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기획] 개인과 사회의 긴밀한 연대
작성일:
2025-04-04
작성자:
박은영
조회수:
689

[기획] 오늘날의 보편적 가족 유형, 1인 가구를 위한 디자인

공공디자인 소식지 제53호(202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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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사회의 긴밀한 연대


서울시의 1인 가구수는 162만7480가구, 비율은 39.3%다. 1인 가구 비율이 39.4%로 가장 높은 대전시와는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통계청,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 이에 따라 서울시는 ‘1인가구 안심특별시’를 선언하고 건강, 범죄, 고립, 주거 분야에 안심정책을 추진 중이다. 각 구청에서도 1인 가구의 은둔과 고립을 예방하기 위한 1인 가구 복지 공간을 곳곳에 신설하며 지역 주민 간의 소통을 이끌어내고 있다. 얼마 전 문을 연 동대문구 1인 가구 커뮤니티 공간 ‘마음마루’는 오랫동안 1인 가구의 사회적 소통에 힘써온 동대문구가족센터가 일궈온 하나의 성과이자 주민들의 원활한 교류를 돕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립의 위기에서 건져내 서로 교류하는 자리로

1인 가구의 증가수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개인의 사회적 고립과 심리, 정서적 이슈가 부상하고 있다. 특히 홀로 지내는 중장년층과 청년들에게서 사회적 소통 기회의 부족과 사회 연결망의 약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 모양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한국리서치가 실시한 ‘2024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 비율은 5.2%로 2022년 2.4%보다 2.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따라 개인의 정서적 지원과 사회적 연결망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지자체에서는 1인 가구에 대한 지원 사업을 점차 늘려가는 중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는 동대문구가족센터는 가족 구조 변화에 발맞춰 2018년 서울시 최초로 ‘1인가구 사회적 관계망 형성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2020년에는 본격적으로 ‘동대문구1인가구지원센터’를 개소하고 심리·정서 지원, 교육 및 여가 문화 등 1인 가구를 위한 서비스 영역을 확장했다. 2023년부터는 사례관리를 통해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취약·위기 1인 가구를 발굴하고 회복과 자립을 돕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대문구가족센터의 한미영 센터장은 “1인 가구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민들과의 연결과 상호 지원을 돕는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표면적이고 단발적인 지원이 아니라 1인 가구가 더 이상 외로움이나 고립을 느끼지 않고 안전하게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는 다각적인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대문구 지역사회의 새로운 이슈, 1인 가구

2025년 1월 기준 동대문구 1인 가구는 전체 17만2811가구 중 8만6570가구로 50.1%에 해당한다. 그중 청년(20세~39세)은 47.9%, 중장년(40세~64세)은 28.7%, 노년(65세 이상)은 22.5%로 확인됐다. 서울시립대학교, 경희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 3개의 종합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비롯해 한양대학교, 고려대학교 등이 있어 학업을 위해 서울로 상경한 청년 1인 가구의 유입과 정착률이 높은 편이다. 교통의 요충지인 청량리역, 청량리환승센터가 있어 지리적 접근성이 좋고 경동시장, 서울 약령시, 청량리 청과물시장 등 전통시장의 발달과 생활 인프라를 갖춰 다양한 연령대의 1인 가구 거주지역으로 자리잡아가는 상황이다.


2004년 개소한 동대문구가족센터는 여성가족부와 서울시, 동대문구의 가족정책 등을 지역주민에게 전달하는 복지시설이다. 가족의 갈등 완화, 관계 개선, 안정성 강화 등 가족 건강성 증진을 목적으로 한 서비스를 실천한다. 생애주기별 부모·부부 교육, 가족 상담, 공공육아나눔터 취약·위기가족 지원, 다문화가족지원, 1인 가구지원, 아이돌봄서비스 등 모든 형태의 가족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동대문구가족센터 내 신설부서인 1인가구지원센터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한 공간 마련과 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1인 가구에게 가족의 기능을 대신해주는 지역사회의 공공 서비스 

1인 가구는 정서적 지지, 사회화, 기본생활교육, 보호 기능과 같은 주요 가족 기능이 현저히 저하되어 있어 가족의 역할을 대체할 사회적 서비스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동대문구가족센터는 1인 가구를 새로운 가족 유형으로 정의하고 1인 가구의 외로움, 고독, 고립에 주목한 서비스를 모색해왔다. 이웃사촌 또는 사회적 가족을 만들어주는 ‘동일이의 동네친구’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사람들 간의 교류를 증대시켜 고립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1인 가구 4~6인을 하나의 그룹으로 매칭하고 매월 정기 모임을 지원해 1인 가구끼리 서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 밖에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1인 가구를 위한 전문 심리 상담도 진행하며 관계 갈등, 자기 이해, 불면 등을 주제로 한 집단 상담도 운영해 정서적 도움을 지원하고 있다.


마음정원은 1인 가구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 마음마루안에 조성한 장소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1인 가구를 위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제공: 동대문구가족센터


혼자서도 외롭지 않은 생활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 마음마루

1인 가구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 마음마루는 동대문구민행복센터 2층에 자리잡은 곳으로 중장년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공간은 약 55평 규모로 이뤄졌으며 사각지대에 고립된 사람들을 끌어내고자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으로 조성되었다. 

중장년 1인 가구의 정서적 고독을 케어하고 고립을 예방하는 여가 생활 중심의 커뮤니티 공간을 지향하며 식생활 개선, 심리 상담, 취미 활동, 친환경 교육 등을 통해 서로 자연스럽게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음마루의 중심에 자리한 라운지 ‘함께서재’는 작은 도서관, 음악감상, 보드 게임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나눔창고’에서는 주방, 세탁 세제를 제공하고 공구를 빌려준다. 조리대와 냉장고가 마련된 대그룹 공간 ‘마을교실’에서는 요리 수업이 진행되며 공간 한편에 악기 연습존을 꾸며 작은 공연장으로도 사용한다. 소그룹 공간 ‘재미공방’에는 셀프 작업대, 노트북존 등이 마련되어 취미 활동이나 소규모 모임에 적합하다. 이곳에서 만다라 색칠하기, 타일 코스터, 민화 그리기 등 다양한 DIY 활동을 한다. 마음마루 안에 준비된 심리 상담실 ‘마음정원’에서는 개인 또는 그룹 상담, 디지털 명상 등 심리적 지원이 이루어진다. 마음마루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 정보와 이용 방법은 동대문구가족센터 홈페이지나 전화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일부 공간 이용은 방문 접수로 운영된다.


함께서재는 누구나 방문해 자유롭게 휴식할 수 있는 라운지다. 사진제공: 동대문구가족센터


재미공방은 캘리그래피, 민화 그리기 등 다양한 소그룹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사진제공: 동대문구가족센터

 

마을교실은 1인 가구를 위한 쉽고 간편한 요리 클래스가 열리는 공간이다. 사진제공: 동대문구가족센터


나눔창고에서는 세탁 세제, 섬유유연제, 주방 세제와 같은 생활 소모품을 지원하고 공구를 대여해준다. 사진제공: 동대문구가족센터


1인 가구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 안전망을 높이는 보편적 복지

1인 가구 중에서도 특히 고립 고위험군은 중장년 남성으로 손꼽힌다. 실직, 사업 실패, 질병,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혼자가 되었을 때 갑작스런 고립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힘든 노년기를 맞을 위험이 있지만, 그 수가 절대적으로 높지는 않아 자칫 관심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정서적 불안정이나 취업 스트레스로 사회적 단절을 야기하는 1인 청년 가구에게도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다. 건강 관리나 식생활 커뮤니티 활동, 자조 모임 등으로 사회적 연결망을 강화해야 한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닥칠 미래의 위험을 예측해 그에 적절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 


1인 가구는 처음부터 혼자인 경우는 드물다. 부모로부터 독립했거나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1인 가구가 된다. 또한 1인 가구는 결혼이나 출산 등을 겪으며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의 가족 유형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1인 가구의 유동적 특성을 고려해 다문화나 한부모 가족 등의 보편적 가족을 위한 서비스에도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 1인 가구에 대한 지원은 곧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 개인에게 제공되는 보편적 복지의 수준을 높이면서도, 다른 형태의 가족 만들기를 유도하는 일이 될 수도 있기에 앞으로도 꾸준한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 



인터뷰이 : 한미영 동대문구가족센터·동대문구1인가구지원센터 센터장

서울시가족센터협회 회장, 한국가족센터협회 수석 부회장,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대의원·교육위원회 전문위원, 동대문구 양성평등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가족복지시설을 운영하며 공동육아나눔터 2개소(신세계희망놀이터, 신한꿈도담터), 다문화가족 교류소통공간 다가온, 서울형 스트레스 해소공간 마음정원 등 가족복지를 위한 공간을 선보여 왔다.  


글: 공공디자인 소식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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