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작성일:
- 2025-09-30
- 작성자:
- 박은영
- 조회수:
- 472
[기획] 공존: 내일을 위한 공공디자인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59호(202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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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공공디자인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5》 어린이 워크숍: 우리가 만드는 공공디자인
아이들의 관찰력과 상상력은 언제나 어른들을 놀라게 한다. 순수하고 자유로운 발상으로 도시와 생활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고 질문을 던지는 태도는 공공디자인이 지향해야 할 중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올해 10월 열리는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5》는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공공디자인’을 주제로, 세대 간 조화와 공존을 통해 내일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사전 행사로 열린 ‘어린이 워크숍: 우리가 만드는 공공디자인’이 연희동 달걀책방에서 진행됐다. 이번 워크숍은 사회 변화에 민감한 세대인 어린이들에게 공공디자인의 개념을 전하고, 일상 속 공공장소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총 3회차에 걸쳐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은 드로잉 아티스트 마키토이 작가와 함께 콜라주 작업을 완성했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손길로 완성된 작품은 페스티벌 행사 기간 중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성수동 코사이어티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어린이 워크숍을 기획한 달걀책방 명유미 대표에게 공공디자인을 주제로 아이들과 소통하며 느낀 점, 그리고 이를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일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물었다.
이번 《공공디자인 페스티벌》과 연계해 ‘어린이가 그리는 내일의 공공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하게 된 계기와 기획 의도를 설명해 주세요.
달걀책방은 2022년에 처음으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당시 행사 기간에는 문화역서울284 RTO를 어린이와 가족 방문객이 편히 머물고 관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을 맡았는데, 그때 타이틀은 ‘우리 함께 걸어요’였습니다. 2023년 《공공디자인 페스티벌》에서는 연희동 거점 지역을 맡아 ‘모두가 환영받는 우리 동네’라는 타이틀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이때는 어린이나 반려동물의 방문을 환영하는 동네 작은 가게들을 응원하고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늘 어린이와 세상과의 공존을 염두에 두고 프로그램을 고민해왔는데, 특히 올해 페스티벌이 사회 변화에 민감한 세대인 어린이를 중심으로 진행한다는 부분이 저희와 결이 잘 맞아 올해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단순히 결과물을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린이들이 ‘공공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었습니다.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5》의 사전 행사로 어린이 워크숍이 진행된 연희동 달걀책방. 사진 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이번 워크숍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유는 무엇이며,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요?
일부러 대상을 초등학생으로 한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공공디자인의 개념을 이해하고 90분간의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최소 연령을 ‘초등학생부터’로 정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은 두 가지였습니다. 어린이들이 공공디자인을 잘 이해하고 스스로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것과 그 메시지를 시각 이미지로 바꿔 멋진 콜라주 작업으로 완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부분은 제가 어린이들에게 공공디자인의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하는 과제였고, 두 번째 부분은 어린이들이 제안한 여러 의견 중 시각화하기 적합한 스케치를 선정해 콜라주로 발전시키는 일이었는데, 이 과정은 마키토이 작가님이 맡았습니다. 마키토이 작가님은 종이 콜라주와 감성적인 드로잉으로 일상을 기록해온 일러스트레이터로, 올해 초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양천에서 어린이와 가족, 성인 등을 대상으로 ‘종이로 그리는 달력 그림’ 수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이번 워크숍도 안정적으로 잘 이끌어 주었습니다.

일상에서 경험한 사건을 떠올리며 문장으로 다듬어 나가는 아이들. 사진 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어린이들에게 공공디자인의 개념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달걀책방이 그간 쌓아온 어린이 워크숍 운영 경험을 이번 프로그램에 어떻게 반영했고, ‘공공디자인’이란 키워드와 어떻게 연결했나요?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프로그램이라 흥미로웠던 만큼 고민도 많았습니다.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단계부터 목표와 방향을 확실히 세워야 했습니다. 공공디자인 수업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개념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공공성’ 자체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고, 일상에서는 이 두 가지가 뒤섞여 있어 분리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의 일상 경험에서 출발해 공공디자인의 개념으로 확장시키며 이해를 돕고자 했습니다. 예를 들어 공원, 학교, 대중교통, 대형마트처럼 아이들이 늘 오가는 대중적 공간의 경험을 떠올리도록 유도했습니다. 또 콜라주라는 작업 방식이 사람의 행동이나 움직임을 표현하기보다 큰 공간이나 사물을 표현하는 데 용이하다는 점을 활용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이야기와 사물,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하기 위해 장소를 대중교통과 마트로 한정하고, 아이들이 의견을 제시하며 작업할 수 있도록 미션을 주었습니다.
워크숍을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세 번의 워크숍에서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나요?
아이들에게 다양한 예시를 들어 공공디자인을 소개하고 콜라주 작업까지 한 번에 수행하기에는 무리여서 세 차례에 걸쳐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우선 워크숍에 참가한 열여섯 명의 아이들에게 첫 모임 전까지 평소 어린이로서 대중교통 또는 마트를 이용하면서 불편했던 점에 대해 생각해보는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워크숍 첫날에는 ‘공공’과 ‘디자인’을 분리해 설명하고 마트와 버스라는 일상적인 공간을 예로 들며 ‘공공디자인’의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아이들은 ‘버스 의자가 너무 크고 미끄러워서 떨어질 것 같아요’, ‘노약자 표시 그림에 어린이가 없어서 앉기에 눈치가 보여요’, ‘마트 안내 문구가 너무 높은 곳에 써 있어요’, ‘카트를 밀어보고 싶은데 너무 높아서 앞이 안 보여요’ 등과 같은 다양한 의견을 주었습니다. 그중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하고, 해당 내용을 여러 번의 스케치를 통해 콜라주에 적합하도록 단순화시켰습니다

어린이 워크숍 ‘우리가 만드는 공공디자인’에 참여한 아이들과 워크숍 진행을 맡은 달걀책방 명유미 대표, 마키토이 작가. 사진 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아이들이 직접 쓴 메시지를 바탕으로 스케치를 그렸다. 이 스케치를 더 단순화해서 콜라주 작업으로 이어나갔다. 사진 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색색의 종이를 오리고 붙여서 콜라주를 하는 아이들. 평소 버스와 마트를 이용하며 불편함을 느꼈던 상황을 글로 써보고 이를 시각화 작업으로 옮겼다. 사진 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이번 어린이 워크숍을 통해 완성된 콜라주 작품은 2026년 캘린더로 제작되어, 오는 10월 성수 코사이어티에서 열리는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전시장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 일련의 경험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이었을까요?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여러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더 설득력 있게 전달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보통 어린이들의 창작물은 친구나 부모님 등 자신이 속한 집단 안에서만 공유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자리에서 전시되는 것이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어린이들에게는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 여겼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공공디자인을 소개하면서, 세상이 어린이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으며 어린이를 환영한다는 시선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도시 환경이 대부분 어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가 ‘내가 부족하고 덜 자라서’라고 자기에게 화살을 돌리는 모습을 보며 안쓰러웠습니다. 정말로 어린이가 어른과 같은 동등한 사회 구성원이라면 아이들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요. 어린이가 느끼는 불편함, 어린이들이 원하는 바에 대해 귀기울이고 바꾸어 나가려는 어른들의 태도가 아이들로 하여금 세상이 자신을 받아들여주고, 또 응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느꼈던 상황과 감정을 콜라주로 완성한 이로운 어린이의 작품 ‘스프링처럼 띠용!’. 버스에서 내릴 때가 되어 벨을 누르다 좌석에서 튕겨져 나가 앞 좌석에 부딪혔던 기억을 되살리며 작업했다. 사진 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이시현 어린이의 ‘어린이를 배려해주세요.’ 편의점에서 어른들만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수 있어 아쉬웠던 경험을 떠올리며 콜라주 작업으로 완성했다. 사진 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마트 진열대에 높이 쌓여 있는 물건이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을 느꼈다는 이은성 어린이의 ‘물건이 떨어질까봐 두려워요!’: 유리병이 떨어져서 깨지는 상상을 표현했다. 사진 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박채아 어린이의 작품 ‘계단이 너무 높아’. 학원에 가려고 버스를 탔고, 정류장에 도착해서 하차하던 중 버스 계단의 폭이 좁아 내려가기 무서웠던 기억을 콜라주 작업으로 담아냈다. 사진 제공: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어린이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중하고,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린이 세대에게 공공디자인을 이해시키는 것은 왜 중요하며, 또 이것이 미래 사회에 어떤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보나요?
어린이들이 먼저 이해와 배려를 받는다면 타인을 더 잘 수용하고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세상에 나와 다른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 궁금해하고, 알아보려는 태도도 중요할 것입니다. 저는 어린이가 단순히 성인이 되기 위한 과정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봅니다. ‘성인’이 어린이가 도달해야 할 완성형 인간이라는 생각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현재의 모습 그대로 충분히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받아야 하며, 그렇게 존중받을 때 아이들이 세상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동시에 타인의 말을 경청할 줄 아는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공존의 태도’를 갖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공공디자인 페스티벌》에 참여해 어린이 워크숍을 진행하시며 새롭게 느끼신 바가 있는지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또한 관람객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번 《공공디자인 페스티벌》을 즐겨 주길 바라는지도 궁금합니다.
이번 워크숍이 생각보다 빠르게 마감되어 놀랐습니다. 공공디자인이라는 주제가 어린이들에게 다소 어렵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열띤 반응이었고 마감 후에도 대기자 모집 문의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이 긴 시간 동안 워크숍에 참여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예상보다 훨씬 더 진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은 사회가 자신들의 의견을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또 수용하려 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아이디어로 완성한 작품이 많은 이들 앞에 선보여진다는 사실 또한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공디자인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도 소중했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어린이와 사회가 서로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뜻깊었습니다. 관람객들이 전시장에서 완성작을 마주한다면, 어린이들이 정말 성심껏 활동에 임했다는 점을 공감해 주시리라 기대합니다.
인터뷰이: 명유미 달걀책방 대표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그림책과 아동청소년 문학 작품을 모아 소개하는 서점 달걀책방을 운영한다. 책방 안의 작은 갤러리에서는 그림책과 일러스트레이션 전시를 열며, 전시 또는 책 주제와 연관된 다양한 워크숍을 기획하고 진행한다.
글: 공공디자인 소식지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