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작성일:
- 2025-09-02
- 작성자:
- 박은영
- 조회수:
- 1984
[기획] 전통시장이 디자인을 만나면 생기는 일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58호(202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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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한 특색으로 도시의 상징이 된 전통시장
식료품부터 생활용품까지 일상에 필요한 다양한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의 장터였던 전통시장은 더이상 과거의 방식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확산으로 입지가 약화되었지만 역사성과 공동체적 가치를 지닌 공간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동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골목길,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접적 만남, 생산에서 유통·소비로 이어지는 흐름을 고스란히 체감하는 현장 경험은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차별점이다. 이러한 특성이 강조되면서 전통시장은 지역 문화를 반영한 플랫폼, 여러 사람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허브, 도시민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공 무대로 변모하는 중이다. 전통시장은 도시 재생, 건축 리노베이션, 문화 프로그램 유입 등 여러 실험을 통해 오늘날 도시가 필요로 하는 복합성과 유연성을 수용하고 지자체와 기업, 건축가, 예술가, 젊은 기획자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합심해 한층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지역 주민의 일상을 지탱하고 여행객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며 도시와 마을을 대표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한 국내외 전통시장 사례를 들여다봤다. 지역 커뮤니티의 문화 활동으로 도시에 활력을 주는 시장부터 일부 공간을 젊은 예술가의 인큐베이팅으로 활용한 시장, 기존 전통시장에 현대적 콘텐츠를 더한 시장, 새로운 건축 공간으로 재구성된 시장까지 다양한 곳을 소개한다.
● 지역 커뮤니티를 끌어안은 문화 플랫폼이 된 전통시장
도시가 변화해온 사연을 품은 전통시장은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이 모여 함께 문화 활동을 하는 거점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주기적으로 축제와 이벤트가 열리며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다문화 커뮤니티의 중심이 된 영국 런던 브릭스턴 마켓
런던 남부 브릭스턴의 대표 시장인 브릭스턴 마켓(Brixton Market)은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파는 장소를 넘어 런던의 다문화 정체성을 드러내는 인프라로 작동한다. 19세기 후반 철도 확장이 계기가 되어 상업 중심지로 자리잡은 브릭스턴은 1950년대 이후 카리브해, 아프리카계를 중심으로 한 이민자들이 대거 정착하며 다양한 음식 문화와 예술 활동이 뿌리내린 로컬 문화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현재 브릭스턴 마켓은 마켓 로(Market Row)와 브릭스턴 빌리지(Brixton Village) 등 아케이드 형태의 실내 시장과 거리형 노점이 혼합된 구조로 100개 이상의 점포에서 50여 개국의 음식, 식재료, 의류, 공예품이 거래된다. 이곳은 지역 상인과 주민이 주도하는 문화 행사와 예술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열리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브릭스턴 빌리지 내에서는 독립 서점, 레코드숍, 디자인 스튜디오, 카페, 레스토랑이 협업해 음악 공연, 마켓 파티, 아트 워크숍 등을 기획하고 시장 전역에서 전시와 퍼포먼스가 수시로 펼쳐진다. 주요 프로그램은 대부분 지역 단체와 예술가, 상인 네트워크가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며 이를 통해 다문화 커뮤니티의 목소리와 예술 감각을 공유하는 공공 무대로 확장된다. 도시의 일상과 공공예술, 상생 경제가 맞물리는 브릭스턴 마켓은 지역 정체성과 공동체적 에너지를 드러내는 상징적 장소가 되었다.

1930년대 아르데코 양식으로 지어진 브릭스턴 빌리지 건물은 2010년 영국 문화재청에 의해 지역적·사회적 가치가 인정된 그레이드 II(Grade II) 등급의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현재 이곳은 시장 입구에서 펼쳐지는 축제와 세계 각국의 상점, 음식점을 통해 런던의 다채로운 식문화를 보여준다. 사진 출처: brixtonvillage.com

브릭스턴 빌리지 아케이드의 내부 풍경. 낮에는 신선한 식재료와 다국적 상품을 판매하는 시장으로, 밤에는 다국적 음식점과 카페가 활기를 더하며 다문화 커뮤니티의 일상을 담아낸다. 사진 출처: brixtonvillage.com

1937년 개장한 그랑빌 아케이드(현 브릭스턴 빌리지)의 내부 모습. 당시에는 브릭스턴 주요 도로를 잇는 상업 거점으로 사용되었다. 사진 출처: brixtonvillage.com
과거 교통 허브였던 샌프란시스코 페리 빌딩 마켓플레이스의 변신
샌프란시스코 수변에 위치한 페리 빌딩(Ferry Building)은 1898년 개장 당시 하루 수만 명이 이용하는 여객 터미널로 도시의 관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교량과 고속도로 건설 이후 이용객이 급감하며 한동안 저활용 상태로 남았다. 1989년 롬마 프리에타 지진으로 철거된 고가도로의 영향으로 수변 경관이 회복되었고 역사적 건축물의 보존과 활용 방안이 논의되었다. 2003년 복원 공사를 통해 재현된 건물은 원형을 유지하면서 내부는 상업 및 공공 기능으로 재구성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맡은 BCV 아키텍처는 약 6038㎡ 규모의 공간을 식품 시장으로 전환시켰다. 중앙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상점과 레스토랑을 양쪽에 배치하고 양 끝에는 이벤트 공간을 조성했다. 현재 페리 빌딩의 중심은 ‘페리 플라자 파머스 마켓(Ferry Plaza Farmers Market)’ 이다. 1993년 비영리단체 푸드와이즈(Foodwise, 구 CUESA)가 시작한 이 시장은 매주 화, 목, 토요일에 열리며 100곳 이상의 농부와 장인 생산자가 참여하는 직거래 장터로 발전했다. 특히 푸드와이즈는 아케이드에 공공 주방과 교육 공간을 설치해 요리 시연, 농업 교육 프로그램 등 커뮤니티 기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한때 쇠퇴한 교통 거점이었던 페리 빌딩은 오늘날 역사적 건축물을 보존하며 지역 농업, 식문화, 소상공인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복합적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샌프란시스코 수변을 대표하는 페리 빌딩. 역사적 교통 거점이었던 이곳은 현재 지역 농산물과 식문화를 연결하는 커뮤니티 기반의 마켓플레이스로 재탄생했다.
사진 출처: ferrybuildingmarketplace.com

페리 빌딩 내부의 중앙 아트리움. 복원 후 양쪽으로 상점과 레스토랑이 들어서고 위층에는 회랑형 통로가 이어져 시장과 이벤트 장소로 활용된다. 사진 출처: bcvarch.com

페리 빌딩 내부에 들어선 다양한 가게와 레스토랑. 건물 외부에서는 장인 생산자, 소상공인, 지역 농부들이 참여하는 직거래 장터가 열린다. 사진 출처: bcvarch.com
● 예술가의 둥지가 된 전통시장
오래된 장터의 구조와 분위기는 그대로 간직하면서 사용이 줄어든 빈 공간을 젊은 창작자에게 열어주며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다. 시장의 일부 공간이 예술가, 공예가의 작업장과 갤러리로 활용되며 시민과 자연스럽게 만나는 접점을 만들어준다.
일상과 예술이 뒤섞이는 미국 미니애폴리스 미드타운 글로벌 마켓
물건을 사고파는 전통 시장에서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변모한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미드타운 글로벌 마켓(Midtown Global Market)은 일상적 소비와 예술 창작이 만나는 하이브리드형 공공 플랫폼이다. 1928년에 지어졌던 시어스(Sears) 백화점 건물을 활용해 2006년 개장된 곳으로 다문화 음식점과 소규모 상점, 식료품 시장이 공존한다. 여기서 특히 눈에 띄는 공간이 ‘아티스트 스페이스’다. 시장 내부에 마련된 약 25㎡ 규모의 전용 공간이 무료로 제공되며 ‘52주 문화(52 Weeks of Culture)’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예술 활동이 전개된다. 2개월 단위로 지역 활동 작가를 선정해 전시와 워크숍, 라이브 퍼포먼스 등을 펼친다.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시장이라는 일상적 장소에서 예술가의 작업을 자연스럽게 경험해볼 수 있게 한다. 또한 매주 열리는 라이브 음악과 무용, 요리 시연,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 전통시장의 상업적 기능을 유지하면서 공공 예술과 문화 이벤트를 수용하는 미드타운 글로벌 마켓은 지역 예술 생태계와 생활 문화를 지탱하는 장소가 되었다.

미니애폴리스 미드타운 글로벌 마켓 내부 전경. 다문화 음식점과 소매점, 식료품 가게가 모여 있으며 세계 각국의 상품과 식재료가 거래되는 활기찬 시장
풍경을 보여준다. 사진 출처: midtownglobalmarket.org

미드타운 글로벌 마켓의 아티스트 스페이스에서는 지역 예술가들이 직접 작업하고 전시하며 시민과 소통한다. 시장 한편에서 벽화, 회화, 설치 작품을 만나고 작가와 대화하거나 워크숍에 참여하며 일상 가까이에서 예술을 접한다. 사진 출처: midtownglobalmarket.org
창작자의 열정이 자라나는 서울중앙시장 내 신당창작아케이드
서울 중구 황학동에 있는 서울중앙시장은 남대문, 동대문시장과 함께 서울 3대 시장으로 손꼽혔다. 특히 1960년대에는 서울 양곡 소비의 상당 부분을 거래한 대표 시장이었다. 1971년 중앙시장 지하에 조성된 신당지하쇼핑센터는 한동안 공실로 방치되었다가 2009년 서울시의 도심 유휴공간 재생 전략에 따라 ‘신당창작아케이드’로 탈바꿈했다. 서울문화재단이 조성 및 운영하는 이곳은 공예·디자인 특성화 창작 레지던시로 약 1389㎡ 규모에 35개 공방, 공동작업장, 사진실, 아트마켓, 커뮤니티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금속, 도자, 섬유, 목공, 가죽, 유리,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입주해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작업실 일부는 오픈 스튜디오 형태로 운영돼 시민들이 유리창 너머로 작업 현장을 엿볼 수 있다.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전시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창작 기반을 넓혀간다. 프로젝트 전시 시리즈 ‘공예연결’은 입주 작가들이 팀을 이루어 기획하는 협력 전시로 5월부터 12월까지 22명의 작가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전시를 진행한다. 이와 같이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전통시장 상권과 예술 창작 생태계가 공존하는 독특한 모델을 구축하며 시장이라는 생활 공간이 어떻게 창작의 무대로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황학동에 있는 서울중앙시장 내부 모습. 전통시장 특유의 아케이드 구조 아래로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점포들이 길게 이어져있다.
사진 출처: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

서울중앙시장 지하에 위치한 신당창작아케이드 내 창작공방. 입주 작가들의 레지던시 전용 공간이며 유리창 너머로 작업 현장을 들여다볼 수 있다.
사진 출처: 서울문화재단

신당창작아케이드에 자리한 SASS 갤러리에서는 입주 작가들이 기획한 전시와 프로젝트가 펼쳐지는 장소로 활용된다. 사진 출처: 서울문화재단

입주 작가들의 공예 및 디자인 상품을 직접 살펴보고 구입할 수 있는 아트마켓과 전기 가마, 물레 등 여러 장비가 구비된 공동작업장이 잘 마련되어 있다.
사진 출처: 서울문화재단
● 옛 것과 현대적 프로그램을 모두 잡은 전통시장
기존 재래시장의 풍경은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더해 젊은 세대들의 취향까지 사로잡았다. 오래된 장소성과 건물의 원형 위에 새로운 문화가 겹겹이 쌓이며 신구세대를 아우르는 지역 명소로 거듭난 시장을 소개한다.
젊은 감각을 더해 이색적 경험을 만든 서울 경동시장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경동시장은 전통적으로 한약재와 인삼이 특화되어 주로 중장년층이 즐겨 찾는 장소였다. 1960년대 세워졌다가 1994년 폐관된 옛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해 2022년에 개장한 스타벅스 커뮤니티 스토어 ‘경동1960’이 들어서며 변화의 흐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극장 특유의 무대 구조와 이중 문 입구 등 원형을 살린 공간은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레트로 감각에 매료된 젊은 세대의 발길을 사로잡으며 상권 재생의 촉매가 되었다. 무엇보다 매출 일부를 ‘동반성장위원회(KCCP)’에 기부해 시장 현대화와 인프라 개선에 기여하도록 한 커뮤니티 스토어 모델은 브랜드와 지역이 상생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2024년에는 LG전자가 경동시장 내 ‘금성전파사’라는 체험형 문화 공간을 조성했다. 최근에는 이화여대 예술 전공 학부생과 협업한 금성전파사 캠퍼스아트센터로 리뉴얼하며 공감지능 AI를 주제로 최신 디지털 기술을 체험하는 색다른 공간으로 꾸몄다. 또한 경동시장 내에 청년몰, 루프톱 푸드트럭 야시장, 키즈카페 등 새로운 콘텐츠가 더해지며 시장 전체가 복합 문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브랜드와 기업의 참여가 단순한 입점에 그치지 않고 매출 기부, 체험형 프로그램 등으로 이어지며 전통시장과 공존하는 시너지를 만들고 있다. 그 결과 MZ 세대와 가족 단위 방문객 등 다양한 연령층이 꾸준히 유입되며 과거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소비 경험을 제공하는 상생형 도시 문화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골목마다 약재와 생활물품을 파는 상점이 즐비해 전통 장터의 정취를 풍기는 경동시장. 국내 최대 규모의 약재 시장으로서 오늘날에도 지역 상권의 중심지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출처: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

폐극장을 리모델링한 스타벅스 커뮤니티 스토어 ‘경동1960’ 실내 모습. 극장의 무대 구조와 층고를 살린 개방적 공간은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지역 재생을 상징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사진 출처: 스타벅스코리아

LG전자가 경동시장 내 조성한 금성전파사 캠퍼스아트센터. 공감지능 AI를 주제로 한 체험형 전시 공간으로 누구나 디지털 기술을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진 출처: 금성전파사 캠퍼스아트센터

전통시장 한가운데 자리한 경동시장청년몰에는 푸드코트, 카페, 추억의 게임을 할 수 있는 경동문방구 등 다채로운 공간을 갖추고 있다. 매주 금, 토, 일요일에 오픈하는 루프톱 야시장에서는 푸드트럭, 놀이장터, 버스킹 공연이 펼쳐져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진 출처: 경동시장청년몰
역사적 가치와 현대적 감성이 어우러진 싱가포르의 라우 파 삿
싱가포르 중심가에 자리한 라우 파 삿(Lau Pa Sat)은 전통시장에서 출발해 오늘날에는 문화유산과 현대적 식문화를 아우르는 도시형 공공 플랫폼으로 변모했다. 그 기원은 1824년 텔록 에이어 만 해안에 처음 조성된 어시장인 ‘텔록 에이어 마켓(Telok Ayer Market)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894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며 빅토리아 양식의 주철 구조 건물로 재건되었다. 이 건물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제작 후 싱가포르로 운송해 조립한 것으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빅토리아 철골 건축물로 꼽히며 국가기념물로도 지정되었다. 1970년대 들어 라우 파 삿은 농수산물을 거래하던 전통시장에서 푸드코트로 기능이 전환되면서 오피스 근로자와 관광객을 위한 거리 음식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았고, 1989년부터 현재의 이름인 라우 파 삿으로 불리게 되었다. 1996년에는 건물 외부 거리를 ‘사테이 스트리트(Satay Street)’로 개방해 밤마다 수십 개의 노점이 들어서며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야간 거리 음식 문화 공간으로 발전했다. 2014년에는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거쳐 냉방 및 환기 시설을 개선하고 휴게 공간과 좌석을 확충해 현대식 푸드홀로 새롭게 단장했다. 2020년에는 건물 내부에 로컬 F&B 브랜드와 리테일 숍을 큐레이션한 ‘푸드 폴크스(Food Folks)’를 조성해 팝업 행사와 라이브 이벤트까지 가능한 다층적 푸드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되었다.

빅토리아 시대 철골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라우 파 삿은 밤이 되면 ‘사테이 스트리트’로 변신해 현지인과 관광객이 모여드는 활기찬 야외 푸드 마켓이 된다.
사진 출처: laupasat.sg

빅토리아 시대의 정교한 녹색 기둥과 아치형 천장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라우 파 삿은 현대식 푸드홀로 리노베이션 되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사진 출처: ©Sim Heng Ee / laupasat.sg

라우 파 삿의 옛 모습. 도시 개발로 주변 풍경은 많이 변했지만 팔각형 철골 구조는 싱가포르의 역사적 랜드마크로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 출처: laupasat.sg
● 새로운 건축으로 재해석한 전통시장
전면적인 신축과 리디자인을 통해 전통시장의 기능과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단순한 상거래 공간을 넘어 문화와 여가, 미식과 커뮤니티가 교차하는 복합 장소로 진화하며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새로운 시장의 면모를 보여준다.
도매 시장의 기능과 감성 경험을 융합한 일본 도쿄의 도요스 시장
도쿄의 바다 매립지인 도요스에 위치한 도요스 시장(Toyosu Market)은 전통 어시장의 기능을 계승하면서도 위생성과 기술력, 소비자 경험을 더한 도시형 수산물 유통 플랫폼이다. 1935년 개장해 오랜 역사를 지닌 츠키지 어시장을 이전하며 2018년 새롭게 조성된 도요스 시장은 물류센터 형태 시설에 폐쇄형 위생 설비, 저온 유통을 위한 냉장 시스템, 전자 시스템을 일부 도입한 경매 절차 등을 갖춰 놓았다. 기존에는 상인과 바이어만 참여하던 참치 경매를 일반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개방해 2층 전망 통로에서 생생한 유통 현장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점이 이색적이다. 2024년에는 시장 외곽에 복합문화시설 ‘센캬쿠반라이(Senkyaku Banrai)’를 새롭게 열며 관광과 체험을 결합하는 장소로 확장시켰다. 전통적인 에도 시대 상점가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곳은 약 65여 개의 음식점과 상점, 족욕 공간, 옥상 정원, 전망 데크, 온천 스파 ‘만요 클럽’ 등으로 구성되었다. 센캬쿠반라이는 도요스 시장에서 유통되는 신선한 수산물을 즐길 수 있는 식문화 체험 공간이자 가족 단위 방문객과 여행객이 여유롭게 머물 수 있는 복합 여가 시설로 경제적 효율성과 위생 안정성은 물론 감성 충족, 관광 요소까지 아우르는 미래형 시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도쿄 바다 매립지에 조성된 도요스 시장 전경과 어시장 내부에서 이뤄지는 참치 경매 현장. 사진 출처: www.japan.travel

외관부터 현대적 물류센터의 면모를 갖춘 도요스 시장. 옥상에는 녹지와 산책로를 조성해 방문객이 걸으며 시장을 탐색할 수 있는 공간적 여유를 더했다. 사진 출처: www.japan-guide.com

도요스 시장 외곽에 조성된 복합문화시설 ‘센캬쿠반라이’. 에도 시대 거리 풍경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상점가와 도심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온천 스파 ‘만요 클럽’이 어우러져 쇼핑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사진 출처: www.toyosu-senkyakubanrai.jp

전통 목조 건축 양식을 모티프로 한 외관과 화려한 장식의 실내 아케이드가 어우러져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와 체험을 제공하는 ‘센캬쿠반라이’.
사진 출처: www.gotokyo.org
주거 공간과 시장 구조를 결합한 네덜란드 로테르담 마르크트할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심부가 크게 파괴된 뒤 도시 전역을 실험적인 현대 건축의 무대로 삼았다. 이 때문에 시내 곳곳에는 독특한 건축물이 집적된 신도시적 경관이 조성되었고 그 대표 사례 중 하나가 2014년 완공된 마르크트할(Markthal)이다. 네덜란드 건축사무소 MVRDV가 설계한 이곳은 길이 약 120m, 높이 40m에 달하는 거대한 말굽형 아치 구조 안에 시장, 레스토랑, 상점, 주거 공간을 통합한 건물이다. 중앙부에는 96개의 노점과 20여 개의 식당이 들어서 실내 시장 기능을 수행하고 아치 양쪽에는 228세대의 아파트가 배치되어 주거와 상업 공간이 물리적으로 공존한다. 특히 시장을 가로지르는 곡면 천장에는 예술가 아르노 코넨(Arno Coenen)과 이리스 로스캄(Iris Roskam)의 초대형 디지털 아트워크 ‘풍요의 뿔(Horn of Plenty)’이 장식되어 있다.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꽃, 과일, 해산물, 채소 등의 이미지를 선명한 해상도로 구현하며 현대적 건물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마르크트할은 주거와 상업 문화가 결합된 다기능 복합 공간으로 주민에게는 생활의 편의를 제공하고 관광객에게는 로테르담을 대표하는 도시 경험을 제공한다.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마르크트할은 거대한 스케일과 높은 천고로 압도적인 개방감을 선사한다.
사진 출처: ©Daria Scagliola, Stijn Brakkee, archdaily

마르크트할 내부에 조성된 시장. 높이 40m에 달하는 아치형 구조 아래 96개의 노점과 다수의 식당이 들어서 있다. 천장을 가득 메운 화려한 예술 작품이 시장 풍경에 시각적 활력을 더해준다. 사진 출처: ©Maria Gonzalez, archdaily

건물 양쪽에는 200여 세대의 아파트가 배치되어 있다. 주거 공간은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채광을 갖춘 생활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사진 출처: ©Nico Saieh, archdaily
글: 공공디자인 소식지 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