와 하루 약 20톤 처리 규모의 설계 용량을 갖추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폐기물 수거를 단순한 사후 처리가 아닌 도시의 필수 기반 시설로 통합했다는 점이다. 기존 방식은 수거 차량이 정해진 시간마다 골목을 오가며 쓰레기를 수거해야 했지만 함마르뷔 셰스타드에서는 폐기물이 지하 관로를 통해 즉시 이동하기 때문에 대형 쓰레기통이나 수거 차량 진입 공간이 불필요하다. 그 결과 거리 환경이 정돈되면서 보행 공간과 녹지, 주거 환경의 쾌적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시스템 도입 후 현장 폐기물 수거 차량 운행은 약 60% 감소했으며 소음과 교통 혼잡, 배출가스 저감이라는 실질적인 환경 개선 효과로 이어졌다. 


스톡홀름의 신도시 개발지인 바르카르붸스타덴(Barkarbystaden)에 적용된 엔백의 공압식 폐기물 수거 시스템. 함마르뷔 셰스타드 이후 이러한 공압식 수거 방식이 신도시 개발에 지속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사진 출처: envacgroup.com



공간 경험으로 전환된 도시 물 관리 시스템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 지하 배수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도시 물 관리는 저장·침투·지연을 중심으로 한 분산형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빗물 처리 기능은 공원과 광장 등 공공공간으로 확장되고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물의 흐름과 작동 방식을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물의 순환을 드러내는 도심 속 공원

미국 포틀랜드(Portland)의 ‘태너 스프링스 파크(Tanner Springs Park)’는 도시 빗물 관리 기능을 공공공간으로 풀어낸 사례다. 2005년 조성된 이 공원은 과거 습지 지역이었으나 산업화 과정에서 철도창과 물류 시설로 매립되었던 곳을 재생했다. 독일 건축 스튜디오 아틀리에 드라이자이틀(Atelier Dreiseitl)과 다수의 설계·엔지니어링 팀이 참여해 조성했으며, 역사적 맥락을 반영해 습지 환경을 일부 복원하고 공원 내에 자연 기반 물 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공원에는 빗물을 외부로 배출하지 않고 현장에서 처리하는 관리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 시스템은 기존처럼 지하 설비에 의존하기보다, 도시 빗물 처리 과정을 지상 환경에서 일부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유입된 빗물은 토착 수종을 심은 식생 기반 습지를 거치며 자연적으로 여과된다. 이렇게 순환된 물은 수변 환경을 유지하는 데 활용되고, 일부는 저장되어 공원 내 식생을 위한 용수로 쓰인다. 또한 수로, 습지, 연못 등 공간 요소를 통해 빗물의 이동 경로를 형성하며, 이용자는 보행 동선을 따라 물이 모이고 흐르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관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물 관리 시스템의 일부 기능을 공간 요소와 결합해 도시의 물 순환 구조를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다.

 

도심 내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태너 스프링스 파크. 공원에 내리는 모든 빗물은 현장에서 정화하고 재활용되며, 지하에 설치된 자외선 살균 시스템을 통해 깨끗하게 처리된 물은 다시 샘처럼 솟아나와 수로를 지나 연못으로 흘러간다. 사진 출처: dreiseitlconsulting.com


습지 위를 가로지르는 보행 데크는 시민들이 수생 환경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며, 과거 철도 인프라를 재활용한 구조물은 장소의 역사적 맥락을 이어준다. 사진 출처: urbangreenbluegrids.com


태너 스프링스 파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경사지도록 설계되었으며, 옛 습지 서식지의 모습을 일부 재현하고 동식물이 풍부하게 서식하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자료 출처: ©Dreiseitl, landezine.com



빗물 관리 시스템을 공간 디자인으로 풀어낸 광장

덴마크 코펜하겐의 토싱에 플라스(Tåsinge Plads)는 ‘클라우드버스트 관리 계획 전략(Cloudburst Management Plan)’의 일환으로 조성된 기후 적응형 광장이다. 이 계획은 도시 전역의 빗물 관리 체계를 재편하고 이를 도시 디자인에 통합하는 데 목적이 있다. 2014년 완공된 이 광장은 기존의 지하 배수 방식에서 벗어나, 빗물을 지상에서 수집·저장·침투시키는 구조로 설계됐다. 과거 아스팔트 주차장이던 공간은 완만한 경사와 식생 기반 녹지로 바뀌었고, 강우 시 빗물이 자연스럽게 유입되어 토양으로 스며들거나 지하 저장 시설로 이어지도록 구성됐다. 이러한 빗물 흐름은 뒤집힌 우산 형태의 조형물을 통해 시각화된다. 조형물은 빗물을 모아 하부 식재 공간으로 전달하며, 비 오는 날 시민들이 물의 흐름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수동형 펌프를 통해 저장된 물을 주변 식물로 보내는 과정을 놀이 요소로 풀어냈다. 광장을 가로지르는 동선 속에서 물의 이동과 축적을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공간은, 평상시에는 휴식과 커뮤니티 활동이 이루어지고, 강우 시에는 빗물 관리 기능을 수행하는 이중적 역할을 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기후 적응 광장 ‘토싱에 플라스’는 평소에는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며, 강우 시에는 7000m2의 빗물을 관리하는 시설 역할을 한다. 사진 출처: ©LYTT Architecture, landezine.com


자연 순환과 도시 시스템을 공간 디자인으로 연결시킨 토싱에 플라스는 지속 가능한 물 관리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빗물 관리 조형물을 설치하고, 다양한 식물의 성장 과정을 관찰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자료 출처: ©LYTT Architecture, landezine.com


토싱에 플라스는 집중 호우 시 광장과 인근 건물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모이도록 저지대로 설계됐으며, 뒤집어진 우산 모양의 조형물을 통해 빗물을 모은다. 자료 출처: ©LYTT Architecture, landezine.com



데이터를 가시화하는 도시 인터페이스

기후위기의 긴박함이나 에너지 생산량과 같은 비가시적 정보를 인식시켜주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멀게만 느껴지던 거대 담론이나 복잡한 환경 데이터를 도시의 일상적인 인터페이스로 시각화하면서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실천적 행동을 장려한다.


기후위기의 긴박성을 알리는 공공디자인 프로젝트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니언스퀘어(Union Square)의 남측 건물 외벽에 설치된 ’기후시계(Climate Clock)’는 기후위기의 긴박성을 실시간 데이터로 시각화한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다. 2020년 공개된 이 설치물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남아 있는 시간을 초 단위로 표시한다. 이는 추상적인 기후위기 담론을 도시 일상 속에서 체감 가능한 정보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환경운동가이자 예술가인 간 골란(Gan Golan)과 앤드류 보이드(Andrew Boyd)가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기후 과학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개발되었다. 시계에 표시되는 카운트다운은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의 탄소 예산 개념을 바탕으로 전 지구적 탄소 배출 한계를 시간 단위로 환산한 결과다. 이와 함께 전 세계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나타내는 ‘라이프라인(Lifeline)’ 지표를 병행해 제시하며 기후 대응의 진행 상황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시간의 감소를 시각화하는 이 방식은 기후 대응의 긴박함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며, 시민의 인식과 행동 변화를 환기하는 공공 커뮤니케이션 장치로 기능한다. 


뉴욕 유니언스퀘어 건물 외벽에 설치된 ‘기후시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남아 있는 시간을 실시간으로 표시하며 기후위기의 긴박성을 도시 한복판에 드러낸다. 사진 출처: ©Jeenah Moon, nytimes.com


뉴욕 유니언스퀘어 앞에서 ‘기후시계’를 들고 있는 미국 환경운동가 앤드류 보이드. 사진 출처: climateclock.world


재생에너지를 보여주는 인터랙티브 플로어 시스템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기반을 둔 ‘에너지 플로어(Energy Floors)’는 보행이나 춤 같은 신체 활동에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나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인터랙티브 플로어 시스템을 개발한다. 2007년 설립된 이 기업은 재생에너지의 기술적 공급을 넘어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가시화하고 체감시켜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둔다. 에너지 플로어의 대표 제품인 키네틱 댄스플로어(Kinetic Dancefloor)의 핵심은 타일 내부에 내장된 발전 모듈을 통해 신체의 압력과 진동을 전기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사용자의 움직임으로 생성된 전력은 현장의 조명이나 디스플레이 등과 연동되어 즉각 시각적 피드백으로 나타나며, 이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의 행동이 에너지 생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직관적으로 인지하게 된다. 최근 에너지 플로어의 기술은 보행 데이터 수집과 에너지 생산량 시각화를 통해 사용자 참여를 유도하는 인터랙티브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다. 공공공간, 이벤트, 전시, 교육시설 등 다양한 환경에서 적용되고 있으며 에너지 생산 과정을 일상의 감각으로 체험하게 함으로써 개인의 행위가 에너지·환경 문제와 직결되어 있음을 전달하는 교육적 역할을 수행한다.


보행 가능한 태양광 바닥 모듈로 개발된 에너지 플로어의 ‘솔라 워크웨이(Solar Walkway)’. LED와 센서가 결합된 구조로, 재생에너지 생산 과정을 도시 공간에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사진 출처: energy-floors.com

 

야외나 실내 등 다양한 이벤트 환경에 설치할 수 있는 에너지 플로어 시스템. 조명 점등이나 에너지 사용량 통계를 시각적 장치로 표시해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사진 출처: energy-floors.com

 

운동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는 에너지 플로어의 키네틱 댄스플로어는 모듈로 구성되어 공간 규모에 맞게 설치가 가능하다. 사진 및 자료 출처: energy-floors.com


도심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커뮤니케이션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의 초대형 LED 스크린에 구현한 ‘에너지 유토피아(Energy Utopia)’는 재생에너지 개념을 시각화한 참여형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다. 미디어아트 기업 커즈(CUZ)가 기획·제작하고 2023년 3월부터 5월까지 약 3개월간 운영된 이 프로젝트는 폭 90m, 높이 10m 규모의 L자형 스크린을 활용해 태양광·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의 생성과 흐름을 역동적인 시각 콘텐츠로 구현했다. 특히 캐릭터 기반 서사를 통해 에너지 순환 구조를 직관적으로 전달했으며, 모바일 웹과 연동된 실시간 참여형 구조를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시민들은 QR 코드로 접속한 모바일 웹에서 스마트폰을 직접 흔들거나 기울이며 에너지를 응축시키고, 자신만의 ‘에너지 정령’ 캐릭터를 만든다. 이렇게 생성한 캐릭터가 대형 화면에 실시간으로 등장하도록 설계해 관람자가 단순 수용자를 넘어 도시 스케일의 콘텐츠 생성에 직접 개입하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했다. 한국에너지공단과 협업한 이 프로젝트는 재생 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사례로 iF 디자인 어워드 2023 본상 등을 수상하며 공공미디어아트 분야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미디어아트 기업 커즈가 한국에너지공단과 협업해 선보인 ‘에너지 유토피아’. 재생에너지를 캐릭터화해 사람들에게 친근함을 전하며, 사용자의 실시간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미지 출처: cuz-art.com


커즈의 에너지 유토피아는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의 대형 LED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스캔해 웹페이지에 접속하고 캠페인에 참여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콘텐츠로 호응을 얻었다. 사진 출처: cuz-art.com



도시 환경을 읽는 시민 과학 플랫폼

공기질과 소음, 온도 같은 환경 정보는 센서와 오픈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민이 직접 측정하고 확인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도시 환경을 스스로 관찰하고 공유하는 과정은 단순한 정보 수용을 넘어 능동적인 참여와 이해를 촉진하는 학습 경험으로 작동한다.


커뮤니티가 함께 구축하는 환경 데이터 네트워크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팹랩 바르셀로나(Fab Lab Barcelona)가 개발한 ‘스마트 시티즌(Smart Citizen)’은 시민이 직접 환경 데이터를 측정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된 오픈소스 기반 센싱 네트워크다. 2012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공기질을 비롯한 다양한 도시 환경 정보를 시민과 지역 커뮤니티가 직접 수집·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개방적이고 참여적인 방식으로 데이터를 다루는 대안적 모델을 제시해왔다. 핵심 구성은 ‘스마트 시티즌 키트(Smart Citizen Kit)’라 불리는 소형 센서 장치와 온라인 데이터 플랫폼이다. 이 장치는 미세먼지, 온도, 습도, 소음, 조도 등 다양한 환경 요소를 측정하며 수집된 데이터는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 전송된다. 사용자는 웹 기반 인터페이스를 통해 이를 시각화하고 다른 지역의 측정값과 비교하면서 자신이 속한 환경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의 차별점은 기술 자체보다 참여와 학습 구조에 있다. 시민과 지역 공동체가 스스로 환경을 관찰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적 도구로 설계됐으며, 이러한 특성 덕분에 교육 현장과 시민 과학 프로젝트, 지역 기반 환경 실천 프로그램에서 폭넓게 활용된다. 공기질, 소음처럼 비가시적 도시 환경 정보를 직접 측정하고 해석과 학습의 과정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환경 문제에 대한 공공 인식과 참여 방식을 확장시키고 있다. 


팹랩 바르셀로나가 개발한 ‘스마트 시티즌 키트’는 공기질, 소음, 온도, 습도 등 도시 환경 정보를 직접 측정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사진 출처: fablabbcn.org


스마트 시티즌 프로젝트에 참가한 시민들은 지역 현안을 정기적으로 논의하고, 스마트 시티즌 키트에 탑재된 환경 모니터링 센서를 활용해 이를 측정·수집하며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사진 출처: seeedstudio.com


대기 환경 데이터를 포착하는 환경 교육 도구

미국 뉴욕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오픈 소스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에어 퀄리티 에그(Air Quality Egg)’는 시민 누구나 직접 공기질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공유하는 IoT 기반의 환경 센싱 플랫폼이다. 이 시스템은 소형 센서 장치인 ‘에그’와 데이터 분석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용자는 장치를 실내외에 설치해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등 주요 대기 오염 물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수집된 데이터는 와이파이를 통해 클라우드로 전송되며 전 세계 사용자의 측정값이 지도 위에 실시간으로 표시되어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공 데이터 인터페이스를 형성한다. 

에어 퀄리티 에그의 핵심은 시민 과학과 교육의 결합이다. 현재 이 플랫폼은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의 STEM 교육 과정에서 데이터 과학을 실습하는 도구로 널리 활용된다. 학생들은 직접 센서를 운영하며 가설을 설정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시각화하는 과정을 통해 보이지 않는 환경 문제를 공학적인 관점에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정밀 계측 장비의 대안이라기보다 저비용 센서를 활용해 누구나 환경 데이터 생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데이터의 사회적 공유를 통해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개인의 관찰이 도시 단위의 집합적 정보로 전환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공동체 중심의 환경 대응 체계를 학습하도록 돕는다. 


실내외 공기질을 측정할 수 있는 ‘에어 퀄리티 에그’ 센서 시스템. 이산화탄소, 온도, 습도 등 환경 정보를 수집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사진 출처: airqualityegg.com


‘에어 퀄리티 에그’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공기질을 측정하고 연구하면서 비판적 사고, 데이터 분석 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 사진 출처: airqualityegg.com


글: 공공디자인 소식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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